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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군인에 강간 당한 광주 소녀들의 비극(종합)
2018-05-13 00:17:12


[뉴스엔 이민지 기자]

5.18을 지우기 위한 신군부의 움직임은 집요했다.

5월 1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보안사령부와 광주 505 보안부대가 주도해온 5.18 은폐, 왜곡 시도와 사찰, 성폭행 피해 여성들의 숨겨진 목소리를 공개한다.

괴담처럼 내려오는 실화가 있다. 1980년, 광주 한 여고에서 벌어진 일이다. 3학년 오정순(가명) 양, 2학년 권선주 양은 같은 학교를 다녔지만 서로 알지 못했다.
중간고사 공부를 했던 정순 양은 자취방이 아닌 고향 집 앞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함께 자취하던 친오빠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찾으러 나섰다는 정순씨. 다시 나타난 그녀의 모습은 달라져 있었다. 알 수 없는 혼잣말을 하기도 하고 갑자기 난폭해서 물건을 부수는 등 이상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치료도 소용 없었다. 어머니는 "나아서 있었는데 분신해버렸다. 불이 붙어서 나왔다. 화장해서 영산강 물에 띄웠다"고 밝혔다. 6년 뒤 일이었다.

불과 하루 차이를 두고 같은 학교 여학생 두명이 비슷한 일을 겪었다. 정순씨 학교 후배인 선주 씨는 공부를 잘해 어려운 형편에도 광주로 진학했다. 그러나 어느날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 병원에 실려왔다. 자취집 주인이 길에 쓰러져 있던 것을 발견하고 병원에 데려간 것이다. 이웃 주민들은 당시 선주씨의 이상 행동에 대해 이야기 했다. 선주씨 어머니는 "병원에 가 있는데 막 헛소리를 하면서 얼굴이랑 사방 온 군데가 피로 난장판이 돼 있고 뭐로 때렸는지 다리도 흉터가 크고 손목도 묶었는지.. 달라져버린게 아니라 아주 미쳐버렸다"고 말했다. 선주씨는 지금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선주 씨는 "그때 완전 정신을 잃어버렸다. 아무것도 모른다. 38년째 정신과 약을 먹고 있다. 갈수록 더 무섭고 힘들다"고 말했다.

선주씨와 정순씨 학교와 불과 3km 떨어진 곳에 있는 여고 2학년 학생 최혜선(가명)씨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 평소 하지 않던 운동을 하더니 결국 학교를 그만뒀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정신과 약을 먹는다는 최혜선 씨는 "기억이 없다. 기억에서 지워져 버린 것 같다. 학교를 안 다녀버렸다. 차에 뛰어들기도 하고..살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의 이상한 병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세 사람은 모두 광주 지역의 여고생이었고 일을 겪은 시기가 비슷하다. 5월 19일과 20일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었던 바로 그 시기다. 신군부 독재에 반대하기 위해 시민들이 저항한 운동이다. 군은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정수만 5.18 유족 전 회장은 "5.18 이후 정신분열로 어렵게 생활한 분들이 120여명 되더라. 고등학생들이다. 우리도 깜짝 놀랐다. 이 사람들이 왜 정신질환을 알게 됐나에 대해 궁금할 수 밖에 없다. 어린애들인데.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999년 최혜선씨의 면담 녹음기록을 찾았다. 면담에서 혜선씨는 "학교에서 일찍 가라고 하더라. 집에까지 걸어갔다. 다른 사람들 셋이 있었는데 아줌마들이었다. 차로 실려갔다. 맞고 육체적으로 당했다. 정신이 없었다. 처음 경험이고 나이도 어리니까 뭐 어떻게 된지도 모르고.."라고 말했다.

그날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당했는지 속단할 수 없지만 내용을 보면 누군가가 집으로 가던 미성년자를 강제로 차에 태워 인적이 드문 야산으로 끌고간 것이 된다. 최혜선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 "편안하게 집에 있었다. (납치당하고) 그런 것이 없었다. 내 친구들한테 물어봐라. 깨끗하다"며 녹음내용을 부인했다.

최혜선씨의 과거 검찰 진술 내용을 확보했다. 최혜선씨는 "군용 화물차 한대가 와서 군인들이 내려 총을 대면서 차에 타라고 했다. 아줌마들이나 나나 울면서 내려달라고 사정했는데 총을 들이대면서 산 속으로 데려갔다. 우리가 반항하자 발로 머리를 차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해 울면서 당했다. 계엄군의 복장은 얼룩무늬였다"고 검사에 말했다. 가해자는 5.18 당시 광주에 주둔하던 계엄군이었다. 진료기록에도 성폭행 피해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최혜선씨는 검찰 진술 내용도 부인했다.

정순 씨 사망 2년 뒤 어머니가 딸이 겪은 비극에 대해 경찰에 진솔한 내용도 확보했다. 어머니는 "딸의 행동이 이상해 같이 잠을 자면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하니 군인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처녀막을 원상회복할 수 있냐고 물어봐 운동을 심하게 하면 처녀막이 터질 수 있으니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정순씨의 어머니도 "기억에 없다"고 부인했다.

심리전문가 김태경 교수는 "회피 반응이 많았다. 이분의 부정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라는 쪽이 가깝다. 5.18이 포함된 사건들이 이전의 삶과 너무나도 극명하게 다른 삶의 시작이었던거다. 이런 일들을 입에 담는게 너무 고통스러운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순 씨의 분신자살에 대해 "분신자살은 고통스럽다. 자기처벌적인 성격이 강하다.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죄책감을 갖는다. 일종의 자기 혐오, 아니면 온전히 여기서 사라지고 싶은 충동도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신과 전문의는 "말씀하시는게 이미 망상 체계로 굳어져서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상태가 아닌가 생각된다. 본인이 가해자에 대해 더올리거나 분노의 마음을 가질 수 조차 없는, 그 부분을 완전 억압한 상태에서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좀 더 가깝고 덜 위험한 사람에게 분노를 돌리는거다"고 분석했다.

이 소녀들의 인생을 비극으로 몰아넣은 가해자는 누구일까. 5.18 당시 11공수 부대원 이경남 씨는 "소문이 많았는데 알 수 없다. 수천명의 군인들이 광주 시내에서 흩어져서 진압작전을 하는데 어떻게 통제가 되냐"고 말했다.

작전명 화려한 휴가. 작전에는 7공수여단을 시작으로 11공수여단, 3공수여단 보병 24단이 투입됐다. 당시 여고생들의 피해지역과 대비해 전문가는 7공수여단 33대대 요원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11공수여단 역시 언급됐다.

당시 신우식 7공수여단장, 최웅 11공수여단장은 이사를 갔거나 답이 없었다. 7공수부대원과 연락이 닿았다. 그는 "부녀자를 이런건 상황상 있을 수가 없다. 트럭으로 이동해서 어느 지점에 내려놓고 완료가 된 그 트럭을 타고 동시에 이동하고..개인적으로 부대를 떠나는 상황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80년 5월 22일 당시 22살이었던 임순자(가명)씨는 새벽기도를 위해 나갔다. 순자씨는 군인에게 끌려간 뒤 몇시간이 지나 집으로 돌아왔다. 한동안 방에서 나오지 않던 그녀는 이후 가출을 반복했다. 대구 복지시설에서 발견된 적도 있다. 그녀는 유독 남성을 무서워했다고 한다. 임순자씨는 지금도 정신병동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순자씨 주치의는 "내가 물어보니까 자기가 죽였다고 하더라. 아빠를 죽였다고. 라디오를 듣고 있는데 자기 아버지가 뺏어서 쫓아가서 때렸는데 돌아가셨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된 피해자들은 수사 기관에 자신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렸고 그 기록이 문서로 남아있다. 어떻게 그동안 본격적인 문제제기가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고, 왜 피해자가 고통 속에 살아야 했을까.

국방부 5.18 특조위에 제출된 기무사의 비밀 문건 8천여 쪽. 이 문서들 안에 그동안 감춰졌던 새로운 사실과 피해자의 고통이 더디게 밝혀지고 있는 이유들이 있지 않을까.

당시 전두환 사령관이 이끌던 육군보안사령부, 그 중에서도 광주 전남지역을 전담한건 505 보안부대다. 5.18 당시 근무한 부대원은 "하늘의 별도 딸 수 있는 엄청난 파워를 가졌었다. 일개 중사 상사들이 그냥 군수 알기를 발바닥의 때만큼도 안 알았다. 현직검사를 영장 없이 연행할 정도로 무소불위의 권력이 있었다. 이미 항거 능력이 없는 붙들려온 사람도 구타하는걸 보니까 인간이 인간한테 자행할 수 없을 정도의 참혹한 고문도 있었다. 죽은 사람들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5.18 특조위가 기무사로부터 넘겨받은 군내부문건에는 군이 5.18에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알 수 있다. 1985년 특별보고 문건에서 '5.18 유족순화사업'이라는 서류와 물빼기 작전이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든든한 장남 전영진씨의 죽음은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군부정권에 항의하는 투사로 만들었다. 아버지는 미행, 사찰을 당했다. 물빼기 작전은 5.18 피해자들과 유가족을 관리하는 작전이었다. 감금을 당한 유가족도 있었다. 유가족들은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광주에 방문할 때는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었고 행선지도 모르는 곳으로 끌려가기도 했다. 유가족들끼리의 모임도 방해했다.

기무사 문건 안에는 505보안부대가 5.18 유족을 성향별로 나눈 사실도 남아있다. 온건유족에게는 혜택을 줬다. 극렬성향은 세 등급으로 나눴다. A급은 강경유족, B급은 정부에 불만을 가지고 있고 집회 참석을 자주 하는 사람, C급은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이다.

물빼기 작업에는 안되는게 없었다. 80년대에는 프로야구 경기도 물빼기 작전의 수단으로 이용됐다. 해태타이거즈에서 활약했던 야구선수 김성한 해설위원은 "광주에서 오랫동안 5월 18일엔 경기가 없었다. 선수들도 당연히 일정을 안 잡을거라고 규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82년부터 전두환, 노태우 기간 동안 5월 18일엔 광주에서 야구경기가 열리지 않았다.

김성한 해설위원은 "몇년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주경기로 급하게 한번 변경된건 기억이 난다. 광주게임인데 부랴부랴 전주로 옮겼다. 5월18일에 여기서 경기 일정을 안 잡아야 하는데 경기 일정을 짜는 사람이 순간적으로 착각했을거다. 누군가에 의해서 경기 일정을 옮겼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1986년 광주로 예정돼 있던 해태 팀 경기 일정이 3일을 앞두고 전주로 옮긴 것이 확인됐다.

유족을 분열시키는 계획도 실현했다. 5.18 유족회 해체가 목표였다. 강경 유족회원들의 분열을 일으켜 싸우게 했고 온건유족들에겐 더 혜택을 줬다. 5.18 유족을 탄압하기 위한 505 보안부대 작전은 은밀하고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5.18 당시 505 보안부대에서 근무한 사람들을 찾아나섰지만 해당 내용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다"며 부인했다.

5.18 관련 공작들에 대해 관련없고 모르는 내용이라 부인했지만 서모 중령이 잘 알고 있을거라고 말했다. 5.18 당시에는 505부대 대공과장이었던 서 중령은 5.18유가족 사찰과 와해 공작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그는 사찰 책임이 자신으로 향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그는 "우리는 할 때 활동한 사람들을 데려다가 수사를 해가지고 그 수사한 사람들의 성격이 A급이냐 B급이냐 C급이냐 분류하는 것 외에는...사찰도 어디서 했는지 모르겟지만 우리가 어떻게 하냐. 수사하는 것도 힘에 부치는데"라고 말했다.

이어 "난 폭동이라고 본다. 자유화 물결이 아니다. 자유화 물결 같으면 왜 폭동을 하냐. 계엄군이 시민들을 쏴죽였다고? 말장 거짓말이다. 역사를 보란 말이야. 민중이 일어나 데모를 했다. 군인이나 경찰이 진압했을 경우에는 정당화 되는거다. 홍경래도 자기 나름대로는 정의가 없나? 정부 군에 의해 진압됐으니 난이다. 역사적 관점에서 봐라. 아무리 자기가 잘해도 정부군에 의해 진압되면 난이다"며 5.18에 대해 폭동이라고 주장했다.

1987년 작성된 광주사태 해결방안 검토라는 제목의 기무사 문건에는 '정확한 진상규명은 사실상 불가. 광주사태의 진상규명 불필요. 역사에 커다란 흐름에서 볼 때 광주사태는 역사적 사건에 불과. 사죄의 여부가 해결의 관건이 될 수 없음. 사태의 진상규명 역사적 평가는 최대한 유보하며 탄력적으로 대처한다'고 나와있다. 죄책감, 책임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5.18을 지우기 위한 505 보안부대의 충성스러운 공작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5.18 때 아들을 잃은 한 유족은 "81년도에 안기부에서 제사를 지내지 말라고 전화가 왔다. 추도사 읽었다고 딱 잡아가 버렸다"고 말했다. 전두환 정권은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고인을 추모할 기회도 빼앗았다. 2주기가 돌아올 무렵 유족들 사이에서 소문이 돌았다. 5.18 희생자들의 묘지를 이장하면 돈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묘지 이장을 반대하는 강경유족들과 찬성하는 온건유족들이 갈등을 겪었다. 기무사 문건에도 '비둘기 시행계획'에 대해 나온다. 유족이 묘지를 중심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니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가 심어있었다. 기획은 505 보안부대가 했고 다른 곳으로 묘를 이장하면 큰 금액의 위로금을 줬다.

사업을 담당했던 단체 관계자는 자신들이 순수한 민간업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묘를 이장을 한 유족은 "시청 국장, 경찰서 담당자 등 여러 경로로 해서 일주일 한번씩 집으로 찾아왔다. 아버님이 교육공무원이었는데 불이익을 준단는 식으로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고 밝혔다. 묘지 이장 사업을 담당했던 전남지역개발협의회 관계자는 "우린 도청 계획에 의해 움직인거다. 우리가 어떻게 도를 코치하겠냐. 그래서 그만둔거다"고 말했다. 순화책임관청이었던 당시 전남도청 내무국장은 "난 관여 안했다. 모른다"로 일관했다.

비둘기 시행 기획의 가장 윗선을 알 수 있는 문건을 발견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보고를 받았고 도지사가 대통령과 면담했다고 나온다. 당시 전남도지사는 "내가 별로 그때의 기억이 없다"로 일관했다.

일각에서는 전두환 정권이 묘지 이장에 열을 올린 또다른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한할 때 망월동 묘지를 찾아 유족을 위로할 것이라는 설이 있었던 것. 교황이 방문했을 때 문제가 더 불거질까 염려한 것으로 보인다.

5공화국 당시 보도지침에 충실한 보도순환 문건을 작성한 기자들은 "당시 보도지침 기억나는게 없다", "505가 무슨 부대냐. 전혀 모른다" 등 반응을 보였다. (사진=SBS &



#039;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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