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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딩크’ 박항서 “동남아 개척해 후배 길 열고 싶었다”(일문일답)
2018-02-08 19:13:21


[송도(인천)=뉴스엔 글 김재민 기자 /사진 장경호 기자]

'베트남 축구 영웅'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서의 성공 원동력을 밝혔다.

박항서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은 2월 8일 인천 홀리데이 인 인천 송도 미추홀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지난 1월 중국 장쑤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조별리그 통과조차도 기대하기 않았던 축구 약소국의 반란이었다. 베트남 축구 역사상 가장 큰 업적을 남긴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의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았고 베트남 정부로부터 3급 노동훈장까지 받았다. 부임 3개월 만에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의 히딩크'가 됐다.
박항서 감독은 "이번 대회를 치르며 베트남과 국내에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내가 감독이라는 이유로 베트남에 많은 관심 보내주신 국내 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다음은 박항서 감독, 이영진 수석코치와 진행한 기자회견 일문일답이다.(사진=박항서 감독)

※ 박항서 감독 기자회견 일문일답

- 베트남 간 지 4개월 만에 이런 환대를 받았다
▲ 10월 25일 베트남에 공식 부임했다. U-23과 성인 대표팀을 겸직하기로 돼 있어 11월부터 이번 대회를 준비를 시작했다. 사실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 베트남으로 귀국할 때 베트남 국민들이 큰 환영, 격려를 부담스러울 정도로 받았다. 책임감도 느끼게 되고 앞으로 더 노력해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 승부차기 승리를 만든 원동력은?
▲ 선수와 코칭스태프 간의 조화, 신뢰와 믿음이 컸다. 또 선수들의 열정, 노력이 중요한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선수들이 태국을 10년 만에 이기는 등 성과가 나오면서 동기부여가 되고 자신감이 됐다. 이번 대회에 큰 기여가 됐다. 체격 열세 등을 극복하고 승부차기까지 끌고 간 건 선수들의 정신력 덕분이다.

- 가장 좋았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은?
▲ (이영진 코치) 가장 좋았던 순간은 팀이 사상 처음으로 결승전에 올라갔던 순간이었다. 가장 슬픈 순간은 역시 마지막 1분을 지키지 못하고 골을 내주고 결승에서 패했을 때가 기억이 남을 수밖에 없다.

- 향후 계획은?
▲ 오는 3월 27일 성인 대표팀의 요르단 원정 경기가 있다. 이미 예선을 통과했기에 오는 3월 베트남 리그가 시작되면 새로운 선수와 23세 이하 대표팀 선수를 발굴해 뽑을 계획이다. 오는 8월에는 아시안게임이 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회는 오는 11월 스즈키 컵이다.

- 베트남 생활이 가장 큰 도전이었을텐데 고마운 순간은?
▲ 외롭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베트남 가서는 옆에 항상 코치진과 같은 울타리에서 함께 했다. 예상 외의 성적을 내면서 가장 고마운 사람은 역시 이영진 코치다. 내가 떠나자고 했을 때 아무 말 없이 동의해줬기에 너무 고맙다.

- 축하 인사 많이 받았을 텐데 기억에 남는 내용은?
▲ 국가주석이 늦은 시간 직접 현장에 나와서 반갑게 맞이해준 게 기억에 남는다.

- 오는 2019년 아시안컵이 있다. 한국과 같은 조가 된다면?
▲ 베트남에서는 아시안컵에 큰 관심이 없다. 오히려 스즈키컵에 관심이 더 크다. 지금도 아시안게임과 스즈키컵까지만 계획을 짰다. 아시안컵까지는 계획 수립이 되지 않았다. 사랑하는 모국이지만 한국과 만나면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베트남에서 한국 무대에 진출할 만한 선수가 있나?
▲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한국 선수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베트남 선수의 장점도 있다. 축구 문화적인 환경이 다른 만큼 판단하기 어렵다. 베트남 선수들이 기술 면에서는 장점이 있다.

- 응우옌 꽝 하이가 이번 대회에서 맹활약했다.
▲(이영진 코치) 처음 봤을 때부터 재능이 있었다. 키가 작지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체중만 늘려 파워를 늘린다면 좋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 부분을 보충하면 모든 선수들이 지금보다는 나은 경기력을 보일 거라 생각한다.

(박항서 감독) 체력 문제와 영양 문제에 대해서도 베트남 언론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베트남 선수들은 체지방이 부족한 편이다. 양발 밸런스가 맞지 않아 부상 위험이 있고 상체 근육이 부족하다. 본래 대표팀이 호텔에 머물기로 돼 있는데 장소를 피트니스 센터로 바꾸고 식단도 내가 요구하는 대로 바꿨다. 고단백질 음식을 꾸준히 공급하도록 했다. 두부, 우유, 생선, 스테이크 등을 꾸준히 제공했다. 상체 근력이 약한 부분은 짧은 시간에 극복하기 어려워 오후 9시 이후로 3~40분간 웨이트 트레이닝을 1주일에 4~5회씩 상체 근력 운동만 중점적으로 시켰다. 이런 부분이 경기력 상승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 베트남 축구에 대한 전망은?
▲ 베트남 귀국할 때 깜짝 놀랐다. 많은 국민이 성원해줬다. 그 사랑과 격려가 나에게 책임감도 됐다. 앞으로 두 배 이상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단기 목표는?
▲ 협회와 목표 설정은 구체적으로 하진 못해 아직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

- (이영진 코치) 박항서 감독이 같이 가자고 했을 때 어땠나?
▲ 프로에 처음 갔을 때부터 인연이 있었다. 럭키 금성에 입단했을 때부터 같은 방도썼고 내가 선수일 때 지도자로도 함께 했다. 1994년 월드컵에도 선수와 코치로 함께 했다. 인연도 있고 믿음도 있었다. 같이 가자고 했을 때 도와줄 수 있는 한 다 해주겠다고 했다. 도전하려는 감독님의 의지가 강해 어렵지 않게 결정했다.

- 이영진 코치가 어떤 도움이 됐나?
▲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베트남으로 떠날 때 이영진 코치에게 '성공은 모르겠지만 우리가 한 번 동남아를 개척해보자'고 농담 삼아 얘기했다. 베트남에 대해 생소했고 베트남이 감독을 자주 경질한다는 정보만 알았다. 그래도 도전해보고자 했다. 좋은 모습을 한 번 보여주면 후배들에게 문을 열어줄 수 있다고 서로 약속하며 출발했다.

-(이영진 코치) 베트남에서 박항서 감독에게 아쉬웠던 순간은?
▲ 사실 이번 대회에서 감독님 만큼 긴장하지는 않았다. 나는 예선 때부터 감독님에게 즐기라고 말했다. 결승전에도 119분을 즐겼다. 마지막 1분을 즐기지 못해 화가 나기도 했다. 그때 감독님의 위로가 괜스레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다.

- 결승전 후 선수들을 안아주는 모습이 포착됐다
▲ 경기 끝나면 항상 선수들을 안아준다. 말로 소통이 안 돼 직접 전달하지 못해서 주로 스킨십으로 마음을 전달하고자 한다.

- 히딩크 감독에게 배운 점은?
▲ 많은 걸 배웠다. 어떠한 상황에서 히딩크 감독님이 대처하는 노하우를 적용할 수 있었다. 당시 코치 생활하면서 남긴 메모가 있는데 가끔 답답할 때 힌트를 찾아서 적용하기도 한다.

- 결승전 경기 당시 눈이 많이 왔다
▲ 베트남 선수들이 추위에 약하긴 하다. 쿤산 지역 평균 기온이 영하까지도 내려가더라. 베트남에서 가기 전에 독감 주사도 맞고 장비도 준비했다. 오히려 추위와의 싸움은 할 만 했다.

베트남 선수들은 딱딱한 스파이크 축구화를 잘 신지 않는데 눈이 와 축구화를 급히 공수해야 했다. 눈을 처음 보는 선수들도 많았다. 시합 전날에 훈련은 안 하고 눈싸움을 하더라.

경기를 앞두고 '눈을 처음 경험하지만 우리에게 꼭 단점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눈이 오면 미끄럽고 신체 조건이 큰 우즈벡 선수들이 미끄러운 잔디에서 반응하기 어렵다, 우리는 체격이 작고 민첩해 유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시합을 져도 눈 때문에 졌다는 변명은 듣기 싫다고도 했다.

이영진 코치는 눈이 오지 않았으면 더 잘했을 거라고도 말했지만 나는 눈이 안 왔으면 골을 더 많이 내줬을 수도 있다며 웃었다. 선수들이 잘 대처했고 선전해줬다고 생각한다.

- 베트남의 선전과 달리 한국은 혼란의 시기였다

(박항서 감독) 베트남에 있다 보니 한국 기사를 잘 보지 못했다. 이영진 코치에게 넘기겠다(웃음)
(이영진 코치) 인터넷으로만 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봉길 감독이 물러났다는 기사도 확인했다. 마음이 아픈 일이라는 생각도 있다. 팀이 조금 더 자연스럽게 경기를 즐기는 분위기가 된다면 잘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한국 축구는 아직 보여줄 게 많다고 생각한다. 나도 월드컵을 두 번 경험했는데, 그때보다 지금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불편하다고 느낀다.

뉴스엔 김재민 jm@ / 장경호 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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