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릴미' 두 남자가 사각무대 속에 관객을 치밀하게 가둔다.
뮤지컬 '쓰릴미'는 대한민국 뮤지컬계에서 스테디셀러로 통한다. 2007년 초연 이래 매년 다른 배우들이 무대에 오르지만 배우의 구분 없이 언제나 객석은 가득 차 있다. 낮공연이든, 밤공연이든, 중극장이든, 소극장이든 관객은 개의치 않는다. '쓰릴미'의 어떤 매력이 관객의 발길을 이토록 붙잡는 것일까.
하지만 막상 '쓰릴미' 공연을 접한 관객이라면 시작과 동시에 그 편견을 모두 날려버릴 것이다. 특히 2013 '쓰릴미'의 경우 차원이 다른 묵직함으로 시청자를 압도한다. 기껏해야 250석도 채 되지 않는 소극장에서 보여주는 공연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겁고 한편으로는 웅장하기 까지 하다. 덕분에 재관람률이 높은 것일까.
장점이 많은 뮤지컬 '쓰릴미'지만 가장 먼저 돋보이는 것은 단연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쓰릴미'는 '나'와 '그' 단 두 명의 배우만 등장한다. 두 배우는 100분에 가까운 공연 내내 쉴틈없이 관객을 몰아세운다. 대사도 기존 뮤지컬과 달리 연극톤으로 울림통이 커야 하며 그마저도 대부분 피아노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형식이다. 배우들의 역량이 부족하다면 집중력을 잃기 쉽다는 뜻이다. 하지만 2013년 '쓰릴미' 는 정상윤, 박영수, 임병근, 신성민, 이동하, 오종혁 등 걸출한 배우들이 남김없이 역량을 발휘하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마치 용호상박 연기 대결을 펼치는 듯한 배우들. 한눈 팔 틈 따위는 절대 주지 않는 배우들이다.
치밀한 극의 구성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쓰릴미'는 '나'와 '그'가 피로 계약서를 쓴 뒤 갖가지 범죄에 연루되며 급기야 살인까지 저지르는 과정을 치밀하게 담아낸다. 대형 뮤지컬에서 흔히 사용하는 무대 전환 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변화에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것은 현재와 과거 회상을 오가는 구성 자체가 촘촘하게 짜여져 있는 덕분이다.
'쓰릴미'의 압권 중 하나는 음악이다. 보통의 뮤지컬들은 오케스트라, 혹은 대형 밴드들이 음악을 연주한다. 이들은 큰 소리, 웅장한 음악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이들과 비교했을 때 '쓰릴미'의 악기는 피아노 한대, 지극히 단촐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의 흐름에 따라 빨라졌다 느려졌다를 반복하는 피아노의 선율은 배우들의 감정선과 교묘히 맞아떨이지면서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이와 함께 2013년 들어 확 달라진 무대도 감탄을 자아낸다. 2013년 쓰릴미는 정중앙에 사각무대 하나만 덜렁 마련돼 있다. 두 남자 배우가 이 사각무대를 오르락 내리락 오가며 연기를 펼친다. 좁은 사각무대는 두 남자가 마음을 나누는 장소도 됐다가 순식간에 감옥 독방이 되기도 한다. 지극히 한정적인 사각무대는 관객의 주의를 집중시킴과 동시에 배우들의 연기력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인터미션 없는 공연에 관객은 마약에 빠지듯 끌려들어간다. 숨이 멎을 듯한 100분을 맞본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후 커튼콜에서 손바닥에 불이 나도록 박수를 친다. '쓰릴미'가 가진 매력, 마력의 증거다. 동시에 김무열, 최재웅, 이율, 손승원, 지창욱, 정상윤, 오종혁, 이지훈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거침없이 출연을 결정한 이유다. (사진=뮤지컬헤븐 제공)
이나래 nal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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