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드라마 ‘최강칠우’에서 흑산(유아인)은 매우 미묘한 위치에 놓인 인물이다.
어린 시절, 칠우(문정혁) 집안 노비의 아들이었던 흑산은 칠우의 아버지(오만석)가 신분철폐를 주창하며 무륜당을 세웠을 때, 아버지 진무양과 함께 그 마을로 들어가 노비 신분을 벗고 칠우와 티격태격 어울려 자랐다.
흑산의 아버지가 무공에 있어 당대 최고수라는 것을 알고 있는 김자선은 흑산에게 무륜당의 배신자가 된 아버지의 죄를 씻을 기회를 주겠다며 그를 자신의 양자로 거둔 후 자객으로 기른다. 흑산은 자신을 거둔 김자선 역시 깊은 교우를 나눴던 칠우 아버지와 무륜당을 배신한 인물이었다는 것을 알지 못 한 채 아버지의 원죄를 씻기 위해 소현세자의 죽음 등 김자선이 주도한 여러 사건에 깊이 관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흑산은 소현세자의 죽음과 관여된 칠우의 자객단 및 주변 인물들과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 진무양이 김자선에게 눈을 잃은 채 폐허가 된 무륜당 산채에서 살아 왔고 자신과 의형제를 맺은 채 헤어졌던 칠우는 자객단의 일원이 되어 자신과 양아버지 김자선을 향해 칼을 겨누는 맞수가 되었으며 소현세자의 세 아들을 돌보던 소윤(구혜선)의 간절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 해 원손 철석을 살려주며 공유했던 비밀이 반정이란 엄청난 핵폭풍으로 돌아온다.
설상가상으로 13일 방송에선 반정 세력안에 심어 놓은 정보책을 통해 사초와 원손의 존재를 확인한 김자선이 비밀회합 장소 주변에 사병을 매복시키고 증거인멸을 시도하던 차에 조필선(남상진)과 함께 흑산의 아버지 진무양을 생포한다. 김자선은 무륜당을 배신했다는 진무양의 죄책감을 고스란히 흑산에게 안겨 줌으로서 흑산을 자신의 칼로 이용했던 것처럼 지무양을 목숨을 담보로 흔들리는 흑산의 마음을 잡고자 진무양을 비밀 별채로 옮긴다.
칠우는 몰래 흑산을 찾아가 김자선이 흑산의 일가족을 죽이고 그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사실을 숨긴 채 진무양에게 무륜당을 배신하도록 종용했던 진실을 밝힌 후 “나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였지만 나와 우영이 그리고 내 목숨과도 같은 소윤 아씨를 살려준 너의 아버지이기에 나 역시 그를 살려드렸다. 하지만 두 번은 구하지 않는다. 지금 김자선에게 잡혀간 너의 아버지는 너밖에 구할 사람이 없다. 너가 그들을 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시 서로에게 칼을 겨눌 수밖에 없다”며 흑산에게 모든 선택권을 넘긴다.
하지만 김자선은 진무양이 옮겨진 별채를 습격하려한 흑산의 움직임을 먼저 읽고 그에게 진무양의 목숨을 담보로 거래를 제안한다. 김자선은 흑산에게 “그런 한을 심어주지 않았다면 너는 지금과 같은 검객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나를 벤다면 너의 아버지 역시 목숨을 잃게 된다. 너에게 죄책감을 안겨준 아버지와 그 죄책감을 이용한 아버지 모두를 베어버린다면 너는 자유인이 될 것이다. 네가 그것을 원한다면 받아 들이겠다. 하지만 너의 아버지를 살리고 싶다면 나에게 복종하라. 나는 네가 필요하고 그 댓가로 나는 너에게 부와 힘은 물론 권력까지 모두 줄 것”이라 말한다.
이처럼 두 아버지 진무양과 김자선 모두에게 칼을 겨눌 수밖에 없었던 흑산은 드라마 ‘최강칠우’에서 가장 고전적인 비극형 인물이다. 주인공 칠우가 보다 개인적인 행복과 가치관에 무게를 두고 자신의 삶을 선택한 개인주의 영웅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면 그 반대편에 선 흑산은 혈육과 우정 같은 고전적 관계의 딜레마에 놓인 비극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조은영 helloey@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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