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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라이프’ 일생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씨네리뷰] 박양수 기자
2018-01-09 23:41:46


‘좋은 영화’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심오하다면 심오한 이 질문에 대해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1월4일 재개봉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초기작 ‘원더풀 라이프’(1998)는 이 질문에 멋스런 대답을 하는 영화다.

영화 ‘원더풀 라이프’는 독특한 사후세계를 그린다. 천국으로 가기 전 일주일 간 머무는 중간역 림보에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을 하나 골라내고, 림보의 직원들은 그 추억을 짧은 영화로 재현해 그들을 영원으로 인도한다.
‘원더풀 라이프’를 본 후 오직 딱 하나의 문장이 관객들의 가슴에 깊이 각인 된다. ‘모든 기억을 잊고 일생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면, 무엇을 남길 것인가?’ 영화의 시작은 월요일이다. 림보역엔 22명의 이들이 찾아오고, 그들은 각자 가장 소중했던 기억을 남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만큼, 기억도 다양하다. 누군가는 죽을 고비를 넘기고 처음 맛 본 주먹밥을, 또 누군가는 친구들과 함께 디즈니랜드에 갔던 때를, 귀를 파주던 어머니의 무릎 촉감을 남긴다.

이 대목에서 많은 이들이 카메라 정중앙에 앉아 자신의 기억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이창동 감독의 ‘시’(2010)에서 문화센터 수강생들이 시를 쓰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장면과 유사하다.

‘배우는 카메라를 직접 바라봐선 안된다’는 규칙은 극 영화에서 불문율과도 같은데, 이는 극적 몰입을 방해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하지만 고레에다 감독은 그 규칙을 직접 파괴하면서 도리어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안내한다. 관객들은 배우들과 직접 눈을 마주쳐 교감하고 가장 소중한 기억을 남기고자 하는 캐릭터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며 스스로의 기억 또한 되돌아보게 된다.

이때 중심 되는 인물은 바로 림보의 직원인 모치즈키(이우라 아라타)다. 그는 태평양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군인으로 비극적 삶 속에서 최고의 순간을 골라내지 못한 인물이다. 수십 년 간 삶과 죽음 사이에서 고뇌해 온 그는 과거 자신의 약혼녀였던 쿄코의 남편 이치로를 담당하게 되면서 다시금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모치즈키의 모습은 극장 밖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일상 가운데 즐거운 일은 없고, 스스로 비극을 살아간다고 여기는 관객들은 어쩌면 인생 최고의 순간을 일주일 만에 선뜻 골라내지 못할지 모른다. 하지만 모치즈키의 고뇌 가운데 느낄 수 있는 건, 비극의 외피를 뒤집어 쓴 삶 속에서도 사랑은 늘 살포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더풀 라이프’는 죽음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정작 삶의 소중함을 노래하고 있는 역설적 영화다.

‘걸어도 걸어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태풍이 지나가고’ 등으로 이어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관계성 탐구는 ‘원더풀 라이프’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 누군가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수 있을까? 혹은 누군가를 영원히 기억할 준비가 돼 있는가? ‘원더풀 라이프’를 보고나면, 이 질문은 우리네 삶의 원동력으로 작동할 것이다. 러닝타임 1시간59분. 전체 관람가. 1월4일 재개봉. (사진='원더풀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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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객원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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