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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이명박의 남자 원세훈, 무엇을 지켰나(종합)
2017-09-24 00:19:31

[뉴스엔 이민지 기자]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은 대체 무엇을 했던 것일까.

9월 2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해 다룬 '은밀하게 꼼꼼하게-각하의 비밀부대' 편이 공개됐다.

다른 이들을 밝히기 위해 스스로 어둠이 된 이들이 있다. 누구도 신분을 모르고 공로를 몰라줬지만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온 사람들. 투철한 애국심과 전문능력을 지닌 정보요원 국정원 직원들이다. 서슬퍼런 군부독재 시절 무고한 사람을 탄압해 권력의 시녀라는 말을 들어야 했던 악명높은 국가기관. 민주화 이후 이전의 과거를 반복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한 이들이다.

그런데 최고 정부요원의 뜻밖의 임무가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시민단체 고문이었던 이상호 씨는 한동안 이상한 일을 겪어 한 남성을 경찰에 신고했다. 석연치 않은 예감에 확인해본 CCTV 안에는 한 남자가 이씨의 곁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감시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는 국정원 직원이었다.

2011년 2월 인도네시아 특사단이 무기수출 협상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숙소에서 특사는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했다. 세명의 괴한이 노트북 안의 정보를 훔쳐가고 있었던 것이다. 발각된 이들은 노트북을 돌려주고 홀연히 사라졌다. 특사의 숙소에 무단침입한 이들도 국정원 직원이었다.

국정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상한 사건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더욱 믿을 수 없는 일은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벌어졌다. 국정원 댓글 사건의 서막이 오른 것. 당시 민주통합당은 국정원의 온라인 공작 제보를 받고 국정원 직원의 집을 찾은 것. 셀프 감금 논란 속에서 국정원 직원 김씨가 35시간만에 문을 열었다. 노트북과 데스크탑을 경찰에 넘긴 김씨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당시 경찰은 대선을 4일 앞두고 이례적으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정원 직원이 비방 댓글을 달지 않았다는 것. 스무개의 아이디와 닉네임이 발견됐지만 선거개입 흔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수사도 논란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대선이 치러졌고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다. 그러나 대선 한달 뒤 국정원 직원 김씨가 120건의 정치글을 올린 것이 밝혀진 것.

2013년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사 진행됐다. 김씨는 "나는 정치개임, 선거개입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활동한 적 없다"고 주장했지만 그는 셀프 감금을 하는 동안 관련 파일 180개를 지웠고 어쩔 수 없이 상부의 명령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원장님 지시강조 문건'이 세상에 나왔다. 직원들에게 은밀히 인터넷 청소를 명령한 이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다. 그러나 재판에서는 정치는 관여했지만 선거는 아니라는 묘한 판결이 나왔다. 정치 개입 혐의마저 벗기위해 항소했지만 2심에서는 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대법원에서 일부 증거가 부족하다며 사건을 되돌려보낸 것.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하나둘 드러나는 증거 앞에서도 자신은 선거에 개입한 적 없다며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재판하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겨울 원세훈 전 원장으로부터 "전혀 사실이 아닌 부분을 가지고 나에게 뒤집어 씌운거다. 댓글 자체를 내가 쓰라고 한 적 없다. 국정원이 그렇게 한가한 기관이 아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국정원법과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지난 8월 30일 원세훈 전 원장의 구속이 확정됐다. 최근 터져나오는 보도에 따르면 원세훈 전 원장 재임기간 국정원의 정치개입은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원세훈은 오랫동안 이명박의 남자로 불렸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뒤 국정원장에 임명됐다. 국정원장은 군이나 검찰, 외교관 출신이 맡는게 일반적인 상황이었고 파격적인 인사에 당시 여당 의원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모두의 우려와 달리 그는 빠르게 국정원을 장악해갔다. 인사권을 가지고 있던 그는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사권을 행사하는데 무자비하고 공포를 동원했다. 일례를 들면 2,3급 고급 간부들을 삼청교육대라 불리는 교육에 입소시켜서 목봉체조 굴욕을 줬다"고 밝혔다. 전 국정원 직원은 "수백명을 보직없이 만들었다. 수사 하던 사람을 산업스파이 잡으라고 보내고 그러니까 국정원이 마비됐다. 김대중, 노무현 식의 좌파세력이다. 자기한테 예스맨만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 뒤 원세훈 전 원장은 국정원에 사이버팀을 4개로 늘렸다. 이 팀에 600여억원의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요원들은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를 받고 아이디를 바꿔가며 다양한 정치 이슈에 대해 댓글을 남기고 여론을 조성했다. 특히 그가 11차례에 걸쳐 홍보를 강조한 사업은 바로 4대강 사업이었다. 토씨하나 다르지 않은 글이 같은 날 여러 사이트에 올라갔다. 누구도 정예요원들이 아이피를 바꾸기 위해 피씨방을 옮겨다니며 글을 쓰고 있을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국정원에 들어가 댓글 부대가 된 국정원 직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김병기 의원은 "본인들이 국가를 위해 모든걸 바칠 수 있는 애국심이 어느 조직보다 출중하다. 그런데 이것이 조금 잘못 발현되면 주관적 애국심으로 변질된다. 국정원 직원들의 애국심을 악용한거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이 중요한 댓글 활동을 민간인들에게 지시한 사실도 밝혀졌다. 마스터라 불리는 알파팀 팀장을 통해 국정원 지시를 받아왔다는 이들은 수시로 바뀌는 주제에 맞춰 글을 써왔고 실적에 따라 국정원에게 돈을 받았다고 한다. 확인 결과 마스터라 불린 알파팀 팀장은 보수 극우 성향 인터넷 사이트의 대표였다. 그는 문자 메시지로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그것이 알고 싶다'에 전했다.

최근 국정원 개혁위 측은 민간인 댓글부대가 더 있다고 밝혔다. 사립대 교수부터 대기업 간부까지 포함된 민간인 댓글부대에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전후 생긴 보수단체도 있었다. 국정원 퇴직자 모임 양지회 관련자들 역시 조사를 받고 있다. 양지회 관계자는 "자기는 개인적으로 국정원 심리전단 부탁을 받아 활동한거지 양지회 차원에서는 전혀 관련이 없다. 물론 국정원 돈을 받은건 맞지만 좌파나 종북세력 척결을 위한 댓글 활동을 한거지 정치적 댓글 활동을 한건 없다"고 말했다.

댓글부대가 올린 글에는 주목할 만한 사실이 하나 있다. 2012년 8월을 기준으로 선거 관련 글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새누리당 박근헤 후보가 대선주자로 확정된 날이다. 국정원을 중심으로 움직였던 댓글 부대. 이들이 글을 쓴 시기도 목적도 의심스럽다.

2013년 이와 관련된 국정조사 청문회가 진행됐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당시 댓글부대가 활동한 이유는 그저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의 일환이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그의 임기 당시 대한민국 안보는 얼마나 탄탄하게 지켜지고 있었을까. 2011년 북한 김정일이 갑자기 사망했다. 국정원은 어떤 조직보다 이 정보를 먼저 파악하고 있었어야 하지만 북한 발표 전까지 모르고 있었다. 대북 정보력 부재에 대한 질타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원세훈이 진정으로 지키려 했던 것은 무엇일까.

국정원에서 2011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문건이 있다. 좌티즌이 트위터, SNS로 이동해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SNS 투표 독려 캠페인이 투표 당일 변수를 넘어 상수로 자리매김할 소지가 커 대비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다.

2012년 12월,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박근혜 후보는 "국정원 여직원 사태에서 발생한 여성 인권침해에 대해 한마디 말씀도 없으시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 여직원이 댓글을 실제 달앗는지 증거가 하나 없다고 나왔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는 "수사 중인 사건이다. 수사 하고 있는데 그것이 감금이다, 증거없다고 말씀하시면 수사에 개입하는거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후보는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 이미 무혐의를 확신했고 토론 1시간여 후 경찰은 보도자료를 통해 부랴부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서울경찰청 분석관들은 이미 국정원 직원들의 활동 내역을 파악한 상황이었다. 이들이 "언론보도 안나가야 되는거 아니냐", "나가면 큰일난다"고 말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된 것. 이를 주도한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은 직권남용과 경찰 공무원법 위반 등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건의 축소 은폐에 가담한 경찰 관계자들은 이후로 고속승진을 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그널을 주는거다. 권력 편에 서라. 그것이 불법행위라도 권력의 편에 서면 면죄부를 줄거다. 안심하고 강한 자 편에 서라는 시그널이다"고 말했다.

채동욱 검찰총장 취임 후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 존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며 사건이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그 뒤로도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자에 대한 이상한 인사가 계속된다. 윤석열 당시 수원지검 여주지청장도 정직 1개월 징계를 받고 좌천됐다.

1심에서 원세훈 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사는 승진했고 2심에서 유죄를 받았으나 대법원 전원 합의체에서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돌려보냈다. 청와대 눈치를 지나치게 봤다는 지적을 받았다. 삼권분립 국가에서 사법부가 견제 장치 의지를 포기한 것이라는 것이다.

김규리, 김미화, 김제동 등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연예인들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국정원 전 직원은 "좌파라는 개념을 만들고 분류하기 시작한다. 사장 만나서 '왜 이 사람을 여기에 두냐' 해서 좌천시킨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의 좌파 척결은 광범위 하게 진행됐다. 입막음을 강요 당한 것은 방송과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최승호PD는 "이명박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한게 공영방소을 자기네 편으로 만들거나 무력화 시키는, 한편으로는 종편, 자기네한테 우호적인 보수적 색까을 낼 수 있는 종편을 허가해 언론 지형을 보수로 기울게 만들려는게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리먼브라더스 파산을 예측하고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던 미네르바은 그를 허위사실 유포죄로 구속했다. 미네르바 구속이 바꾼 것은 한 사람의 인생만이 아니었다. 사건 후 토론 게시판에서 활동하던 인터넷 논객들이 절필을 선언하고 침묵했다. 사이버 공간에 대한 규제가 시작된 것이다.

군 사이버 사령부의 활동에 대해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이버전 작전 지침이라는 문건을 만들어 김관진 장관 결재를 받아 최종적으로 청와대가지 보고 됐다는 제보 내용이 있다. 김관진 국방장관 결재가 있었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도 이떤 식으로든 보고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정원 개혁위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는 청와대가 개입된게 틀림없다. 최고 권력자의 지시나 묵인이 당연히 있었을거라고 의심된다"고 말했다.

최근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지난 정권의 적페는 아주 중요한 한 사람을 향하고 있다. 책임자에 위치에 있었지만 지금껏 한번도 책임지지도, 입장을 밝히지도 않은 한 사람. 국정원, 법원, 경찰, 검찰, 군대까지 움직일 수 있었던 단 한 사람이다. 9년간 감췄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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