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안에 미실이 있다?
SBS ‘뿌리깊은 나무’(극본 김영현 박상연/연출 장태유) 세종(한석규 분)이 던진 군주론이 감동과 화제를 낳고 있다. 세종은 11월 17일 방송된 14회에서 강채윤에게 “내가 너를 구한 그날 밤 우리는 함께 지옥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강채윤이 “지옥이라니요, 전하. 지금은 태평성대가 아닙니까”라고 반문하자 “임금이 태평한 태평성대를 보았느냐. 내 마음이 지옥이기에 그나마 세상이 평온한 것이다”고 말했다.
미실은 “사람을 얻으려면 먼저 강함을 보인 후 다가가서 손을 잡아야 한다” “공포를 극복하는데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도망치거나 분노하거나” “백성은 진실을 부담스러워하고 희망을 버거워하며 소통을 귀찮아하고 자유를 주면 망설인다” “하늘을 이용하나 하늘을 경외치 않는다. 세상의 비정함을 아나 세상에 머리 숙이지는 않는다. 사람을 살피고 다스리나 사람에게 기대지 않는다” 등의 명대사로 ‘선덕여왕’의 품격을 높였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선덕여왕’ 미실, ‘뿌리깊은 나무’ 세종을 통해 일관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세종의 정치, 세종의 리더십 안에 미실이 보인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세종은 미실과 덕만을 합쳐놓은 리더다. 미실이 비정한 세상과 정치 현실을 보여주고 덕만이 이상적인 리더상을 제안했다면 세종은 현실에 괴로워하고 고뇌하지만 이상을 향해 나아간다.
한석규가 그리는 세종이 완벽한 인간은 아니다. 소이(신세경 분)가 끝내 입을 다물고 있을 때에는 그에게 분노하고, 집현적 학사들이 죽어나갈때는 울었고, 늘상 욕을 입에 달고 살고, 신하에게 장난을 친다. 인간 세종의 리더십과 그의 군주론은 그래서 더 인상적이다.
미실이 잔혹한 리더십으로 ‘미실의 시대’를 열었다면 세종은 다층적인 인간상과 리더십으로 그의 시대를 열고 있다. 바야흐로 세종의 시대이자 한석규의 시대이다.
황유영 기자 al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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