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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와치]‘라이브’ 노희경의 힘, 결핍 껴안아 인간애를 말하다 지연주 기자
지연주 기자 2018-04-09 18:21:24


[뉴스엔 지연주 기자]

노희경 작가가 만들어 낸 여러 캐릭터에는 모두 사람 냄새가 난다. KBS 2TV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똑똑하고 정 많던 정지오(현빈 분)는 지독한 열등감에 시달렸다. SBS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외모, 능력 등 하나도 빠지지 않았던 장재열(조인성 분)은 조현병을 앓았다. 캐릭터의 사람 냄새를 만드는 것은 각각이 지니는 결핍이었다.
노희경은 완벽한 듯 보이는 캐릭터에 결핍을 한 가지씩 더하며 동료 혹은 연인에게 기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게 노희경이 말하는 '인간애'였다. 노희경은 tvN 주말드라마 '라이브'(극본 노희경/연출 김규태)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인간애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사랑보다 배신을 먼저 배운 정유미

"한정오 냉정한 애야" 김한표(김건우 분) 순경은 한정오(정유미 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한정오는 차갑고 이기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자존심이 강해 자신이 맡은 업무는 똑소리 나게 해내고 마는 악바리 근성도 지녔다. 그녀의 차갑고 냉정한 성격은 아버지로부터 비롯됐다. 한정오의 아버지는 공황장애를 앓는 아내와 딸 한정오를 버리고 돌아섰다. 그렇게 한정오는 아버지의 사랑보다 배신을 먼저 배웠다. 부모에게 의지하는 방법보다 홀로 남은 어머니를 보호해야 하는 법을 터득했다. 한정오의 어린 시절이 곧 그녀의 결핍이 됐다.

노희경 작가는 한정오 곁에 최명호(신동욱 분) 경장을 세워둠으로써 그녀가 결핍을 딛고 성장하도록 만들었다. 최명호는 한정오가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곁에 있어 줬다. 살인사건 현장을 처음 마주한 한정오에게 "술을 마시는 대신 음악을 들어라"라고 조언해준 사람도 최명호였다. 테이저건을 임산부에게 잘못 쏴 죄책감에 시달렸던 한정오에게 "임산부와 아이 모두 괜찮다"고 넌지시 일러준 것도 최명호였다.

한정오는 최명호에게 의지하면서 '함께 걸어가는 행복'을 배워나가고 있다. 한정오는 최명호를 통해 한 사람에게 의지한다는 것이 결코 민폐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정오와 최명호는 '라이브' 10회에서 처음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이 꼭 잡은 손만큼 한정오가 자신의 결핍을 극복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사랑을 주는 방법에 대해 몰랐던 배성우

'라이브'에서 가장 특이한 캐릭터를 꼽자면 바로 오양촌(배성우 분)이다. 오양촌은 매사 분노로 가득한 인물이다. 그는 시보 경찰들의 무능력함에 쓴소리를 늘어놨고, 급작스럽게 이혼을 선언한 아내 안장미(배종옥 분)에게 분노했다. 오양촌은 젊은 시절 폭력적이었던 아버지가 어머니의 연명 치료를 끊어 버리려고 하자 화를 냈다. 오양촌의 비뚤어진 인간관계는 결핍된 애정 관계에서 시작됐다. 오양촌이 분노를 표출한 대상들이 역설적이게도 그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오양촌은 염상수(이광수 분)를 포함한 시보 경찰들에 애정이 많다. 그러나 사랑을 주는 방법을 알지 못해 잘못된 방법으로 표출했다. 그는 다친 염상수를 걱정하면서도 그에게 위로보다 따끔한 잔소리를 더했다. 오양촌은 이혼을 선언한 안장미에게도 여전한 사랑을 고백하기에 앞서 "네가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야"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노희경 작가는 안장미를 끝까지 오양촌 곁에 머물게 하면서 오양촌의 결핍을 채웠다. 안장미는 이혼했음에도 오양촌의 곁에서 사랑을 줬다. 그녀는 사수의 죽음에 힘들어하는 오양촌에게 "넌 남편으로선 별로여도 훌륭한 경찰인 건 맞아. 사건 아닌 사고까지 네가 어떻게 다 책임져. 호철 선배 일 네가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위로했다. 이처럼 안장미는 오양촌에게 사랑을 주는 방법에 대해 몸소 알려줬다. 앞으로 안장미의 행동이 오양촌의 성격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시간 앞에 무능력한 이얼

'라이브' 10회에서 시청자를 눈물짓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이삼보(이얼 분) 경위였다. 이삼보는 정년을 100일 남짓 남겨둔 60세 늙은 경찰이다. 그런 이삼보의 부사수로 송혜리(이주영 분) 시보 순경이 맺어졌다. 송혜리는 성과를 쌓아 지구대장을 맡는 게 목표다. 때문에 늙은 이삼보가 자신의 사수로 배정된 데 불만이 많았다. 이삼보는 일진 학생에게 보복폭행을 당했고, 폭행 동영상이 공개되자 자괴감에 빠졌다. 지구대장 기한솔(성동일 분)은 "형님 우린 혈기왕성한 애들한테 안 돼. 근데 우리에게 동료가 붙으면 달라지지. 형님 우린 혼자가 아니야. 동료가 있어. 이번 일은 동료에게 맡기세요"라고 위로했다. 송혜리 역시 이삼보의 휴대전화에 자신의 이름이 '내 마지막 시보'라고 저장된 것을 발견하고 죄책감에 눈물을 흘렸다.

이삼보에게 결핍이란 '젊음'이었다. 노희경 작가는 늙은 그에게 동료 기한솔과 그와 함께 하는 젊은 후배 송혜리를 붙였다. 이삼보는 기한솔의 위로를 통해 흘러가는 시간 앞에 '젊음'을 잃어버린 대신 '동료'를 얻었음을 깨달았다. 뿐만 아니라 이삼보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송혜리를 가르치면서 세월이 그에게 준 경험과 연륜의 소중함도 알게 될 것이다.

이처럼 노희경 작가는 '라이브' 속 결핍된 인물들을 통해 인간애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녀가 인물의 결핍을 채우는 방법은 '유대'와 '연대'였다. 결국 노희경은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갈 때 비로소 인간답게 살 수 있음을 강조했다. 앞으로 그녀가 펼쳐낼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사진=tvN '라이브' 캡처)


뉴스엔 지연주 pla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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