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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곤 위원장과 40분, 수없이 쏟아진 단어 ‘과정’ 김재민 기자
김재민 기자 2018-02-08 06:00:01


[뉴스엔 김재민 기자]

세상에는 좋은 과정 없이 좋은 결과를 내는 사례도 많다. 특히 단기 프로젝트에서는 과정이 엉성해도 결과가 잘 나올 수 있다. '유로 2016' 우승팀 포르투갈이 당시 대회에서 경기력이 가장 좋았던 팀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장기적으로 가면 결국 과정이 좋은 쪽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들게 된다. 결과 지상주의가 경계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은 2월 7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김봉길 U-23 국가대표팀 감독과 계약 중도 해지한 배경과 향후 감독 선임 기준에 대해 브리핑했다. 김판곤 위원장 역시 결과만 좋은 대표팀을 기대하지 않았다.

기자실에서 열린 브리핑은 약 40분간 진행됐다. 김판곤 위원장은 때때로 영어 단어와 한국어를 혼용하며 질의응답을 진행했는데 이 40분 동안 가장 많이 나온 영어 단어는 'Process'(과정)이었다. 한국어 중에서도 가장 많이 쓰인 단어가 '과정'이었다.

김봉길 감독이 이끄는 U-23 국가대표팀은 지난 1월 중국 장쑤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을 4위로 마쳤다. 우승도, 3위까지 제공되는 도쿄 올림픽 예선 톱시드 획득도 실패했지만 더 씁쓸한 건 경기 내용이었다. 베트남, 시리아, 말레이시아 등 한국 축구와는 수준 차가 크다고 자신했던 팀을 상대로도 연이어 졸전을 펼쳤다.

김판곤 위원장은 김봉길 감독이 치른 지난 대회에 대해 "위원회에서는 결과보다는 과정이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4강전 패배 후에도 3,4위전에서라도 이러한 부분이 향상되기를 기다렸지만 그러한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돌아보면 김봉길 감독이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 특히 선수 선발에서는 K리그에서 출전 기회를 많이 얻었던 몇몇 선수가 이번 대회에 차출되지 않아 말이 오갔다. 김판곤 위원장도 선수 선발, 경기 과정, 전술 능력, 대회 과정에서 감독이 보여줘야 할 다양한 능력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준비 과정과 대회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차기 감독 선임에서도 김판곤 위원장은 체계적인 과정을 중요시했다. 김판곤 위원장은 "앞으로 선임되는 진행과정에서는 역시 프로세스가 있어야 한다"며 인재풀을 구성한 후 다양한 각도에서 그 후보 감독들이 지휘한 경기를 분석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플레이 스타일과 축구 철학을 강조했다. "최종 후보군 3~4명과는 직접 만나 축구 철학과 팀 운영 철학, 현대 축구에 대한 지식, 체력과 스포츠 사이언스에 대한 이해, 단기전 노하우, 선수선발 철학, 아시안 게임에 대한 이해와 계획을 물어보고 리더십과 애국심, 간절함을 알 수 있는 질문을 준비해 감독의 성품을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결과를 무시할 수 없는 자리이지만 김판곤 위원장은 그 결과만큼이나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을 중시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보였다. 요행을 바라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판곤 위원장이 브리핑에서 목소리를 가장 크게 낸 순간은 한국의 유소년 양성 시스템에 대해 논할 때였다. 김판곤 감독은 "말레이시아전조차도 기술에서 밀렸다. 어느 경기도 기술적으로 상대를 제압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며 유소년을 양성하는 과정 자체가 전면 개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소년 양성이야말로 과정 개선 없이는 결과도 개선되지 않는 장기 프로젝트다.

김판곤 위원장은 "그 구조에서 선수로 생활했고 선수를 키워봤다. 이 구조를 유지한다면 똑같은 선수를 키울 수 밖에 없다. 잘못된 구조로 선수를 키웠기 때문이다"며 한국 축구가 아시아조차 호령하지 못하는, 유럽과 남미 축구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결과가 결국 과정에서 나왔다고 분석했다.

결과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는다. 월드컵 한 번 나가고 축구를 그만 둘 게 아니라면 한국 축구는 과정부터 바뀌어야 한다. 지난 2017년 '히딩크 사태'를 비롯해 한국 축구를 향해 쏟아진 질타도 그런 의미가 담겨 있었다. 김판곤 위원장은 진심을 담아 어렵게 입을 열었다.(사진=위부터



김판곤 위원장 브리핑 현장, 김봉길 감독)

뉴스엔 김재민 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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