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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와치]‘키스 먼저 할까요’ 녹슨 중년의 로맨스가 박수받는 이유 지연주 기자
지연주 기자 2018-03-12 15:27:38


[뉴스엔 지연주 기자]

모든 사람에게는 '한때'가 존재한다. 존재만으로 빛나는 아우라를 뽐냈던 그 시절.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극본 배유미/연출 손정현)는 전성기를 가졌던 이들의 로맨스를 그렸다. 특이한 점은 전성기 시절의 연애가 아닌,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시절의 연애를 담았다는 것이다. 반짝이기는 커녕 녹슬고 거칠어진 이들의 로맨스는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광고기획자인 손무한(감우성 분)과 스튜어디스였던 안순진(김선아 분)에게는 화려한 시절이 있었다. 이미라(예지원 분)의 말처럼 손무한은 한때 '월척'이었던 남자다. 이미라는 "천재였대 광고천재. 카리스마 팍. 아우라가 퐈아. 간지좔좔. 귀티작렬. 그 사람 입김 한방이면 나는 새도 떨어뜨렸단다. 한때는"이라고 손무한을 설명했다. 손무한은 누구보다 잘나갔던 광고기획자였지만, 현재는 아내에게 이혼당한 후 개와 사는 독거남이다. 회사에서는 후배들이 발표하는 동안 낙서나 끄적이는 꼬장꼬장한 상사가 됐다.

안순진도 마찬가지다. 안순진은 20년간 승진도 못 하고 평 승무원으로 근무했지만 업무만큼은 베테랑이었다. 진상손님부터 위급한 사고까지 깔끔하게 대처하는 안순진의 모습은 20년간 쌓아 올렸던 그녀의 노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안순진의 자부심이었던 붉은 색 스튜어디스 복장은 1회부터 망가졌다. 현재 안순진은 사채업자에게 쫓기고, 남편을 빼앗아 간 백지민(박시연 분)을 상사로 모셔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찬란한 청춘을 보낸 사람들이 병든 중년이 됐다. 결혼에 실패했고, 경제적 어려움에 허덕였으며, 불면에 고통받았다. 둘은 서로의 불행을 나열했다. 손무한은 "난 사랑한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안순진은 "난 진심으로 웃어본 적이 없어요. 다 가식, 가증이에요"라고 응수했다. 시청자는 손무한과 안순진의 굴곡진 인생에 위로받았다. 오롯이 자신만 실패한 것이 아니었다는 안도감과 타인에게 나 역시도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까지. 중년의 로맨스가 반짝이지 않아도, 시청자의 박수를 받는 이유다.

2006년 SBS '연애시대'에 출연했던 감우성은 "연애란 내일을 기다리게 하고, 미래를 꿈꾸며 가슴 설레게 하는 것"이라 말했다. 2005년 MBC '내 이름은 김삼순'에 출연했던 김선아는 "또 누굴 좋아하는 내가 너무너무 끔찍해. 내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연애가 괴로울 만큼 가슴 설렜던 30대를 지나, 40대가 됐다.

2018년 '키스 먼저 할까요'의 감우성은 "나랑 7번만 자요. 우선 지금은 키스 먼저 합시다"라 말했고, 김선아는 "'자러 올래요?' 그 말이 이렇게 따뜻한 말인지 몰랐어"라고 답했다. 둘의 대화가 여느 연인처럼 풋풋하거나 달콤하지는 않았지만 그 안에 담긴 연민과 위로가 시청자의 눈시울을 적셨다.

'키스 먼저 할까요'는 손무한과 안순진을 통해 사랑이 뜨거운 설렘이 아닌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성기를 뜨겁게 보낸 청춘들이 미지근한 중년이 됐듯 말이다. 시청자는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선물 받았다. 앞으로 두 사람이 선사할 따뜻한 사랑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SBS &



#039;키스 먼저 할까요' 캡처)


뉴스엔 지연주 pla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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