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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경찰의 어이없는 함정수사, 결국 13년간 미제사건(종합) 이민지 기자
이민지 기자 2018-06-03 00:18:57


[뉴스엔 이민지 기자]

잘못된 초동수사가 장씨 할머니 살인사건을 13년간 미제 사건으로 남겨뒀다.

6월 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13년 전 발생한 강릉 노파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쳤다.

강릉의 한 농촌마을. 조용하던 마을에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진건 13년전, 지난 2005년 5월이었다. 그날 오후 4시께 할머니에게 빌린 돈 20만원을 갚으러 갔던 이웃은 "기척이 없어서 어디갔나 보니까 신발이 있더라"고 말했다. 인기척은 없지만 거실 문이 열려있어 의아했다는 이웃은 안을 들여다보고 크게 놀랐다. 할머니의 상태를 정확히 확인한 것은 특전사 출신인 마을 이장이 도착한 뒤였다.
할머니는 양 손과 두 발, 입과 눈, 코까지 얼굴 전체에 테이프가 감겨 있는 상태였다. 일부러 숨을 쉬지 못하게 하려는 듯 얼굴 전체를 감아둔 테이프, 누가 이런 짓을 한 것일까. 시신 부검 결과 더 처참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의학자는 "구타에 의해 다수의 갈비뼈 골절이 있고 등쪽에는 구타로 인해 후복막강 출혈, 신장 주변 출혈이 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소결들이 있다. 얼굴에 울혈, 이로 인한 정출혈, 질식의 소견도 함께 관찰된다"고 덧붙였다. 직접 사인은 테이핑에 의한 것이라는 것.

심한 구타를 당했더라도 그 후 입과 코가 막히지 않았더라면 할머니는 생존할 수도 있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 양손과 두 발을 테이프로 단단히 감은 범인은 전화선, 휴대폰 충전기 선을 이용해 할머니 손을 다시 결박했다. 사라진 것은 할머니가 몸에 착용하고 있던 금반지와 금팔찌 뿐, 3000만원이 들어있는 통장과 도장, 현금 등은 그대로였다. 당시 경찰은 현장을 샅샅이 뒤졌지만 누군가 청소한듯 흔적을 찾을수 없었다. 이렇다 할 증거가 없다보니 가족, 친지, 마을사람 등이 모두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9월 이 사건이 다시 주목 받았다. 1cm 남짓한 쪽지문이 발견된 것은 시신 옆에 있던 롤테이프의 안쪽, 지관이라는 곳에서 쪽지문이 발견된 것이다. 이로 인해 용의자 정씨가 검거됐다. 그러나 정씨에 대한 1심 재판 결과는 무죄였다. 국민참여재판에서 9명의 배심원 중 무려 8명이 정씨는 살인범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장씨 할머니 집에는 이제 아들 한성희 씨가 살고 있었다. 한정희 씨는 "범인이 잡혀 다행이다, 이제 고통에서 벗어나겠구나 했는데 1차 공판 때 보고 얼마나 실망했는지. 이러면 우리나라가 정의가 뭔 필요있냐. 해도해도 너무 한다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그는 "지문 때문에 정씨를 집어넣고 재판이 열렸는데 변호사는 설득력 있게 설명을 쭉 해줬고 검사 측은 아무 얘기도 못했다. 그러니까 배심원들이 다 그쪽으로 쏠린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씨는 "검사나 형사들은 내 말을 전혀 안 들어주니 국민참여재판을 받겠다"고 요구했다고.

테이프에서 나온 지문이 정씨의 것이 맞지만 그렇다고 정씨가 살인범은 아니라는 정씨 변호사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한정희 씨는 "그 지문이 어떻게 흘러들어온건지 명백하게 밝히든가, 그놈을 확실하게 범인이라고 잡든가 해야 하는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 2차 공판 때도 이렇게 흐지부지되면 난 청와대에 호소문을 올릴거다"고 말했다.

테이프에 남아있던 정씨의 지문은 왼쪽 가운데 손가락 지문이었다. 그 작은 쪽지문 하나 때문에 13년 전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정씨. 경찰은 왜 그를 범인이라 추정했고, 재판부는 왜 그를 무죄로 석방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12년만에 쪽지문의 주인공을 찾아낸건 경찰청 과학수사부 현장지문 감정팀이었다. 무려 2년여의 작업을 거쳐 쪽지문의 주인공이 정씨임을 밝혀냈다. 정씨의 지문은 어떻게 현장 테이프에 남게된 것일까. 황준식 전 강원경찰청 미제팀장은 "장갑을 착용하면 접합면을 찾기 어려우니까 장갑을 꼈던 범인이 일시적으로 벗어놓고 결박할 때는 다시 장갑을 착용하고 결박했던 걸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의자는 과거에 절도 전력이 있었고 이 건과 유사한, 살인은 아니지만 부녀자를 폭행한 다음에 제압해서 금품을 훔쳐 나와 구속됐던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쪽지문에 대해서 처음에는 전혀 모른다고 하다가 우리가 추궁하니까 자기가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는데 거기에 이 테이프를 놓고 다녔다. 그 오토바이를 도난당했었다고 했다. 누군가가 훔쳐서 범행했을수도 있다고 했다. 우리는 오토바이 소유관계, 이력관계도 조사하고 지인들을 상대로 그 주장이 허위라는 것까지 입증했다"고 말했다.
국과수 거짓말 탐지기에서도 정씨의 대답이 거짓으로 나왔다. 정씨는 "변사자를 결박했냐", "범인이 훔친 반지가 금반지냐", "피해자를 때리고 손발을 묶은 사람이 당신입니까?" 등 질문에 모두 "아니오"라고 했지만 거짓으로 나온 것.

과거 정씨가 살던 집 주인은 "착실한 사람이었다. 나도 많이 도와주고 한집에서 좋았다"고 말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가족도, 직업도 없는 정씨가 이웃들에게 인심을 잃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주인은 "금전적으로 어려운 상태인데 나한테는 밀리지 않고 방세를 줬다. 다섯 가구 사는데 방세 안 밀린 사람은 정씨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정씨를 찾았다. 전화를 받은 정씨는 할말이 많다면 곧바로 만남을 요청했다. 정씨는 아무런 근거 없이 경찰이 자신을 범인으로 몰아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정씨는 "변호사가 '빨리 시인하면 5년 깎고 시인 안하면 5년 더 받을거다'고 하더라. 아무 이유 없이 잡아가서 범인이면 좋고 아니면 그만이고 이런 식으로 조사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은 하나를 보고 해야지. 전과 보고 그렇게 의심하는게 말이 되냐. 전과 있는 놈은 다 나쁜 놈이냐. 마음 잡고 사는 사람 하나도 없냐. 도로, 카메라에 다 찍힐거 아니냐. CCTV에 내가 그 동네에 갔는지 나올거 아니냐"고 말했다. 2005년 5월 당시 그 인근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정씨는 "재판할 때 확실한게 아니라고 했다. 자기네들이 만든거지. 자기네들이 내 지문으로 만든거다. 쪽지문이 아니라"라며 쪽지문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오토바이 잃어버렸는데 자꾸 오토바이 이야기 하길래 '거기서 나왔나' 했다"며 자신은 강릉에 간 적이 없다고 재차 이야기 했다.

2005년께 정씨와 헌옷수거 일을 함께 했다는 지인은 "호산, 삼척, 동해, (강릉시) 옥계까지 다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보다 위쪽인 사건 주변엔 가본 적이 없다고. 실제로 강릉시 구정면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등록된 사업자 중에 정씨는 없었다. 또 지인들은 당시 정씨의 동거녀가 하던 술집이 잘 됐기 때문에 강도 일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지인들은 정씨의 오토바이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씨는 오토바이에 대해 "주워와서 수리했다. 얼마 안 탔다. 그 가게 청소할 때 얼마 안 돼서 잃어버렸으니까"라고 말했다. 정씨는 낚시할 때 박스 테이프를 사용했다고 했지만 정씨와 낚시를 다녔던 지인은 "테이프를 쓸 일이 없다"고 말했다.

1심에서 정씨 변호를 맡은 국선변호사는 "이 사람을 거기서 봤다는 사람도 없고 이 사람이 범행을 저지를 경위도 찾아볼 수 없고 달랑 지문 하나다. 나머지는 입증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있었던 일이면 모르겠는데 12년 전 알리바이를 증명하라는게 말이 되냐. 이 사람은 동해에 살고 범행 현장은 강릉이다. 동해에서 이 사람이 쓰던 테이프가 누군가에 의해 범인에 의해 현장에 올 가능성은 없느냐 의문을 던진거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에 정씨에게 유죄를 선고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범인일까, 기이한 우연으로 누명을 쓴 사법피해자일까.

프로파일링은 사건 현장을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프로파일러 권일용은 사건 발생 시간과 비슷한 시간대 마을 입구에서 동네를 지켜봤다. 그는 "걸어서 이동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장소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특별이 여기를 목적으로 오기 보다 이동하는 동선에서 피해자를 목격했을 가능성을 생각해봐야 한다. 범죄 의도를 가지고 있든, 범죄 성향이 있든 피해자를 목격하고 따라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의 집 위치에 대해 "범죄 행위를 할 때 누가 이동을 하는지 충분히 바라볼 수 있는 가장 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다른 집은 바로 노상에 출입구가 있거나 담장이 낮아 범행 중 누가 목격할 가능성이 있는데 여긴 그런 가능성을 배제한 장소다"고 분석했다.

프로파일러가 주목한 것은 현장 사진에 나타난 금품을 뒤진 흔적. 권일용은 "범죄 경력이 있는 행동이다. 아래부터 여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빠른 시간 안에 물색한 흔적이 사진상으론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는 고령이다. 저항하기 어려운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폭력이 행사됐다는건 목적을 가진것이다. 귀금속이나 현금 같은 물건들을 어디에 숨겨놓았느냐 추궁할 때 가장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준비하지 않고 범행에 써야겠다고 판단해 즉흥적으로 선택한 도구로 보인다. 테이프로 결박했음에도 피해자의 저항이 더 거세진다든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자기 마음대로 피해자를 통제하지 못한 상황에 분노의 감정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이중 결박에 대해서도 말했다.

이수정 교수는 "폭행해 제압한 후 테이프로 급한대로 감고 움직이지 못하고 케이블로 다시 감은거다. 저항하지 못하게 만든거라고 보인다. 왜 목졸라 죽이지 않았을까 하는데서 범행 동기를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지선 교수도 "살아있든 죽어있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건의 목적은 살인이 아니고 강도가 주된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아는 사람이었다면 직접적으로 목을 조른다거나 도구를 써 확실히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음을 확인하고 현장을 떠났을 것 같다. 면식범일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프로파일러와 이수정, 박지선 교수 모두 범인이 비면식범일 가능성을 더 높게 봤다. 범인이 가져간 것은 금반지와 금팔찌 뿐이었다. 3,000만원이 들어있던 통장과 도장, 현금은 왜 가져가지 않을걸까. 갑작스럽게 침입자와 마주했다면 돌아가신 장씨 할머니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아들은 "와일드 했다. 엄마가 한마디 했든가 몸싸움을 했을거다"고 말했다. 일부러 가져가지 않은 것이 아니라 오랜 추궁에도 불구하고 이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 하나는 테이프이다. 테이프는 집에 있던 것일까, 외부에서 들어온 것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테이프의 출처가 중요한 이유는 쪽지문의 주인은 정씨가 피해자의 집에 왔었는지 없었는지를 판단할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집에 있던 테이프라면 할머니 외의 지문 주인공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 테이프는 과거 서통화학, T사 제품으로 보인다.

할머니 집을 자주 왕래했던 이웃 주민은 장씨 할머니가 먼지 부착용으로 테이프를 늘 사용했다고 밝혔다. 늘 쓰던 물건이라 손이 쉽게 닫는 거실에 뒀다고. 13년 전 테이프의 유통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T 테이프 회사 측은 "다른 회사 제품보다 우리 회사 제품이 조금 더 비싸다. 많이 돌아다니지 않았을거다. 대형마트나 B2B 쪽으로 주로 거래되고 일반 문방구에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상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유제설 교수는 "지문은 손 땀구멍에서 나오는 땀에 의해 더 강하게 현출된다. 지문이 남겨졌을 때는 손이 촉촉하다 할 만큼의 땀이 있었던 상태였을거다. 범행현장에서 긴장하면 땀이 나고 지문이 남을 확률은 더 높다. 장갑을 안 낀 상태에서 일정 시간 동안 거기서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이 현장에 지문을 남기지 않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험결과 왼손잡이는 모두 왼손 장갑을 벗고 테이프를 만졌다. 그러나 오른손 잡이 중에서는 왼손 장갑을 벗는 경우가 발생했다. 정씨는 오른손잡이었다.

프로파일러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것은 쪽지문 외에도 더 있었다. 결박한 매듭의 형태다. 전문가들은 "평상시에 하던 숙달되고 익숙한 매듭이 범죄현장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여러군데 매듭에서 비슷한 형태의 매듭이 반복적으로 보인다. 이런 것들은 습백이라고 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산악 전문가는 범인의 매듭에 대해 "이런 매듭법을 사용하는 사람을 본 적 없다. 어떤 직업군으로 분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내 생각엔 많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작진 역시 이런 매듭을 쓰는 직업군을 찾기 쉽지 않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정씨에게 범행 현장 사진을 보여주지 않고 매듭을 묶어봐달라고 부탁했다. 전문가는 정씨의 매듭을 본 후 "이렇게 보기에는 유사해 보이지만 동일한 매듭은 아니다"고 말했다.

장씨 할머니 사진을 정씨에게 보여주자 정씨는 "이분이? 나이 더 먹었던 것 같은데. 돌아가진 사진 보여줬는데"라고 말했다. 그리곤 "그 여자분이, 그 사람이 다 시인했다고 한다. 내 앞에 잡힌 그 사람인지 시인 다 했는데 번복한거다. 그래서 풀려난거다"고 묘한 말을 남겼다. 초동 수사 당시 장씨 할머니를 죽였다고 자백까지 했던 여성이 있다는 것이다.

13년 전 이 사건의 용의자로 자백까지 했던 여성. 경찰은 왜 그녀를 용의자로 지목했었을까. 싱크대 위 설거지가 되지 않은 커피잔에 묻은 립스틱 때문이었다. 립스틱의 주인공은 장씨 할머니와 수양딸처럼 가깝게 지내던 박씨였다. 박씨는 사건 한달여 후에 체포됐고 그녀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가 거절 당해 순간적으로 화가 났으며 할머니의 장신구는 강도로 위장하기 위해 가지고 나왔다고 했다. 그런데 당시 담당 검사는 박씨를 돌려보냈다. 김완규 당시 검사는 "사건 상황과 박씨 이야기가 안 맞았다"고 말했다. 폭행하고 결박했다고 보기에 용의자 박씨는 장씨 할머니보다 왜소했고 범행 도구도 일치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씨가 버렸다는 곳에서 금반지, 금팔찌도 발견되지 않았다. 게다가 커피잔 립스틱도 박씨와의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았다.

김완규 검사는 "스님이 찾아왔다고 한다. 스님이 그 죽은 할머니가 이 집 막내아들을 노리고 있다. 당신이 빨리 경찰서에 들어가지 않으면 아들이 죽는다, 빨리 들어가라. 그 직후 경찰이 집에 찾아왔고 아들을 살리기 위해 허위 자백했다고 했다"고 밝혔다. 박씨를 찾아온 비구니 스님의 정체는 더 놀라웠다. 박씨를 최초로 긴급체포한 전 모 형사의 누나였던 것. 박씨는 이후 혐의를 계속 부인했고 거짓말탐지기에서도 진실반응이 계속됐다.

하지만 여전히 동네에서는 박씨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동네를 떠난 박씨 부부를 찾았다. 박씨는 "오죽했으면 집 버리고 옷 한벌, 양말 한짝 챙기지 못하고 이렇게 나왔겠냐. 내가 얼마나 가슴이 터지는 줄 아냐"고 억울해 했다. 박씨가 허위자백을 한 것은 무당, 비구니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그때는 날 사람 취급도 안해서 버틸 수가 없었다. 법에서 가려주겠지 하고 들은대로 거짓말을 했을 뿐이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날 가지도 않았고 커피잔에 뭘 마시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박씨가 범인으로 몰렸던 이유는 경찰이 초동 수사에서 범인을 면식범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경찰은 왜 오랫동안 면식범으로 확신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초동 수사를 했던 경찰들을 찾아갔지만 예상 밖으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누나인 비구니 스님까지 동원했던 경찰은 퇴직 후 연락이 닿지 않았다. 13년이 지난 지금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언제쯤 들을 수 있을걸까. 아들은 "박씨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함정 수사를 했다. 사건이 3~4년 지난 다음에 나한테 그러더라. 내가 따지니까 형사가 하는 이야기가 우리가 초동수사에 미비했던 건 인정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객관적인 물증보다 사건의 정황, 개인의 직관에 집중한다면 과학수사가 발달한 2018년에도 똑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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