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예능 1년. 비 연예인도 완벽한 예능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
1월 5일 방송된 MBC '일밤1부-아빠어디가' 송년특집 가족의 밤 마지막 이야기에서 가장 빛났던 인물은 단연 송종국이었다. 가족의 밤이 치러진 장소부터 장기자랑, 게임까지 '아빠어디가' 제작진은 송종국을 야무지게 활용했고 송종국과 송종국 가족들은 홈 그라운드 안에서 마음껏 자신들의 매력을 표출시켰다.
송종국에게는 '아빠어디가'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고 또 다른 가족들과 친분을 쌓을 시간도 필요했다. 게다가 딸과 함께 하는 방송이기 때문에 신경쓸 것들이 배로 많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런 송종국을 기다려주지 않았고 방송 초반 그는 뜻하지 않게 '아빠어디가'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존재로까지 전락했다.
물론 이는 방송 초반 때의 일이다. 이후 송종국은 그 어떤 아빠들보다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위했고 늘 감싸고 보듬기만 했던 지아에게 장난치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했다. 아빠의 변화에 지아 역시 조금씩 성숙한 소녀로 성장했고 완벽하게 적응을 끝낸 송종국은 망가지고 웃기는 것에도 은근슬쩍 발을 들이밀어 보는 이들을 폭소케 했다.
이 날 방송은 그간 송종국이 갈고 닦은 내공이 총 집결됐다. 송종국과 더불어 아내 박잎선의 활약은 없었으면 어쩔뻔 했나 싶을 정도로 눈부셨다. 작정하고 준비한 크레용팝 빠빠빠 장기자랑에서는 쑥스러워 하기는 커녕 뻔뻔하게 몸을 놀리며 춤을 추는가 하면 "망가질거야"라며 대놓고 선전포고를 해 아빠들과 아이들을 배꼽잡게 했다.
이어진 엄마 팔씨름 대결에서는 아내 박잎선이 후 엄마, 준수 엄마 등 엄마들을 가뿐하게 줄줄이 물리치자 "이 날을 위해 10kg을 찌웠다", "우리 집사람 손은 남자손이야"라고 디스전을 서슴지 않아 웃음을 자아냈다. 송종국의 촌철살인 한 마디 한 마디에도 장난스럽게라도 기분 나쁜 티를 전혀 내지 않고 미소로 화답한 아내 박잎선의 대인배다운 면모는 감탄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다.
송종국 박잎선의 환상 호흡은 마지막 날 오전 가장 빛났다. '아빠어디가' 아이들은 송종국 축구교실 꿈나무들과 세기의 대결을 펼쳤다. 주심으로 나선 송종국은 모든 아이들을 위하는 척 하면서 '아빠어디가' 아이들에게 조금 더 유리한, 하지만 도의에 어긋나지 않는 센스만점 편파 판정으로 축구대결의 재미를 살렸다.
박잎선은 '아빠어디가' 아빠들과 아이들을 위해 손수 아침밥상을 준비하는가 하면 이 과정에서 채 말리지 못한 부스스 헤어스타일을 유감없이 선보이기도 했다. 또 축구 경기가 한참 진행되던 상황에서 아들 송지욱이 발목부상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지자 인간 들것으로 깜짝 빙의, 마치 시트콤의 한 장면처럼 송지욱을 번쩍 들어 안아 구장 밖으로 빼내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아빠어디가' 시즌1는 이미 제주도에서 마지막 촬영을 마쳤다. 그리고 관계자에 따르면 김민율 성빈 윤후가 시즌2 멤버로 최종 확정, 송지아와 이준수 즉 송종국과 이종혁은 하차를 결정했다. 때문에 송종국의 미친 존재감은 시즌2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상기시켰다. 송종국의 빈 자리를 어떤 아빠가 어떻게 채워 나갈지 기대만큼 우려가 깊은 것도 사실.
네티즌들은 "송종국 이제야 '아빠어디가' 완벽하게 적응한 것 같은데. 이 캐릭터 보내기 싫다", "초반에는 너무 지아만 생각하고 다른 아이들은 보지 않는 것 같아 보는 내가 더 당황했는데 이제는 아이들 사이를 조율하는 송종국이 됐다. 송종국 가족 진짜 많이 그리울 것 같다", "시즌2 새롭게 꾸며지긴 하겠지만 오늘 물만난 송종국 보니까 더 보고싶다. 간간히 근황 전해 주시기를", "이런 딸바보 또 있으려나" 등 반응을 나타냈다.(사진= MBC '아빠어디가' 캡처)
조연경 j_rose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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