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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함께’ 예수정 “돌덩어리 안고 있는 역할이었죠”(인터뷰)
2018-01-08 09:25:30


[뉴스엔 글 박아름 기자/사진 이재하 기자]

'천만 관객의 엄마' 예수정을 만났다.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이하 신과함께)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아니 천만을 훌쩍 뛰어넘어 새로운 기록을 향해 질주중이다.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김향기, 김동욱 등 많은 배우들이 '신과함께'의 천만 관객을 이끈 주역들로 손꼽히고 있지만 진짜 주역은 따로 있다. 바로 진국 연기로 천만 관객을 펑펑 울린 자홍 수홍 형제의 어머니 예수정이다.
'신과함께'의 천만 돌파 후 카페 아트엔(Art N)에서 만난 예수정은 '신과함께'를 딱 한 번밖에 보지 못했다고 했다. 촌스러워서 자신이 나온 장면은 잘 못 본다고. 자신이 스크린에 나오면 깜짝깜짝 놀란다는 겸손한 배우 예수정은 "내 기억에 최지선PD님, 김용화 감독님과 처음 만났을 때 뜨거운 마음, 진심이 느껴졌는데 이렇게 천만 관객이 됐다니까 사람들이 이렇게 마음을 잘 합하나 싶었다. 정말 대한민국은 좋은 나라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런 한 주제에 공감하고 싶은 마음에 잘 합했다. 처음부터 천만은 아니지 않은가. '너도 가봐'의 전염이 이렇게 천만으로 화기애애하게 감싼 걸 보면서 '우린 정말 한민족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천만 돌파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예수정은 "주호민 작가의 '걸개'가 있다. 지옥 심판이라는 걸개. 그 걸개가 잘 만들어진 데에는 모든 사람에게 다 똑같이 있는 부모, 자식의 마음이 들어갔다. 그 자리에 가면 다 공감하게 돼 있는 것 같다. 잘 쓰여졌다. 걸개가 좋아야 되고 천만이 괜히 들지 않는다. 구조적으로 단단해야 한다. 여기에 김용화 감독이 솔직하고 뜨거운 분이더라. 어머니를 향하는 마음이 굉장히 지극하다. 신화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 너무 거짓말 같은 일인데 신화가 되어버렸다. 거짓말이 아니라 모르고 있는, 가리워졌던 마음을 한데 묶었다는 생각이 든다. 천만 관객들이 참 따뜻하게 느껴 고맙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실 '신과함께' 속 자홍 수홍 어머니는 남편을 일찍 여의고 두 아들까지 모두 잃는 비련의 여인이다. 캐릭터 설명만 들어도 가슴아플 정도다. 아무리 연기 경력이 상당한 예수정일지라도 이 같은 역할을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터.

"심적으로는 너무 무거운 역할이었다. 돌덩어리 같은 걸 안고 있는 역할이었다. 배우들은 누구나 집에서 시나리오를 보고 갈 때 돌덩어리를 안고 가는데 사실 그게 극 속의 인물이지 나의 삶은 또 있지 않나. 누가 날 부르는 사이 잠깐 놓칠까봐 많이 조심했다. 맥박 뛰는 것도 조심했다. 몇몇 신을 찍을 땐 남한테 부담을 안 줄 정도 조심성 있게 해 옆에서 많이 불편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 테크닉을 모르기 때문에 온전히 집중해야 해서 예민하다."

예수정은 그럼에도 '신과함께' 출연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무조건 작품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예수정은 "나도 많은 작품을 안 해봐서 유명한 감독님, 유명한 배우가 나오거나 큰 프로덕션이 제작할 때 사실 잘 모른다. 경험이 없어서. 근데 작품 처음 할 때 최지선PD님 느낌이 굉장히 진솔했고, 깊은 인상을 줬다. 그리고 작품을 읽어봤을 때 걸개가 너무 재밌었다. '신과함께' 시나리오를 다 읽고나니까 '여지껏 지은 죄가 많은데 앞으로라도 조심해야 되겠다' 이런 마음이 들었다. 걸개가 너무 재밌는데 거기에다가 '나도 엄마한테 못되게 했는데..'란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 감독님 미팅을 했는데 어머님께 바치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 말에 혼자 속으로 울컥하면서 '아 그런 작품에 내가 어머니요?' 너무 부담스러워 그땐 살짝 안 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배우로 활동했던 어머니 故 정애란을 떠올렸다는 예수정은 그렇게 '신과함께'호에 탑승하게 됐다.

"김용화 감독이 이 계통에 일하면서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니. 하여튼 너무 좋았다. 예를 들어 그 부분에 대한 소설을 썼다면 안 놀랐을텐데, 원래 영화라는 것에 대한 편견이 있었고, 거기에다가 또 CG가 많아 메커니즘 쪽으로 너무 바쁘게 미사일 속도처럼 돌아가는 생활방식에 훨씬 더 익숙한데 어머니에게 바치는 영화라니, 되게 감동 받았다. 그랬더니 그 진심이 하늘에 닿았나보다. 어머니께서 굉장히 따뜻한 미소를 짓고 계실 것 같다. 그때 마침 오바마 대통령이 자기를 키워주신 할머니에 대해 얘기했다. 선거에 이기든 지든 날 위해 웃어주고 있을 것 같다는 말처럼 다 그 끈끈한 사랑의 줄이 있나보다."

예수정은 농아 역할인 탓에 대사가 아닌 표정, 감정만으로 연기해야 했다. 게다가 수화도 배워야 했다. 보통 내공이 아니고서야 이같은 연기를 소화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수화를 배웠어야 하는 건 조금 쉽진 않았다. 즐겁게 시작은 했지만 늘 긴장이 됐다. 수화를 틀릴까봐 말이다. 그 신에서 배우가 갖고 있어야 될 정서가 있는데 수화가 틀릴까봐.. 긴장하면 집중이 딴데로 간다. 그랬는데 다행히 감독님이나 수화 선생님이나 다 '괜찮아요'라고 해줬다. 눈이 다 말해주고 있으니까. 익숙한 사람인 아들과의 대화였다. 농아끼리의 대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표정으로도 많이 이야기를 하니까 괜찮다는 격려의 말을 들어서 마음을 편안히 할 수 있는 게 너무 고마웠다. 아니면 힘들었을 거다. 수화를 어떻게 단시간에 배웠겠나. 그리고 의외로 대사가 없는 신은 나한테 편안했다."

특히 어린 자홍이 어머니를 베개로 누르려 시도하는 신은 이를 연기하는 예수정에게도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그 신을 보면서 '난 엄마도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가 맡는 역할이 내 인생의 멘톤데 삶을 가르쳐주는데 자홍 수홍 엄마는 베개를 누를 때 이 아이가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를 한껏 알고 받아들이더라. 그러니까 눈을 떴다가 감는다. 글을 참 잘 쓴게 눈을 떴다 감았다는 건 짧은 순간 '얘가 왜 날 죽이려는 거지? 난 모른척 해주자'가 아닌 거다. 얘가 얼마나 힘든가. 그리고 얘는 엄마도 지금 고통스럽다는 걸 너무 잘 아는거다. 이게 아들과 엄마 사이 교감이라는 것이다. 그 짧은 시간 안에. 그래서 엄마도 아들을 끝까지 기다려주는 거다. 거기에 오해의 여지가 없는 거다. 그게 엄마다. 다 아는 것. 근데 그걸 다 몰라서 잔소리하고 섭섭해하고 그런다. 이 엄마는 다 아는 거다. 얼마나 힘들까를 받아들이는 것. 당연히 이 자식이 날 죽이고 싶어 죽이겠어? 방법이 없으니까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걸 아는 것. 그 장면 진짜 놀랐다. 눈 떴다가 감는 걸 쓸 수 있는 분은 누굴까. 엄마에 대한 기억이 엄청난 분 아니면 이 장면 못 쓴다. 놀라웠다 그 장면. 처음엔 놀랐다. '떴다 감아' 이거 뭐지? 아들의 힘든 거며, 아들의 공포, 이런 걸 알고 받아들이는 것. 그런게 엄마 개념이었구나."

그러면서 예수정은 실제로 자신은 두 자녀에게 극성 엄마라고 소개했다. 예수정은 연극 연출가 딸과 축구협회에서 일하는 아들을 둔 어머니다. 예수정은 "난 엄마보다는 사감 선생님이었을 것 같다. 게슈타포처럼. 질서, 자립 이것만 강조해왔던 것 같다. 한이 맺혔었나보다. '아니 애들한테 왜 질서를 안 가르쳐주지? 왜 애들 숙제를 대신해주지? 아니 왜 레스토랑 와서 돌아다니게 놔두지?' 난 못된 엄마였다. 진작 이 작품을 했으면 그렇게 안 키웠지"라고 자책해 웃음을 자아냈다.

예수정은 억울한 죽음 뒤 원귀가 된 아들 수홍으로 분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배우 김동욱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잘했다. 동욱이한테 받은 느낌이 너무 좋았다. '난 배우야' 이런게 없다. 자기도 모르게 어느 순간 쓱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동욱이는 '나 수홍이야' 하니 그게 너무 예쁜 거다. 진솔하고 꾸밈없이 딱딱 한다. 안에 있는 것들이 나오는 것, 그런게 아주 좋았다."

무엇보다 예수정은 리얼한 인물을 그려내기 위해 노메이크업으로 영화 촬영에 임해 관심을 모은다.

"젊은 시절을 연기할 땐 비비크림 정도만 발랐는데 아플 땐 비비크림에다가 어두워 보이게 분장했다. 사실 내가 많이 부탁하는 편이다. 언제까지 그렇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내 나이 또래를 연기하면 분장 안하고 하면 안되냐고 부탁한다. 뽀얀 것보다 내 나이의 주름, 땀구멍, 햇빛 받은 자국과 같은 음영이 있는게 난 좋더라. 내 소박한 삶과는 다른 역할, 예를 들어 '언터처블' 속 역할이나 굉장히 부유한 집 인물, 영부인 역할을 하면 화장을 해야할 것이다. 그땐 분장도 하고 빈 티는 좀 없애고



가야할 것이다."


뉴스엔 박아름 jamie@ / 이재하 jud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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