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선배배우복을 따지자면 제가 종결자가 아닐까요"
박효주 출연작을 되새겨보면 두 세번 놀라게 된다. 대중이 박효주를 형사나 털털한 여성 캐릭터로 기억하고 있는 것과 달리 여러 작품에서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쌓아왔음에 놀라고 이렇게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는 사실에 두 번 놀란다. 김윤석, 류승룡, 안내상 그리고 '추적자' 손현주까지 선배배우 복을 따지자면 박효주가 종결자다.
박효주는 모든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던 첫 대본 리딩 당시를 회상했다. "쟁쟁한 대선배들이 한 자리에 앉아있는 모습만으로도 압도되더라. 진짜 내가 여기서 어떻게 연기할 수 있을까, 이걸 어떻게 해야 잘할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선배들과 작업이 기대되면서도 떨렸다. 초반에는 많이 헤매기도 했다."
손현주의 연기는 대본리딩부터 남달랐다. 대본 리딩은 보통 감정을 실어서 연기를 하기보다는 서로의 호흡을 맞추는 선에 그치지만 '추적자'는 대본리빙부터 압도적인 연기 앙상블이 펼쳐졌다. 박효주는 "손현주 선배가 대본 첫 줄을 읽는데 이거 장난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법정신 백홍석 첫 대사인 '재판 아직 안끝났어'를 외치는데 전율이 일었다. 눈물났다"고 회상했다.
김윤석, 류승룡, 안내상 등 모든 선배배우와 작업이 그랬지만 박효주에게 손현주와 만남은 행운이다. 특히 극중 조남숙은 백홍석(손현주 분) 후배이자 조력자이기 때문에 손현주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 "연기면 연기, 삶의 태도면 태도 모든 부분이 배울것 투성이다"는 박효주는 "손현주 선배와 연기하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전했다.
절대적인 신뢰에 가까운 박효주의 찬사는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달리는 장면이 굉장히 많은데 이번에 유독 잘 달린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다. 나는 그저 손현주 선배의 호흡에 맞춰 달렸을 뿐인데 연기가 확 달라졌다. 그게 손현주 선배의 힘이다. 이렇게 연기해라 저렇개 해라 조언하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올 수 있도록 호흡을 맞춰준다."
촬영에 들어가면 무섭게 달라지는 손현주지만 현장에서는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선배다. 부러 좋은 말을 써가며 조언하지 않지만 툭툭 내뱉듯 던지는 말에는 손현주의 내공이 녹아들어있다. 손현주의 모든 말을 메모하고 싶다는 박효주는 "자연스럽게 가슴에 남아있다"며 그의 말을 전했다.
박효주는 "최근에 연기를 잘하려면 트로트를 잘 불러야 한다고 하셨다. 요즘은 쿨함이 인정받고 멋지게 보이는 세대라서 배우 정서도 쿨해지기 쉬운데 배우는 가슴속에 쫀득쫀득한 한이나 감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며 "원래 음악을 자주 듣는데 손현주 선배 말을 들은 이후 트로트를 자주 듣게됐다. 실제로 감정 몰입에 도움이 되더라"고 말했다.
연기 뿐 인간적인 면도 박효주의 가슴을 울렸다. 박효주는 "무거운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현장에서 인상을 쓰고 있거나 무게를 잡지 않는다. 스태프 걱정도 많이 하고 먼저 동료 배우들을 챙긴다. 최근에는 청소 하는 모습까지 본것 같다"며 "이런 선배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싶고 이런 선배를 또 만나도 될까 싶다. 나만 그 복을 독차지하는 것 같아 미안하기까지 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황유영 alice@ / 이재하 r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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