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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여상규 황우여 양승태, 고문사건과 관련성 봤더니(종합) 이민지 기자
이민지 기자 2018-01-28 00:18:21


[뉴스엔 이민지 기자]

여상규, 안강민, 임휘윤, 정형근,황우여부터 양승태까지 고문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1월 2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고문 기술자들과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파헤쳤다.

쑥대밭이 된 집이 있다. 집안 어른의 죽음 후 조카들도 의문의 죽음과 자살로 생을 마감해야 했다. 가족들이 도망치듯 하루아침에 마을을 떠난 뒤 마을 사람들도 이 집 사람들을 잊었다. 녹색 지붕 집 사람들이 마을을 다시 뒤집어놓은 것은 지난해 7월이었다. 벌초를 하러 온 큰 아들이 홀연히 사라졌다. 수색 끝에 찾아낸 큰 아들은 이미 숨진 뒤였다. 자살의 흔적도, 타살 의혹도 남기지 않고 숨진 그는 최낙효 씨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한 많은 삶을 살았다고 회상했다. 마을 주민들은 "교편생활을 하다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 "아버지(최을호) 때문에 교직생활 하다가 학교를 못 갔다", "아버지로 인해 자녀들이 피해본거다"고 말했다. 아버지로 시작됐다는 지독한 굴레는 무엇이었을까.

아버지는 고 최을호는 사형수였다. 죄인의 자식으로 자란 형제들은 평생을 죄인처럼 살아야 했다고 한다.

잔혹한 비극의 시작은 1982년 여름이었다. 깊은 밤, 낯선 이들의 방문을 받은 뒤 홀연히 모습을 감춘 아버지. 경찰에 실종신고까지 했다. 하지만 아버지를 찾아주겠다며 집에서 묵었던 이들이 떠난 후 사촌형 최낙교, 최낙전 씨도 사라져버렸다. 형제들은 사형과 징역 15년을 선고 받은 아버지와 사촌 형은 간첩이었다. 이들이 무려 20년간 간첩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최을호 씨는 사형을 당했다.

고 최을호 씨의 둘째 아들에게 "내가 여러 사람을 겪어보고 사형수 만나면서 목회활동 하는데 자네 아버지만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한 사람이 있다. 고 최을호 씨의 유언을 들었던 문장식 목사다. 문장식 목사는 그날의 기록을 보관하고 있었다. 그는 "대한민국 만세를 불렀다. 충격이었다"고 고 최을호 씨의 마지막을 회상했다.

2017년 6월 재심에서 최을호 씨와 조카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이들은 간첩이 아니었다. 억울한 누명을 벗었지만 살아있는 피해자는 아무도 없다. 검찰 조사가 한창이던 최낙교 씨는 구치소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았고 최낙전 씨는 오랜 징역 생활 후 가석방 4개월 뒤 스스로 모습을 끊었다. 큰 아들 최낙효 씨는 고향에 왔다가 갈대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숨진 채 발견됐다.

며칠씩 집에서 머물며 아버지를 찾아준다고 했던 경찰, 간첩 증거를 가짜로 만들었던 그는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형사이자 지옥에서 온 장의사라 불렸던 이근안이었다. 이근안은 불법 체포 및 고문 혐의로 수배됐고 도피 생활 중 자수해 법적 처벌을 받고 출소했다.

영화 '1987'로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자행된 끔찍한 고문 등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현실에서 피해자들의 상처는 지워지지 않고 있다.

이근안을 악명 높게 만든 별명은 '고문 기술자'였다. 이근안을 만났던 최낙전 씨는 출소한 뒤에도 불안해 했다고 한다. 최명수(가명, 고 최을호 씨 둘째아들)씨는 "너희는 몰라. 안 당해 보면 몰라' 라고 하더라. 내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곳이 그곳이더라"고 말했다.

이근안은 고문과 구타, 전기고문, 물고문 등을 주도했다. 잔혹한 고문을 했던 이근안이 원했던 것은 단 하나, 간첩이라는 자백이었다. 최낙전 씨는 만들어진 죄인이 됐지만 자신의 기막힌 상황을 호소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출소 후에도 부안관찰이라는 명목 하에 집 근처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 안에서 겪은 일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고 출소 4개월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이근안을 찾아 갔지만 만날 수 없었다. 동네 주민은 "이근안은 못 보겠더라. 부인은 매주 폐지 주우러 다닌다"고 말했다. 힘들게 전화 연락이 닿은 이근안은 "인터뷰 안한다. 일절 평생 인터뷰 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제 가족간첩단 사건에 대해 말하자 이근안은 "재론하고 싶지 않다. 병중에 있다"며 전화를 끊었다.

전 대공분실 수사관은 "30년 넘은 일인데 그걸 뭘...대공분실 직원들이 전부 고문하지 않는다. 절대 그렇지 않다. 이근안 씨만 그렇다고는 얘기할 수 없고..."라며 "우리만 한게 아니다. 국민들은 전부 이근안 씨가 했던 걸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연행과 고문은 대공분실에서만 있었던게 아니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 시절 먼 훗날 조작으로 밝혀진 간첩조작 사건은 남영동 대공분실만이 아니었다. 1981년 봄 진도에서 김양식을 하던 허현 씨는 남산 국가안전기획부로 끌려갔다. 진도간첩조작사건 피해자인 허현 씨는 60일간 겪었던 잔혹한 고문들에 대해 증언했다. 고문의 흔적은 여전히 몸에 새겨져 있다. 25년이 흐른 뒤에야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고 여전히 자신을 고문한 수사관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그때의 가해자들은 사건을 기억하고 있을까. 수소문 끝에 진도 일가족 간첩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관을 만났다. 유모씨는 "사건이 명백한거다. 당시 수사 관행이 구속기간을 지키지 못하고 수사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연행과 감금이 문제가 돼 무죄가 됐을 뿐 그들은 여전히 간첩이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안기부 수사관은 "할 얘기 없다. 문제가 됐으면 그때 재판부 당사자들은 뭐냐. 재판부, 변호인, 검사는 뭐했냐. 그때 중형을 선고했는데 이의가 없다가..지금 와서 고문 받았다고 하면 근거도 없이 때렸다하면 믿어야 하냐. 당시 그 시점에 문제 삼아서 이야기 해야 하는거 아니냐. 입뒀다 뭐하냐"고 말했다.

한홍구 교수는 "진실화해위원회나 국정원, 국방부 등의 과거사위원회가 만들어지며 조사를 했고 많이 밝혀냈다. 문제는 가해자가 다 000이다. 기록이 안 돼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오만하고 뻔뻔한 이유가 가해자가 기록이 안 돼 있어서 그렇다"고 지적했다.

피의자 불상. 피의자들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고 피해자들은 자신을 고문하는 사람의 이름도몰랐다. 어렵게 정보를 얻어 고소해도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피의자들은 번번이 법망을 빠져나갔다.

이헌치 씨는 재일교포 간첩조작사건 피해자다. 갓 태어난 아이를 빌미로 거짓 자백을 강요받았고 그는 1심에서 사형이 선고받았다. 아이를 한번 안아보지도, 아내 손을 잡아보지도 못한 그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받았다. 15년 후에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그. 비열하고 야만적인 폭력이 만들어낸 기막힌 사건이었다.

1984년 영빈관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은 "북한이든 내려오라 이거야. 내려와야 우리 군인들 전과 올리고 훈장 타고 진급되고 이런 기회도 생기지 않느냐 이거야. 간첩이 안 내려오면 좀 답답하다. 좋은 기회, 금년도 좋은 기회 있을거다. 공로 세울 기회를 놓치지 마라"고 말했다.

고문피해자이자 보안사 강제근무자였던 김병진 씨는 당시의 참혹한 괴롭힘을 증언했다. 김병진 씨는 "가짜 간첩을 만들어서 간첩 검거했다고 해서 그 사람들은 훈장 받고 포상 받고 해외 여행도 시켜줬다. 나이 들었으니 거의 정년퇴직했을거다. 그 사람들은 나라에서 주는 연금 받으면서 죽을 때까지 편안하게 걱정 없이 살고 있는 것이 현실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 사람의 존엄을 무너뜨리고 삶을 파괴했던 고문 수사관들. 나라는 그들에 대해 죄를 묻지 않았다. 알려지지 않고 잡히지 않은 이근안이 훨씬 더 많은 상황이다.

김상중은 "우리가 만난 당시 수사관 중에 고문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불법여행과 구금 과정에 대한 내용만 일부 인정했으나 그 또한 당시 관례였다는 것이 주장이다. 야만의 시대에도 법은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때 서울시경 정보과에서 근무하며 대공업무에 종사했던 석달윤씨도 간첩 조작사건으로 18년을 복역했다. 석달윤 씨는 "47일간 고문 받고 만 18년 동안 형을 살았다"고 말했다. 치매초기인 그지만 지독한 병도 억울한 기억을 지우지 못했다.

석달윤 씨는 안기부에 끌려가 끔찍한 고문을 당했다. 아들은 "남자 성기에 볼펜 심지를 끼우는 고문이라든가 양족 종아리 무릎 뒤에 각목을 끼워서 매달아 놓는다든가. 검사 앞에서 얘기하면 되겠지라는 희망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랬더니 검사가 공소사실을 내리치면서 다시 데려가서 다시 해오라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석달윤 씨는 23년이 지나서야 무죄를 선고 받았다.

당시 1심 판사였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여상규 의원은 "재심이라는 제도가 있는 이상은 무죄 받을 수도 있겠죠"라고 말했다. 불법 구금과 고문에 대해 묻자 여상규 의원은 "고문을 당했는지 어쨌는지 알 수 없다. 지금 물어서 뭐하냐"고 답했다. 특히 "당시 1심 판결로 한분의 삶이 망가졌다. 책임 못 느끼냐"는 PD의 말에 "웃기고 앉아있네 이양반 정말"이라며 버럭 화를 냈다.

허현 사건 당시 검사였던 안강민 변호사는 "기억이 전혀 없다. 고문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한참 뒤에 들었다. 나는 고문 흔적 못 봤다"고 말했다. 그는 대공중앙 수사부장을 역임했고 2008년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진도가족간첩단 조작사건 담당 검사였던 임휘윤 전 검사는 "내가 그만둔지 18년이 다 된다. 기억도 안나고 기억나도 인터뷰 절대 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억 자체가 없고 정상적으로 처리했다. 유죄판결 났던건데 재심이 지금 35년 됐다. 쓸데없는 얘기 말고 들어가라"며 떠나버렸다. 고검장을 역임했던 그는 건설이사 사외이사를 맡기도 했다.

진도 가족 간첩단 사건 당시 1심 판사 김헌무 변호사는 "서울 형사지방법원 부임해 며칠 안돼 그 판결을 선고하게 돼 있었다. 변명 같지만 구속기간에 쫓겨서 선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가족에게 선고한 형을 보면 최소 징역 1년에서 최고 사형이다. 김헌무 변호사는 "기록 잘못봤다고 사과해야겠죠. 그러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본인이다. 네가 자백 했기 때문이다. 자백 했으면 어째서 그런 판결을 받겠냐"고 말했다.

그 시절 간첩조작 사건에 관계돼 있던 이들은 자신들의 수사와 판결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고 최을호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던 1심 판사를 찾아갔다. 광주고등법원 법원장을 역임한 이영범 변호사는 "판사가 신이 아닌 이상은 사실을 100% 진실이라 할 수 없다. 재심 판결 났으면 됐지 뭘. 재판이 잘못됐으면 파기해서 무죄하면 되는거다. 재심에서 무죄 났으면 됐지"라고 말했다.

사법부는 귀를 막았고 억울함은 고스란히 피해자의 몫이 됐다 재일동포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윤정헌 씨는 "법정에서 거짓말이라고 다 했다. 고문도 이야기 했는데 판사가 생각하지도 고려하지도 않았다. 검사가 15년 구형했고 판사가 7년을 선고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피해자 박영식 씨는 "고문 받아서 허위자백 했다. 죄가 없다. 간첩 아니라고 독재 이야기를 하니까 판사가 피고는 반성이 없다. 아무 반성이 없으니까 15년이라고 했다. 어이없었다"고 회상했다. 이헌치 씨 역시 "나는 간첩이 아니라고 했다. 검사가 '판사님 이헌치가 부정한다'고 재판장이 '피고인은 반성 기미가 하나도 없다. 사형을 언도한다'고 했다

당시 검사는 3선 국회의원이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정형근 전 의원이다. 그는 고문 혐의가 많았지만 법의 심판을 빗겨갔다. 또 1심 판사는 판결 이후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는 5선 의원을 지냈던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이다. 그는 "지난 판결 내용이나 과정에 대해 언급 안하는게 불문율이다"는 문자만 보내왔다.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오주석 씨는 "멀쩡한 사람들 잡아다가 하루이틀도 아니고 60일간 감금시켜놓고 면회도 안 시키고 전부 조작했다. 그런 나라가 어디있냐. 자기 국민을 간첩으로 만드는 나라가 어디있냐. 이해를 못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재심에서 무죄 판결 후 손해배상 소송을 했다. 1,2심에서는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입증됐지만 대법원에서는 달랐다. 기간이 지났다는 것.

2013년 대법원은 재심 무죄 판결 확정 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6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당시 수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었다. 그는 "재판은 충실하고 완벽한 심리절차를 거쳐 한번으로 결론을 내는게 원칙이다. 패소한 측은 끊임없이 상소를 거듭하고 이로 인한 인적, 물적 낭비가 많다"고 말한 바 있다.

김기춘 대공수사국장은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을 발표했다. 역대 최대 간첩 조작사건이다. 이기동 전 수사관은 "무리한 수사였다. 신문 보고 다 안다. 한 직급 진급하려면 반드시 성과가 있어야 한다. 나중에 무죄가 되든 신경 안 쓴다. 자기 목표는 이뤘으니까"라고 말했다.

진급을 위해 고문하고 사건을 조작한 수사관. 안보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에게 침묵을 강요했던 정부. 사건에 연루된 학생들에게 사형을 선고하며 불의에 눈감았던 사법부. 역대 최대 간첩사건은 그렇게 완성됐다. 당시 1심 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다.

어부, 일본유학생, 농부..이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닥친 끔찍한 비극마저 혼자 삭이고 감내해야 했다. 자신들이 잘못한건 법과 정치와 세상을 모른거라고 말한 피해자들. 이들도 헌법이 보호하고 국가가 진실을 밝혀줘야 할 대한민국 국민이다. 여전히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사진=S



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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