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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큰손 장영자, 500억 예금증서 충격 비밀(종합)
2019-01-13 00:10:45


[뉴스엔 이민지 기자]

장영자가 네번째 구속에도 여전히 반성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월 1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희대의 사기범 장영자의 삶과 500억원 지하자금의 비밀을 추적한다.

말투는 차분하고 몸짓은 우아했다. 누구나 바라는 삶을 누리는 38살의 귀부인. 여인에게는 감히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고상하지만 값비싼 취미가 있었다. 도자기에 관심이 많았던 여인은 손이 크기로 골동품상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당시 통화가치로 집 한채값을 호가하는 도자기들을 닥치는대로 사모았기 때문이다. 1976년, 신안 앞바다에서 발굴된 해저 유물을 대거 사들일 정도로 그녀의 골동품 사랑은 유별났다. 그러던 어느날 여인은 모습을 감췄다.
여인의 소식이 다시 들려온건 2년 전 인사동 한 화랑에서였다. 고가의 그림을 사려는 사람이 있다면 미술품 중계상에 연락을 해온 것이었다. 그림을 먼저 보여달라는 요청에 중계상은 한 호텔 스위트룸으로 작품을 가져갔다. 그런데 객실에 있던 고객은 30여년 전 골동품을 수집하던 그 여인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장영자다.

장영자는 1982년 단군 이래 최대 어음사기 사건의 장본인이다. 피해액은 당시 6,400억원. 두 개의 대기업이 부도났다. 기업가와 은행장 등 총 32명이 구속됐다. 당시 정부 내각 11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학시절 5월의 여왕에 뽑히기도 한 그녀는 젊은 시절부터 사채로 큰 돈을 벌었다. 명동 사채골목에서 '큰손'으로 불렸다. 일반 직장인의 평균 월급이 20만원 정도였던 시절, 남편 이철희와 억대의 초호화 결혼식을 올렸다. 정권과도 인연이 깊었다. 장영자 이철희는 박정희 대통령이 중매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희는 중앙정보부 창설 할 때부터 함께 한 공직자 출신이다. 전두환의 처삼촌이 이규광, 이규광의 처제가 장영자였다. 두 정권의 수장이라는 막강 인맥을 배경으로 기업을 상대로 사채를 유통하다 사기를 벌인 것이다.

법원은 장영자에게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가석방으로 10년만으로 출소해 어음을 이용한 두번째 사기로 1994년 다시 구속됐다. 2000년 구권 사기 사건으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3번의 범행과 3번의 구속, 단군 이래 최대 사기꾼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리고 총 29년의 수감생활 후 그녀의 이름이 다시 화제가 됐다. 올해 74살인 장영자가 4번째로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된 것. 사업을 이유로 피해자들에게 6억2,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오랜 수형 생활로 인해 생활고를 겪다가 유혹을 견디지 못한 것일까. 최근까지 장영자를 취재한 이호 작가는 "아무리 생각해도 6억으로 걸려들 일이 아니다. 구속전까지 호텔 스위트 룸에 있었다. 도자기, 그림을 놔뒀던 방을 썼다. 진품들은 다 진열해놨다. 현금화가 안돼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영자는 "먹고 살만한 건 있다. 골동품 한개를 팔아도 2-3억은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영자에 대해 제보할 것이 있다는 한 여성이 '그것이 알고 싶다'를 찾아왔다. 제보자가 내민 사진 한 장. 500억원이 들어있는 예금 증서였다.

신실한 불교신자로 알려진 장영자는 보각행이라는 법명을 가지고 있다. 그와 만난 적 있다는 신도들은 "우아하고 멋진 사람이었다"고 기억했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불교 행사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한 장영자는 통큰 버스 대절, 도시락, 공양 등으로 불교 신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1979년 한국 불교에서 처음으로 금동 용두관음보살상을 모시는 행사가 열렸다. 당시 보살상을 기증한 사람이 장영자였다. 서울 한 절을 인수해 직접 운영하면서 스님들을 모시기도 했다.

장영자는 고급 외제 신용차, 진귀한 고가품들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언론에 소개된 장영자 부부의 한달 생활비는 3억5천만원이었다. 경기도에 있는 부부 소유의 별장에서는 파티가 열리곤 했다. 당시 별장 관리인을 만났다. 그는 "손님을 여기서 치르면 음식을 호텔에서 가져왔다. 자기 집에 도둑이 들어와서 다이아몬드를 훔쳐갔는데 경찰들이 잡았다. 고맙다고 위로금으로 50만원을 줬다. 그때 보통 월급이 30~40만원 할 때다. 엄청 큰 돈이다"고 회상했다.

화려하다 못해 사치스러운 삶을 누린 장영자 이철희 부부는 부동산에도 관심이 많았다. 부부는 경기도 구리, 서울 강남, 남양주 일대, 부산, 제주 등 전국 각지 토지를 매입했다. 특히 서귀포 목장 부지 300만평을 매입했다. 장영자 부부는 어떻게 이토록 막강한 부를 쌓을 수 있었을까.

대학 졸업 후 사채를 했다는 장영자. 두번의 결혼이 파경을 맞았지만 위자료를 기반으로 재산을 불려나갔고 세번째 남편인 이철희와 결혼 후 더 큰 사업을 계획했다. 20억원을 종자돈 삼아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돈을 빌려주는 사채를 했다. 기업에 현금 100억원을 빌려주면 대출금과 같은 어음을 받았다. 이자가 낮은 대신 담보로 어음을 한 장 더 받았다고 한다. 기업에 100억원을 빌려주고 200억원의 어음을 받은 것. 특이한 것은 거액의 어음을 굳이 소액으로 나누어 달라고 했다. 쉬운 유통을 위한 것이다. 어음을 담보로만 가지고 있겠다고 약속했지만 어음을 모두 현금으로 바꾸어 사용했다. 이 현금을 같은 방식으로 다른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식으로 덩치를 키웠다.

결국 일신제강, 공영토건은 부도를 맞았고 4개의 기업은 심각한 빚에 시달리게 됐다. 장영자 부부를 비롯해 은행장 2명이 해임됐고 기업 관계자 등 32명이 구속됐다. 기업들은 장영자에게 돈을 빌리고 2배의 어음을 주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못한 것일까. 장영자 엄청난 부자로 알려져 있었고 권력자들과 유착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던 상황이다. 장영자는 전두환과 사돈관계였고 이철희는 박정희 정권 시절 신임 받는 부하였다. 장영자의 금융 신용도는 부와 권력을 동시에 쥐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최상등급이었던 것이다.

장영자는 재판 중에도 무척 당당했다. 그는 "나는 결코 사기를 한 일은 없다. 구속되기 전날까지도 정상적인 어음결제를 했고 구속되는 바람에 부도가 나고 피해기업도 생긴 것이다"고 주장했다. 권력형 비리라며 여론이 들끓었고 법원은 장영자 부부에게 15년을 선고했다. 10년 뒤 장영자는 형 집행 정지로 풀려났다. 그러나 1994년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 1993년 금융실명제가 시작돼 사기 전과가 있는 자신의 이름으로 사업을 하기 곤란해지자 지인과 사위 고(故) 김주승 업체를 이용해 어음을 발행하고 유통시켰다가 부도를 냈다.

장영자는 출소한지 1년 9개월만인 2000년 또다시 사기혐의로 구속됐다. 화폐개혁으로 지폐 모양을 바뀐 것에 착안해 사람들을 속였다. 구속되기 전 장영자는 이례적으로 인터뷰를 자청해 "IMF가 왜 왔겠냐. 돈을 축적하고 부당한 방법으로 창고에 쌓아두고. 이런 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생명을 걸고 이 구권의 실체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2015년 출소 후 지인이 촬영한 영상에서 장영자는 가게 부채가 급증한 원인은 지하자금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장영자를 만났다는 제보자는 500억원짜리 어음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철희 장군님한테 공작 자금으로 준거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정희 정권에서 중앙정보부 차장을 지냈던 이철희가 거액의 현금을 받은 것은 사실일까.

생전 촬영된 영상에서 고 이철희는 "그 사람에게는 말이 필요없다. 아픈 가슴을 뭐로 위로도 될 수 없을 만큼 가슴에 차 있을텐데 그냥 안아주는거다"고 장영자에 대해 이야기 했다. 또 "우선 해야할 것이 세금 관계도 있지만 마무리 할 일들이 많다. 지금 얘기하기 보다는 그대 가셔서 얘기해야 한다. 지금은 돈이 묶여 있어서 고생하는거지 그게 풀리면 떳떳하게 할 수 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이것이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자금인 것일까.

예금증서를 발행한 은행을 찾았다. 증서에 적힌 발행인은 퇴사한 상태였다. 관계자는 "재작년인가 장영자가 은행에 온 적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 해당 지점에서는 이 증서에 나온 계좌번호가 개설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 계좌에 500억원이 들어있는건 거의 불가능하다고도 말했다. 그런데 "이 종이 갖고 있는 사람들이 확인해 달라고 온다. 경찰서에서도 오고 검찰청에서도 온다. 그리고 이런 종이를 가지고 오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 예금증서의 정체는 대체 뭘까.

위조지폐 감식전문가는 이 예금증서가 원본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다른 위조지폐 감식 전문가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2008년 위조수표를 이용한 사기사건이 있었다. 장영자가 가지고 있다는 예금증서와 여러모로 흡사하다. 이 사기 양도성 예금 증서가 장영자에게 흘러들어간 것이 아닐까. 하지만 장영자는 최근까지도 이 예금증서가 진짜라고 말했다.

큰손이라 불렸던 장영자가 거액의 수표를 보여준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부산연제경찰서 김종범 경감은 "장영자 이름이 나와서 우리도 놀랐다. 사라졌던 이름이 툭 튀어나오니까. 거물이 나왔다는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2년 전 부산의 한 은행에서 위조수표가 나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금액은 154억원. 한 건설사 대표가 은행에 맡겼다 적발된 것이었다. 김종범 경감은 "지인을 통해 장영자를 소개 받았고 장영자에게 154억짜리 수표가 있는데 이걸 현금화 시켜서 100억은 자기한테 입금해주고 54억은 투자금으로 사용하라고 했다는 진술이 나왔다"고 말했다. 장영자를 만났다는 그는 "돌아가신 남편 유품에 수표가 껴있었다. 유효한 수표인지 확인해달라고 건설사에 제시했다고 했다. 휴대폰 압수해서 확인해보니까 100억은 자기 계좌로 입금하라는 문자가 발견됐고 장영자가 이 사건의 주범이라는 것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강릉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번엔 152억원짜리 위조수표였다.

너무나도 유명한 사기범 장영자. 그럼에도 그녀 주변에서는 계속 사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호 작가는 "늘 '내 재산 7천억이 넘잖아'라고 했다. 취재 도중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장영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다. 500억원 양도성 예금증서가 자신의 재산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예금 증서는 위조된 가짜였다. 그 외에도 그녀가 많은 가짜 수표로 사기를 벌여온 행각도 드러났다.

장영자 이철희 부부의 삶은 범행과 구속을 반복하는 가운데서도 여유로웠다고 한다. 누구보다 화려한 생활을 했다는 그녀의 재산은 어디로 간 것일까.

1982년 어음사기 당시 기사를 바탕으로 장영자 부부의 재산을 추적했다. 가장 큰 규모는 제주도 토지였다. 땅을 매입한 직후 방문한 직후 단 한번도 부부를 보지 못했다는 마을 주민. 농장의 크기는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했다. 00목장은 10년도 가지고 있지 못하고 경매로 넘어간 상태였다. 장영자 부부가 이 목장 부지를 사들인 이유는 뭘까. 사업을 한다는 말과 달리 방치하는 듯 하더니 사건 이후 명의가 넘어갔다고 한다. 경주에도 경마장을 하겠다며 조감도까지 해뒀지만 사람의 발길이 오래전 끊긴 듯 보인다. 1982년 사기사건을 계기로 채권자들, 지자체로부터 가압류와 압류를 당했다. 부부의 부동산은 서류상 대부분이 압류됐다. 소유중인 부동산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재산이 있을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실명제가 시행되기 전까지는 차명거래가 합법이었기 때문이다.

이철희가 1973년 매입한 강남의 한 땅에 등기를 하지 않았다가 2002년 등기를 했던 흔적이 남아있었다. 세무 전문가는 "이철희씨에게 매매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돼 차명재산이네 해서 강제적으로 등기원인 발생시켜서 등기하고 바로 압류를 건 것 같다"고 말했다. 장영자 부부의 부동산은 이런 식으로 제3자의 이름으로 올라가있는 등 의심되는 부분이 많았다.

세무 전문가는 장영자의 취미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골동품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재산이다. 흔히 재벌가 사람들이 골동품을 수집하는 이유는 부피 대비 가치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보관이 쉬워야 하고 은행 기록에는 안 남아야 한다. 재산 은닉 첫번째는 기록이 안 남는 것이 대전제이다"고 말했다.

수사 당시 장영자 자택에서 발견된 골동품 중에는 이당 '미인도'도 있었다. 당시 해당 작품을 봤다는 고미술품 전문가는 이 미인도가 가품이었다고 밝혔다. 장영자 사건을 도왔던 변호사는 특별한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변호사는 "도자기를 담보로 잡고 8억원을 빌려달라고 했다. 내가 아는 전문가가 있으니까 감정해보고 진품이면 유통할 사람을 알아봐주겠다 했더니 그때부터 아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장영자가 가지고 있던 골동품 중 가품 아닌 진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장영자 개인비서는 "골동품 하는 것도 내가 얼마나 말렸는데요. 어디서 가져오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진품인지 가품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만난 사람 중 골동품이 진짜라 말하는 사람은 장영자 뿐이다.

장영자 부부의 등기부등본에는 30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구제받지 못한 채권자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아직 피해자들이 피해를 복원하지 못한 것이다. 장영자에게 은닉재산이 있는지는 확인하기 힘든 상황이다. 1,600여점에 달한다는 장영자의 골동품 행방도 오리무중이다.

전문가들은 그녀에게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영자는 현재 고액 체납자다. 그에게 빚을 받아야 할 사람은 수없이 많다. 혹시라도 남은 재산이 있다면 끝까지 추징되어야 한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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