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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혁 ‘흥부’ 봄날 제비처럼 반갑다, 그립다[씨네리뷰] 박양수 기자
박양수 기자 2018-02-08 17:20:34


만인의 사랑을 받는 배우 김주혁 유작 ‘흥부’가 언론배급시사로 베일을 벗었다. 봄을 맞아 날아오는 제비처럼 그의 등장은 내내 반갑기만 하다.

영화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감독 조근현 /이하 ‘흥부’/ 2월14일 개봉)는 고대 소설 ‘흥부전’을 소재로 한다. ‘흥부전’이 쓰인 배경에 대한 상상을 더해 조선 후기의 혼란한 세상을 현재와 일치시킨다. 칼이 아닌 글로 세상을 바꾸고 싶은 연흥부(정우)가 부모 잃은 아이들을 돌보며 백성들의 정신적 지도자로 존경을 받는 조혁(김주혁)과 권세의 눈이 먼 조항리(정진영) 형제의 이야기를 ‘흥부전’으로 쓰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대한민국의 현재, 조선 후기 역사에 얹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흥부전’은 대표적인 풍자 고전이다. 사회지도층에 대한 반발심리가 가득 담겨있는 것은 물론 권선징악의 스토리라인은 민중에게 희망을 선사했다. 물론 그 아우라는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아 사랑 받고 있다. 그렇기에 이 작품 ‘흥부’에서 현재의 상황을 얹어보겠다는 시도는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날카롭게 말하자면 ‘흥부’의 스토리는 양날의 검이다. 영화의 현재적 메시지가 최근의 상황과 맞닿아 있지만 먼 옛날의 배경에 현실을 투영시키는 건, 자칫 ‘공감만을 위한 영화’로 비춰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흥부’에는 촛불, 민심 등 지난해 ‘촛불혁명’을 떠올리게 만드는 장면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개인의 힘을 깨달은 관객은 영화 속 민중의 사회변혁적 행보를 더욱 엄정히 바라볼 수밖엔 없다. 잘만 다룬다면 감동 시너지를 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노림수가 뻔히 보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흥부’는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 코드를 찌르는 장면은 공감을 환기하지만, 악인들의 권력에 대한 비판의식은 다소 밋밋하다. 승리의 쾌감을 기억하고 싶은 관객들에겐 박수를 받고, 극적 재미와 ‘흥부전’ 특유의 날카로운 풍자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겐 아쉬운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확고한 캐릭터...더욱 보고 싶은 김주혁

‘흥부’의 강점은 원작 ‘흥부전’에서 기인한다. 극명한 선-악의 대비는 영화에도 이어진다. 최근엔 선악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고뇌하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게 상업영화의 트렌드이지만, ‘흥부’는 오히려 더 명확하게 캐릭터 성격을 고정한다. 결국 악인을 어떤 방식으로 통쾌하게 처단하는 가에 집중하고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권선징악을 우직하게 밀어붙여 고민 없이 즐길 수 있다.

이 점은 배우의 역량으로 더 굳건해진다. 특히 남보다 못한 형제이면서 각각 선-악을 대리하는 조혁과 조항리의 대비가 눈에 띈다. 최근 ‘석조저택 살인사건’ ‘공조’로 서늘한 악인을 연기했던 김주혁은 유하면서도 우직한, 백성들의 정신적 지도자 조혁으로 분해, 다시 한 번 그의 널찍한 연기폭을 입증했다. 러닝타임 내내 좋은 배우를 너무 일찍 보냈다는 아쉬움과 좋은 연기를 남겨줬다는 감사함이 교차했다.

조혁과 대척점에 서있는 조선을 차지하려는 야심가 조항리 역의 정진영은 전형적인 빌런 속성에 엉뚱함을 더한 캐릭터를 이질감 없이 표현해냈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마당놀이극 같은 연출은 언뜻 과하게 보이지만, 적어도 연기측면에서 바라봤을 땐 두 배우가 멋지게 뛰어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준 인상이다. 러닝타임 1시간45분. 12세 관람가. 2월 14일 개봉. (사진= 영화 '흥부' 포스터



및 스틸)

뉴스엔 객원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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