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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는 지금 지명타자 수난시대?
2018-01-14 06:00:01


[뉴스엔 안형준 기자]

지명타자의 수난시대가 온 것일까.

지명타자는 특별한 포지션이다. 수비에 나서지 않으면 오로지 공격만을 위해 존재한다. 때로는 '반쪽짜리 선수'로 폄하받기도 하지만 경기의 흐름을 한 방에 바꿔놓을 수 있는 존재기도 하다. 내셔널리그에는 없고 아메리칸리그에는 있으며 '아메리칸리그의 타격이 더 세다'는 인식이 생기게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명타자는 '강타자'의 포지션이며 공격력을 상징하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최근 이 지명타자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1월 12일(한국시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명타자들의 모습을 조명했다.

아메리칸리그 지명타자들은 2015년 OPS 0.769를 기록했고 2016년에는 OPS 0.780을 합작했다. 각각 포지션 2위, 1위에 해당하는 뛰어난 기록이었다. 2016년까지 지명타자는 분명 팀 공격력의 큰 부분을 차지하며 공격을 주도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2017시즌 아메리칸리그 지명타자들은 OPS 0.735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수비의 대명사인 유격수(0.736)보다도 낮은 수치였고 투수를 제외하면 지명타자보다 나쁜 공격력을 보인 포지션은 포수(0.716)밖에 없었다. 리그 평균 OPS(0.753)보다 무려 0.018이나 낮은 수치. 역대 최악의 공격력을 보인 시즌이었다.

▲AL DH OPS와 AL 리그 OPS 격차, 워스트 5
1. 2017, 리그 0.753/DH 0.735, -0.018
2. 1985, 리그 0.733/DH 0.721, -0.012
3. 2013, 리그 0.725/DH 0.726, +0.001
4. 1989, 리그 0.709/DH 0.713, +0.004
4. 1974, 리그 0.694/DH 0.698, +0.004

넬슨 크루즈가 버틴 시애틀 매리너스(OPS 0.932)와 에드윈 엔카나시온이 있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0.910)만이 지명타자 포지션에서 '뛰어난' 공격력을 보였을 뿐이다. 켄드리스 모랄레스가 지명타자를 맡은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지명타자 OPS 리그 3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클리블랜드와 큰 격차가 있는 OPS 0.761를 기록했고 월드시리즈 우승팀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포함한 무려 7개 구단은 지명타자 포지션의 OPS가 0.700 미만이었다.

MLB.com은 지명타자의 성적이 급락한 첫 번째 이유로 데이빗 오티즈의 은퇴를 꼽았다. 오티즈가 지명타자를 맡은 보스턴은 2010년대에 한 번도 지명타자 OPS 순위에서 2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았고 한 번도 0.830 미만의 OPS를 기록하지 않았다. 2016년 보스턴의 지명타자 OPS는 무려 1.052였다. 하지만 오티즈가 은퇴하고 핸리 라미레즈가 대부분 지명타자로 나선 올시즌 보스턴의 지명타자 OPS는 0.744에 불과했다(라미레즈 OPS는 0.771). 지명타자 전체의 OPS가 급락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두 번째는 지명타자 포지션을 맡은 주인공들의 부진이다. 젊고 유망한 선수가 지명타자를 맡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지명타자들은 글러브를 낄 때 오는 위험을 걱정해야 할 나이의 베테랑 강타자들이다. 월드시리즈 우승 후 은퇴한 카를로스 벨트란(HOU)은 지명타자 포지션에서 OPS 0.670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알버트 푸홀스(LAA)의 OPS도 0.678에 불과했다. 빅터 마르티네즈(DET)의 OPS는 0.694였다. 아직 31세로 비교적 어린 마크 트럼보(BAL)는 전년도 홈런왕의 위용을 잃었고 지명타자 포지션에서 OPS 0.635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또 하나의 이유는 몇몇 지명타자들이 수비를 겸할 때 더 좋은 성적을 올렸다는 점이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미겔 사노는 지명타자 포지션에서 100타석을 소화하는 동안 OPS 0.567을 기록했다. 하지만 3루 수비를 겸한 349타석에서는 OPS 0.947로 맹타를 휘둘렀다. 루카스 두다도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지명타자로 100타석에 나서 OPS 0.490을 기록했지만 1루 미트를 낀 95타석에서는 OPS 1.001을 기록했다. 휴스턴의 에반 개티스도 지명타자(118타석)으로 OPS 0.580을 기록했고 포수(200타석)로 OPS 0.878을 기록했다.

MLB.com은 2017시즌이 '지명타자 수난시대'가 된 것이 이 모든 이유가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봤다. MLB.com은 "만약 푸홀스, 벨트란, 마르티네즈, 트럼보가 2016년과 같은 성적을 올린 동시에 오티즈가 은퇴하지 않고 2016년의 활약을 그대로 이어갔다면 2017시즌의 지명타자 OPS는 0.777로 2016년과 비슷한 수치였을 것이다"고 언급했다.

오티즈가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푸홀스가 갑작스럽게 반등을 이뤄낼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2018시즌에는 지명타자의 성적 반등을 기대할 요소들이 있다. FA J.D. 마르티네즈가 보스턴의 새 지명타자가 될 가능성이 있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크리스 데이비스가 지명타자로 나서는 경기가 늘어날 전망이다. 뉴욕 양키스의 지명타자 자리를 애런 저지-지안카를로 스탠튼이 공유할 것이며 오타니 쇼헤이(LAA)가 푸홀스보다 높은 OPS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과연 2018시즌 지명타자들이 '공격 전문'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왼쪽부터 알버트 푸홀스, 빅터 마르티네즈, 넬슨 크루즈, 에드윈 엔카나시온



)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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