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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희 “비서라는 직업 힘들고 존경스럽단걸 깨달았다”(인터뷰)
2018-02-02 18:04:47


함께 일한 동료들은 백진희(28)의 강점으로 ‘성실함’을 꼽는다. 최근 종영한 KBS 2TV ‘저글러스’는 시청자들이 백진희에게 기대하는 그 이상을 확인할 수 있는 드라마였다. 철저한 자기객관화와 사전준비를 거친 백진희는 신이 내린 처세술과 친화력으로 프로서포터 인생을 살아온 여자 좌윤이를 완벽하게 빚어냈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백진희를 만났다. ‘연기의 맛’을 다시금 되새겨준 인생 캐릭터 좌윤이를 아직 떠나보내지 못하겠다는 백진희의 아쉬움과 뿌듯함이 인터뷰 곳곳에서 묻어났다.
백진희
▲ 백진희
백진희
▲ 백진희
백진희
▲ 백진희
백진희
▲ 백진희
신인 작가와 입봉 연출 감독이 힘을 합친 드라마 ‘저글러스’는 주연 배우로 합류한 백진희에게도 신선한 감각을 가져다줬다. 탄탄한 대본, 의견과 조율이 활발한 촬영장이 너무나도 재밌었기에 끝이 다가오는 것을 체감할 때마다 아쉬움을 느꼈다. 마지막 신을 촬영할 때는 3개월 동안 동고동락하며 드라마를 만들어온 사람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눈물까지 날 정도였다.

“작가님은 예능 프로그램을 하다 오신 분이라 그런지 대본 자체가 굉장히 라이트하고 따뜻하면서 신선했어요. 마지막회까지 그 톤이 유지되는 게 신기하고 배우로서도 정말 감사했죠. 모든 캐릭터 한 명 한 명 되게 고민하고 쓰신 게 느껴져 마지막회 찍는 날엔 무척 뭉클했어요. 감독님은 굉장히 열린 분이셨어요. 배우가 10개를 준비하면 10개 이상의 결과물을 얻게 해주는 분이셨죠. 배우들의 말을 수긍해주셨고 연기를 하다가도 이런 부분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의견을 내면 감사하게도 거리낌 없이 조율해주셨어요.”

드라마가 종영하면서 좌윤이의 삶은 떠나갔지만 좌윤이를 연기했던 순간순간만큼은 열정 넘쳤던 뜨거운 추억으로 남을 듯하다. 촬영 2주 전, 빠듯하게 ‘저글러스’에 합류했다. 초반 4회 정도는 좌윤이 캐릭터가 극을 오롯이 이끌어나가야 했기 때문에 부담감이 만만치 않았다.

“신마다 재밌는 포인트가 있으면 그 이상의 효과를 내고 싶어요. 머리를 말리는 장면도 그냥 말리면 재미없으니까 핸드드라이어에 넣어 인형처럼 말려보자는 식으로 의견을 냈죠.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초반의 독특하고 신선한 매력이 우리 드라마의 강점이 될 것 같아 잘 살려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겨났죠. 시청자들은 드라마 캐릭터의 진폭이 크지 못하면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초반에 진폭을 좀 넓혀놓고 로맨스에 돌입할 때부터는 좌윤이의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드리고자 했어요.”

작품에 들어가기 전 사전 준비가 철두철미한 편이다. 냉정하게 스스로를 평가하고 난 뒤엔 로맨틱코미디 장르에 좀 더 주력하고 싶어졌다. 오피스 로맨틱코미디인 ‘저글러스’는 배우로서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준 연기들을 하다 만 듯했다고 평가해본다면, ‘저글러스’에서의 연기는 조금 더 트이고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저에 대한 평가를 많이 찾아보고 스스로도 많이 하는 편인데, 신체가 작고 왜소하다는 단점이 로코에서는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로코를 향한 갈망이 컸어요. 쉬면서 ‘또 오해영’을 연출한 송현욱 감독님 작품들과 공효진 선배님 나오는 작품들을 많이 챙겨 봤어요. 만약 로코의 기회가 왔는데 잘 해내지 못하면 되게 속상할 거 같아 열심히 공부했죠. ‘저글러스’를 준비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촬영을 시작한 이후에도 너무 재밌었어요. 많이 배웠고, 또 많은 것들을 느꼈던 것 같아요.”

팬은 물론 시청자들의 반응도 꼼꼼히 살펴봐야 직성이 풀린다. 친구의 친구가 자신에게 내린 평가도 빠짐없이 챙겨 듣는다. 때로는 칼 같은 평가에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결국 스스로가 더 열심히 노력하고 발전하게 해주는 원동력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평가의 무서움을 모른 채 연기를 시작했어요. 7년 전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을 통해 그 무서움이 성큼 다가왔죠. 실시간 반응이나 댓글들은 정말 솔직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저 역시 상처는 받았죠. 좋은 말도 10번 들으면 좋은 말처럼 안 들린다는데 나쁜 말은 당연히 무서울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털어내고 또 수용하는 것이 배우가 지녀야 할 무게 같아요.”

‘저글러스’가 비서를 소재로 한 드라마인 만큼, 직장 내에서 비서들이 겪는 애환을 중점적으로 그려나갔다. 극중 비서들이 접대를 하거나 불륜에 빠진 상사를 위해 알리바이를 만들어주는 등의 비도덕적인 장면들은 시청자들로부터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배우로서 시청자들의 비판을 감수해야한다는 건 알지만, 이 모든 게 현실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건 강조하고 싶다.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비서 교육을 받았어요. 실제로 비서 일을 하는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도 가졌고요. 우리 드라마보다 훨씬 더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많이 전해 들었죠. 물론 드라마이다 보니, 비서가 가진 직업의 애환을 조금 더 극적으로 표현한 건 없잖아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 실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만들었고, 작가님도 충분한 사전 조사 끝에 일 년 넘는 시간동안 준비한 작품이에요. ‘저글러스’라는 작품을 통해, 비서라는 직업이 얼마나 힘들고 존경스러운지를 배우인 저 또한 여실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반응들은 좀 아쉬워요.”

무수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연기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철학을 연기에 담아야 하는 배우에게 혼자 있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쉴 때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요즘 사람들이 어떤 책을 읽고 어떤 걸 느끼는지를 배우 역시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읽었던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정말 감명 깊었어요. 책을 읽고 난 뒤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방송된 ‘SBS스페셜’도 챙겨봤거든요. 그 책은 여자로 산다는 게 굉장히 힘들다는 걸 많이 일깨워줬어요. 이제까지 살면서 깨닫지 못했던 점들도 시원하게 집어줬죠. 90년생인 제가 알 수 없었던 우리나라 여성들의 면면을 많이 볼 수 있어 안타깝고, 또 다행이었어요.”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여배우로서, 남성 위주의 영화·드라마 시장이 더 현실적으로 체감될 수밖에 없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보여지는 여성 캐릭터들의 색깔이 다양하지 못하고, 장르 영화에서도 여성 캐릭터는 환호 받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저글러스’ 속 좌윤이 캐릭터는 백진희에게 더욱 소중했다.

“장르 영화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지금 극장에 걸려있는 영화들만 봐도 남성 캐릭터 위주의 장르들로 편향돼 있잖아요? 반면 ‘저글러스’ 드라마는 좌윤이 위주로 돌아가고, 좌윤이는 의존을 해야 살아남는 인물이 아니었어요. 보통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많아 아쉬웠거든요. 처음에는 적극적이고 독립적이어도 극이 후반부로 갈수록 캐릭터가 흔들리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하지만 좌윤이는 끝까지, 한결같은 인물이라서 좋았어요.”

벌써 2018년이 시작되고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고는 하지만 그 숫자가 잘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 앞만 보고 달려와서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이나 연차와는 상관없이, 그저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을 뿐이다.

“아직도 나 자신이 스무 살 같아요(웃음). 작품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2018년이 된 게 엄청 와 닿지는 않네요. 2018년에는 그냥 에너지를 전할 수 있는 배우로, 퇴보하지 않고 조금씩 성장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가 연기만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성실함과 연기력은 기본 베이스고 사람이 따뜻해야 하는 게 우선 아닐까요? 선배님들 볼 때마다 느낀 건데, 좋은 배우가 되려면 좋은 사람이 밑바탕이 돼야 하는 것 같아요.” (사진 =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뉴스엔 객원 에디터 이유나 misskendrick@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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