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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대한청소년개척단과 민정식, 분노 유발 충격실화(종합)
2018-03-04 00:13:15


[뉴스엔 이민지 기자]

대한청소년개척단, 민정식 단장과 정부의 도둑질이 분노를 유발했다.

3월 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대한청소년개척단에 대해 파헤쳤다.

충남 서산의 한 마을 주민은 "지금 현재 공동묘지 자리가 원래 공동묘지가 아니었다. 전부 개인적인 산이 있었고 거기만 면산이라고 했다. 국가의 땅"이라고 말했다. 나라 땅이 묘지로 변하기 시작한건 50여년 전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수상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 죽은 사람들을 묻고 갔다. 죽지 않고 끙끙 앓는 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 산 송장과 죽은 송장, 정체 모를 시신들로 산은 죽음의 땅으로 변해갔고 괴담도 늘어갔다.
지난 1981년 이곳을 공원묘지로 조성하면서 괴담의 실체가 드러났다. 마을 주민은 "공사하는데 뼈가 많이 나왔다. 뼈가 많이 나오더라. 한군데 다 담아서 합동으로 묻었다"고 말했다. 그 뼈의 주인은 누굴까. 공원묘지에는 커다란 봉분이 있다. 비석에 새겨진 글귀는 무연총. 이 산에서 발견된 수백구의 정체모를 유골이 합장된 곳이다.

7,600개가 넘는 묘 중에 6개에 불과한 무연총의 사연. 지역 주민들은 이곳에서 묻힌 유골이 어디서 왔는지 알고 있었다. 공원묘지에서 내려다보이는 충남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 3구였다. 과거 그곳은 섣불리 이름을 입에 올릴 수 없는 금단의 땅이었다.

이곳이 개척단이라 불리게 된건 1961년 무렵, 어느날 외지에서 수백명의 사람들이 몰려와 산을 깎아 터를 다진 후 마을을 조성했다. 20대 초반의 젊은 남자들이었고 모두 같은 옷을 입고 있다. 대한청소년개척단이었다. 이들은 무연총의 숱한 죽음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얼마 남지 않은 대한청소년개척단 사진에는 예상 밖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젊은 남녀가 한데모여 합동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이다.

개척단은 이곳에 와 말 그대로 개척, 바다를 막아 땅을 만들었다. 당시 부랑아와 폭력배 출신이자 이곳에 와서 마음을 잡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마을 주민들은 그러나 "개척단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했다", "개척단 사람들 온다고 하면 애들도 울음을 그친다고 했다", "잡혀가면 죽을지도 모르니까 가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었던 탓에 흉흉한 소문만 무성했다. 그리고 무연총 속의 유골들이 개척단 사람들이라고 한다.

부랑아들의 희망찬 보금자리로 소개됐지만 지역 주민들에게는 죽음의 무법지대로 알려졌던 대한청소년개척단, 그곳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이곳에서 합동결혼식을 올린 사람은 350쌍, 남녀 700명이다. 최소 700명 이상이 이곳에서 생활했다는 의미이다. 당시에도 지금도 작은 규모가 아님에도 지금까지 이들에 대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지역주민들의 주장처럼 이곳에서 산을 뒤덮을 정도로 많은 시신이 나왔다면 조사가 이루어졌어야 한다. 하지만 개척단에서 죽은 사람들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 결과는 없다. 매일같이 사람들이 죽어나갔다는 말은 그저 소문과 괴담에 불과할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사망한 대한청소년개척단의 유족을 만났다. 김막동 씨는 "형이 돈 벌어서 공부시킬테니까 열심히 하라고 했다. 당시 남대문 중림시장에서 농산물 장사를 했다"고 회상했다. 일본에 징용을 갔다 기적적으로 살아돌아온 후 동생들을 위해 열심히 살았던 형. 마지막 소식을 받은건 1962년이었다. 김막동씨는 서산 개척단에 있다는 편지를 받았다.

75년 개척단에 적힌 주소로 형을 찾아간 김막동 씨는 형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김막동 씨의 형이 도망치려던 개척단원을 구하려다 총을 맞고 사망했다고 했다. 시신도 어디에 묻혔는지 모르고 왜 죽었는지도 모른채 30년간 형의 죽음을 가슴에 묻어뒀다.

그러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진실하해위원회가 시작됐다. 김막동 씨는 그 내용을 적어 접수했다. 접수 1년만에 겨우 조사가 시작됐지만 밝혀진 사실은 거의 없었다. 당시 조사관은 "관련 자료가 없었다. 사람들이 대부분 없더라"고 말했다. 또 "김막동 씨는 거기서 도망 나오다 지키는 사람한테 총에 맞아 죽었다고 이야기 했다. 주민들, 그때 만나본 사람들 이야기로는 거기 지키는 사람들이 총 들고 그런건 아니었다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개척단원들 말 외에는 별다른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사실이 있다. 강제 수용과 강제 노역이다. 당시 언론은 개척단 사람들이 모두 부랑아라 했지만 김씨의 형처럼 억울하게 끌려간 사람이 있음이 처음 입증된 것이다. 그런 억울한 사람들이 김씨의 형 뿐이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개척단에 끌려갔던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은 공통적으로 '후리가리'에 대해 말했다. 경찰이 실적을 위해 강제로 사람을 잡아들인다는 의미의 속어다. 개척단원 대부분이 후리가리로 끌려왔다는 것이다. 심지어 직장에서 야근하고 귀가하다 잡혀간 사람도 있었다.

후리가리는 나이를 가리지 않고 자행됐다. 양조장 집 아들이었던 김광덕 씨는 10살 때 개척단에 끌려갔다. 실제로 당시 개척단에는 김광덕 씨 또래의 어린아이들이 많았다. 어른만큼 일을 할 수 없는 아이들까지 강제로 데려온 이유는 무엇일까. 간부집의 온갖 허드렛일을 한 것도 모자라 개척단 일에도 투입됐다. 구타도 예사였다.

바다와 다름없던 폐염전을 메꾸는게 일이었던 만큼 하루 종일 돌을 날라야 했다는 개척단원들. 인근 주민들은 채찍까지 맞던 이들의 모습을 노예같았다고 기억했다. 먹고 사는 것 역시 노예와 다를 바 없었다. 강제로 일을 시켰지만 노임은 한푼도 없었다. 하루종일 일하고 얻은건 꽁보리밥 뿐이었다. 배고픔은 사람을 짐승으로 둔갑시켰고 먹을 수 있다면 뭐든 입에 집어넣었다. 소가 먹을 것까지 먹어 소가 영양실조에 걸렸고 쥐, 두더지, 개구리 등 잡히는건 다 먹었다고 한다. 몸을 뉠 곳은 군용천막이 전부였지만 그마저도 비좁아 비를 맞고 자기도 했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건 일상적으로 행해진 폭행이었다.

일상이 되어버린 죽음. 당시 그들은 대부분 혈기왕성한 20대 젊은이들이었다. 이들은 왜 도망치지 않았을까. 60명이 넘는 감시조가 20m 간격으로 인간철조망을 만들고 이들을 감시했다. 도주하다 걸려 맞아 죽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사람들이 보는데서 두드려 패 머리가 깨지는 일은 다반사고 죽기도 했다.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사람도 여럿이었고 항의의 표시로 끔찍한 일을 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죽어가는 사람들을 처리한 곳이 개척단 앞의 야산, 지금의 공원묘지였다.

김상중은 "취재를 시작할 때 우리가 가진 의문은 대한청소년개척단을 누가 왜 만들었느냐는 것이었다. 취재 도중 우리는 당시 서산군의 내부 보고용 문건을 찾았다. 이 기록에는 개척단이 61년 11월 14일 보건사회부에서 사회명랑화의 일환으로 전국의 우범자, 출감자, 윤락여성을 폐염전을 개척해 만든 농경지에 입주시킬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적혀있다"고 밝혔다. 국가가 주도한 일이라는 것.

마치 일제강점기 군함도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대한청소년개척단 내에서 자행된 일 중에는 일본 제국주의 수법을 닮은 또다른 범죄가 있었다. 여성단원에게 가해진 폭력이다.

대한청소년개척단에는 강제로 끌려간 여성들이 있던 대기부녀부가 있었다. 여성들은 그 곳에서 잡혀온 사람들과 결혼할 대기를 하고 있던 것이다. 이들이 대기해야 했던 건 결혼만이 아니었다. 개척단 안에서 은밀히 자행됐던 또다른 폭행이 있었다. 당시 개척단 여성들에 대해 윤락여성이라는 낙인이 찍혀있었기 때문에 범죄란 의식조차 없었고 이들이 개척단원과 치른 합동결혼식은 이들이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는 의식으로 홍보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이곳에 있던 여성들을 만나봤다. 오랜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내 제작진을 만난 정화자 씨는 개척단 이야기를 꺼내자 눈물부터 보였다. 지난 50년간 한번도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였다. 그는 "여자들은 다 윤락여성으로 취급했다. 그 누명을 쓸까 싶어서 그러는거다"고 하소연했다.

그녀가 개척단에 간건 1962년 군대에 납품하던 모포공장을 다니고 있던 때다. 요즘 시세로 한달 200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착실히 살던 그녀에게 어떤 남성들이 다가와 솔깃한 제안을 했다고 한다. 세상 물정 모르던 순진한 스무살. 돈을 더 준다는 말만 믿고 올라탄 차에는 이미 열댓명의 여성들이 있었다. 어딘지 모르는 채로 실려간 곳이 개척단이었다. 공장일을 할 줄 알았는데 인간공장에서 감금 당했다고 한다. 외출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이곳에는 통행금지 때 끌려왔고 부모들이 찾아와도 만날 수 없었다.

속여서, 강제로 여성들을 데려온 이유는 단원들과 결혼을 시키기 위해서였다. 결혼날까지 얼굴 한번 못 본 채 강압적으로 이뤄진 결혼식이었다. 무서워서 거절도 할 수 없었다. 당시 도지사와 군수, 경찰서장까지 참여해 성대하게 진행된 결혼식은 주민들 눈에 애달픈 광경이었다고 한다. 이듬해 치러진 두번째 결혼식 역시 쇼에 지나지 않았다. 서울시장의 주례로 225쌍이 결혼했지만 그 중 절반은 이미 결혼한 사람들이었다. 숫자가 안되니 결혼한 사람들끼리 다 간 것이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서산에 오는 도중에 도주한 사람들도 있었다. 일면식도 없는 남녀의 강제결혼, 결과는 불보듯 뻔했다.

정화자씨에게는 국가와 언론이 뒤집어 씌운 윤락여성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침묵하고 살아야 했던 50년이었다. 박준영 변호사는 "말이 안된다. 결혼할 배우자를 선택하는건 아주 기초적인 자유다. 강제로 끌려가서 누군가와 결혼시킨건 엄청난 불법행위다"고 지적했다.

개척단을 만들고 이들을 끌고 온 인물은 개척단 단장 민정식이다. 그는 왜 개척단을 만든 것일까. 당시 그의 나이는 40대 중반. 박정희 대통령 동서라는 소문도 있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민정식의 행적을 찾아 나섰다.

수소문 끝에 민정식 단장과 개척단을 만든 이들을 만났다. 이들에 따르면 민정식 단장은 개척단을 만들기 전 서울에서 대한청소년 기술보도회라는 자동차 정비공장을 운영했다. 정부 관계자가 민정식 단장에게 개척단을 제안했다고 한다.

대한청소년개척단이 생기던 1961년, 박정희 정부는 경제개발 일환으로 국토건설 사업을 시작했다. 부랑아와 걸인들을 강제로 모아 이 사업에 투입시켰다. 따라서 정부는 사업을 맡을 책임자들이 필요했고 그 중 선택된 한명이 민정식 단장이었다. 그리고 그는 정부의 지원금을 빼돌렸다고 빼돌린 돈은 뇌물이 됐다. 부정부패를 감시해야 하는 정부는 민정식 단장에게 인권상을, 부인에게는 착한 어머니상을 수여했다.

개척단 6년만인 1966년 개척단원들은 민정식 단장의 비위를 고발하고 그를 개척단에서 몰아냈다. 처벌 없이 떠났고 그때부터 개척단은 서산군이 직접 관리하는 사업장으로 바뀌었다. 상황은 나아졌을까. 개척단에 남아있던 이들은 민단장이 떠난 후에도 나아진 것은 없었다고 밝혔다. 폭력은 없어졌지만 노동의 강도가 조금도 줄지 않았고 오히려 지원금이 끊겨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또 자신들을 보호해주고 위로해주리라 믿었던 국가가 또다시 이들을 기만하기 시작했다. 민정식 단장이 개척단이 떠난 이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개척단이 처음 왔을 때만해도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었다는 정영철씨. 개척단에서 보낸 6년은 그를 농부로 만들었다. 당시 개척단 사람들이 일군 땅은 250만 제곱미터. 지금은 기름진 농토지만 당시만 해도 쓸 수 없는 땅이었다. 맨손으로 돌을 옮겨와 만든 땅이다. 개척 과정에서 죽은 사람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틸 수 있었던 건 이 땅이 내것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개간만 되면 살기 좋아질거다, 당신들거다'고 했던 높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땅은 그들에게 희망이었다. 그 약속을 믿었던 건 개척단 해체 후 서산군이 나눠준 가분배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산군은 총 335세대에게 가분배증을 나눠줬다. 개간이 절반도 진행되지 않아 농사를 지을 수 없었지만 내 땅이라는 생각에 개척단 시절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국가의 생각은 달랐다. 국가가 관리하던 땅이었고 1970년대에 들어와 등기까지 냈으니 땅 주인은 국가라는 것이다. 10년여의 법정 다툼은 국가의 승리로 끝났다.

강인영 변호사는 "개척단분들이 제출한 증거들에 대해 소극적으로 판단하고, 불리하게 판단하지 않았나"고 지적했고 박준영 변호사는 "국가가 많은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을 신뢰한 국민들, 서민들의 신뢰는 보호가치가 없다고 판단을 내려버린거다. 가혹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안타까워했다.

처음 이들에게 땅을 주겠다 약속한건 민정식 단장이었다. 개척단 초기 민정식 단장의 인터뷰를 보면 그는 이 땅이 국유지임을 알고 있었다. 거짓말을 한 것이다. 서산군 역시 마찬가지다. 서산군의 과거 보고서에 따르면 서산군은 가분배증이 경작권을 인정하는 것이지 소유권을 증명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이 드러나있다.

결국 개척단원들은 2010년 국민권익위에 진정을 했고 권익위는 국가에게 강제노역을 인정하라고 권고했다. 정부는 결국 2012년 권익위의 권고사항을 일부 받아들여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땅을 팔았다. 정영철씨는 20년 상환을 조건으로 땅을 샀다. 정영철 씨는 "1조를 줘도 안 판다. 이건 내 피다"며 눈물을 보였다.

더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본다. 개척단원들은 최근 청와대 앞에 모여 50여년간 담아뒀던 설움과 한을 터뜨렸다. 이들의 사연을 일찍부터 주목했던 영화 '서산개척단' 이조훈 감독은 "이걸 처음 안게 미안하게도 박근혜 정부 때였다. 박정희 정부 때 잘못된 것을 취재해 방송하는게 힘들었다. 그래서 영화로 만들어야겠다 했다"며 5년여간의 촬영을 언급했다.

이들이 처음부터 침묵했던건 아니었다. 과거 이곳저곳 방송사에 말했지만 "이걸 지금 이야기 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군대에서 죽는다"는 말을 듣고 "이건 30~40년 후에야 낼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너무도 많은 것을 잃었던 이들이다. 꿈도 사랑도 가족도 잃었다.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들의 물음에 답해야 하지 않을까. (사진=S



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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