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품달' 중전 김민서와 민화공주 남보라가 죄책감에 눈물을 흘렸다.
2월 23일 방송된 MBC 수목미니시리즈 '해를 품은 달'(해품달/ 극본 진수완/연출 김도훈 이성준) 16회에선 왕 이훤(김수현 분)이 장씨도무녀(전미선 분) 힌트 아래 '허연우=무녀 월'이란 공식에 확신을 갖고 오열했다. 중전 윤보경(김민서 분), 민화공주(남보라 분) 역시 자신들이 허연우에게 가했던 과거 악행에 괴로워했다.
이어 월은 "은월각에서 허연우 혼령을 보았습니다. 그 혼령이 중전마마에게 이제 그만 두려움을 떨쳐 내시고 행복하시길 바란다고 했습니다"고 조롱했다. 공포에 빠진 윤보경은 월을 쫓아냈고 곧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사실 어린시절 윤보경은 악행에 가담하기 전 이미 흔들리는 모습을 수차례 보였다. 아버지 윤대형(김응수 분)에게 "허연우. 그 아이를 죽이실 것이옵니까"라고 묻는 어린 윤보경 흔들리는 목소리는 이를 대변했다.
그런데 윤보경은 세자 이훤 마음을 얻기 위해 연민과 죄책감을 버려야 했다. 행복하게 웃고 있는 허연우와 세자 이훤을 바라보며 눈물 흘려야 했던 고통을 눈 한번 감으면 지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보경은 중전 자리에 오른 이후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죄없는 허연우를 죽음으로 몰고 간 끔찍한 사실은 지울래야 지울 수 없었던 것.
이날 방송된 '해품달' 16회에서 윤보경은 병풍 뒤에 숨어 광기를 보였다. "허연우가 저를 쫓아내고 자기 자리를 찾으려는 게 분명합니다"라며 어머니에게 울부짖는 윤보경 모습 속 죄책감은 역력했다. 이어 윤보경은 "저는 다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연우 그 아이를 죽이셨다는 걸"이라며 오열했다. 이날 윤보경 모습은 악녀라기보단 불쌍한 여자, 권력 피해자에 가까웠다.
민화공주 역시 "네 아버지(허연우 아버지)께선 자살하셨다"는 비보를 전하는 연우 모친(양미경 분) 목소리를 떠올리며 홀로 눈물을 흘렸다. 민화공주에게 사랑하는 허염의 여동생을 죽이고 집안을 망쳐 아버지마저 죽게 한 죄는 늘 가슴 속을 피투성이로 만들었다.
이어 민화공주는 허연우를 회상했다. 허연우가 오라버니 이훤의 빈으로 간택되면서 허염을 가지지 못해 식음을 전폐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인자하게 웃던 할머니 대왕대비(김영애 분) 목소리도 들려왔다. 대왕대비가 "허문학 없으면 저는 죽사옵니다"라고 울던 어린 민화공주에게 흑주술에 가담할 것을 권했던 것. 어린 소녀에게 찾아온 첫사랑은 잔혹했다. 민화공주는 어린시절 함께 천진하게 웃으며 놀던 동무 허연우를 죽여야 했다. 그것도 자기 자신을 제물로 바쳐서.
흑주술이 가해지는 현장을 직접 봤던 민화공주는 결국 허염을 남편으로 얻었지만 평생을 괴로워해야 했다. 지나치게 밝은 민화공주 내면에는 어두움이 숨어 있었다. 허연우를 죽음으로 몰고 간 대가로 모든 것을 얻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민화공주 역시 오열하며 괴로워했다.
'해품달' 허연우가 공식적으로 죽은 지 8년이 지났다. 음모 가담자 윤보경과 민화공주는 겉보기에 사랑을 얻었지만 그게 끝은 아니었다. 윤보경은 허수아비 중전 자리에서 왕 이훤 구박을 받으며 늘 고통스러워했다. 윤보경은 거울 속 자신을 노려보는 허연우가 보여 비명을 질렀고 무녀 월을 보며 공포를 느꼈다. 민화공주 역시 죄를 벗을 수 없어 괴로워했다.
'해품달' 두 악녀가 처절한 모습으로 울었던 건 이런 복잡한 사연이 있었다. 두 악녀에 대한 시청자 입장도 나뉘었다. 시청자들은 "허연우 인생을 망쳤으니 당연한 결과", "소름끼치는 악녀들이다"란 평가를 내리는 한편 "사랑 하나 얻자고 한 일이 너무나 컸다", "당시 두 소녀는 지나치게 어렸는데", "문제는 어른들이었다"라고 옹호하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해품달'이 종영까지 4회를 남겨두고 있다. 남에 의해 인생이 망가진 무녀 월, 즉 허연우 사연도 구구절절 시청자들 가슴을 울렸지만 윤보경과 민화공주 사연도 슬프다. 윤보경과 민화공주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 주목된다. (사진=MBC '해를 품은 달' 캡처)
김미겸 miky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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