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FM4U '두시의 데이트'(이하 두데)의 새 진행자로 본격적인 복귀가 예고됐던 주병진은 28일 돌연 DJ 직을 고사하고 연락이 두절되면서 컴백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에 당초 28일 주병진과 미팅을 갖기로 했던 MBC 라디오국 제작진은 갑작스런 주병진 행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채 DJ고사에 따른 비상 대책 마련에 들어간 상태다.
◈부정적인 여론, 두번은 못참아!
주병진은 지난 7월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를 통해 12년만에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며 조심스레 복귀 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당시 주병진 모습은 말 한마디, 한마디 굉장히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다. 2000년 불미스런 사건 이후 주병진은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고통의 시간을 겪었고 이후 대중에게 비치는 이미지와 자신에 대한 대중의 평가에 더욱 예민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에 '황금어장' 출연 이후 너도나도 자신을 데려가려는 움직임 속에서도 주병진은 적당한 시기와 프로그램을 타진하며 더욱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 자신에 대한 잦은 복귀 언급에도 주병진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MBC로의 복귀로 방향이 잡히면서 TV에 앞서 라디오 컴백이 자연스러우면서도 튀지 않는 복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그 과정이었다. 주병진은 자신의 복귀를 위해 MBC 고위관계자의 종용으로 인한 후배 윤도현의 반강제적 하차가 알려지면서 덩달아 복귀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방송관계자들은 이미 부정적인 여론 쓰나미의 피해를 당해봤던 주병진으로서는 후배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꿰찬 자신을 향한 비난을 더욱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주병진 12년만의 복귀, 청취율도 올리고 시청률도 올리라고?
주병진 복귀 시점과 맞물려 투톱 국민MC 체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강호동이 탈세의혹 논란에 책임을 지고 잠정은퇴를 선언하면서 주병진이 급격히 대안으로 떠올랐다. 강호동 '무릎팍 도사'를 통해 그와 신구 국민MC로서 입담을 겨뤘던 주병진은 몇 개월이 지난 지금 묘하게도 그의 자리를 넘보게 됐다.
하지만 최고 전성기를 누리던 강호동 후임 모양새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주병진만 오면 강호동의 공백을 없애고 다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은 여론몰이와 방송사의 바람은 주병진을'더 옥죄었을 것이다. 이는 주병진이 TV에 앞서 라디오를 택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라디오 역시 시청률 못지않은 청취율 압박이 존재했다. 주병진을 많은 라디오 프로그램 중 굳이 윤도현과 바꿔서까지 '두데'에 넣으려고 했던 이유는 주병진이 앞서 '두데' 진행 경험이 있고 당시 함께 했던 PD의 권유도 있었지만 부동의 청취율 1위 SBS '두시 탈출 컬투쇼'를 견제해보기 위함이기도 했다. 이 또한 주병진의 입장에선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MBC 욕심이 부른 화, 두마리 토끼 잡으려다..
윤도현도 주병진도 놓치기 싫었던 MBC는 결국 윤도현에게 개편에 맞춰 다른 프로그램으로 시간대를 옮기라고 제의했고 이 과정이 매끄럽지 않으면서 윤도현에게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청취자 역시 마찬가지다. 갑작스런 DJ교체에 이은 하차 소식으로 청취자들은 자신들을 우롱한 처사라고 맹비난을 쏟았다.
MBC는 마치 주병진이 '두데'를 원했던 것처럼, 또 '두데' DJ 확정 소식을 급하게 터뜨린 것도 주병진에게 부담감을 안겼다는 분석이다. 이에 처음 MBC의 독단적인 결정을 비난했던 대중은 그 화살을 주병진에게까지 돌렸다.
이에 대해 김미화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MBC 창의성까지 없네. 나한테도 이 프로 대신 저 프로로 가라하더니 윤도현도 새 진행자 정해 놓고 이 프로 대신 저 프로로 가라했네”라며 “무림에 고수들께선 제 칼에 직접 피를 묻히지 않겠단 말씀?”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MBC측은 주병진 투입과 윤도현 하차가 동시에 보도됐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투입과 하차였다면 어떤 보도가 나와도 문제될 것은 없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윤도현은 채 1년도 되기 전에 DJ에서 하차를 하게 됐다. 결국은 논란이 됐던 김미화 DJ하차 전철을 그대로 밟은 셈이 됐고 이는 공들인 주병진도 놓칠 위기로까지 몰렸다.
[뉴스엔 고경민 기자]
고경민 기자 gogin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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