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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치]갑질은 고질병? 곽현화·김기덕 사태 무관하지 않다 박아름 기자
박아름 기자 2017-09-12 06:32:01


[뉴스엔 박아름 기자]

김기덕 감독 사태와 곽현화 사태로 말미암아 국내 대중문화계 고질병과 같은 감독의 갑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동안 연예계에서는 감독의 권위에서 파생되는 부조리와 관련, 이런저런 사건들이 벌어져왔다. 그 가운데 연예계 뿌리박혔던 문제들을 공론화시키는데 결정적 계기가 된 사건은 최근 논란이 됐던 김기덕 감독 사건이다. 김기덕 감독은 지난 2013년 자신의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하기로 했던 40대 여배우 A씨를 폭행하고 베드신 촬영까지 강요한 혐의로 최근 피소 당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 영화계가 직면한 폭력, 폭언, 강요된 노출 및 베드신 연기, 성상납, 성폭력 등 오랜 기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돼온 인권침해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여성영화인모임과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찍는페미,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다수의 단체로 구성된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8월8일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계 내 성폭력 인권침해를 지적했다. "그것은 연출이 아니라 폭력이다"고 주장했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 영화계 내 자정노력을 촉구했다.

이번 곽현화 노출공방 역시 이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 ‘전망 좋은 집’ 이수성 감독과 3년간 노출공방을 벌이고 있는 배우 겸 개그우먼 곽현화는 9월11일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곽현화의 동의 없이 신체 노출 신이 담긴 영화를 IPTV와 파일공유 사이트 등에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수성 감독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가 지난 9월8일 열린 2심에서 1심과 같이 무죄를 받았다. 곽현화는 "이수성 감독이 처벌을 받고 안 받고를 떠나 최소한 그것이 범죄가 아니었다고 법원이 판결했다고 해서 그 행위가 도덕적, 윤리적으로 옳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나는 여전히 의문이다"고 질문을 던졌다. 게다가 곽현화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수성 감독은 분명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고 처벌을 면한 이수성 감독. 비록 법의 응징은 피했지만 과연 이수성 감독이 도덕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하는 부분에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여기서 곽현화가 왜 노출신을 완강하게 거부하지 못했는지 그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곽현화는 첫 영화 출연작인데다가 소속사도 없었기에 혹시라도 안한다고 하면 버릇없는 이미지로 감독에게 밉보일까봐 두려운 마음에 노출신을 찍을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곽현화는 완강히 노출신을 거부했지만, 이수성 감독의 끈질긴 설득에 맘에 안 들면 찍은 다음 편집한다는 전제 하에 감독을 믿고 촬영을 허락했다. 결국 곽현화는 노출신을 찍은 뒤 내보내지 말아줄 것을 요구했지만 이수성 감독이 IPTV에 해당 장면을 포함시켰다는 것이 곽현화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곽현화는 "지금 이 사건에서 피해자는 나다. 피해자도 적극적으로 뭘 했어야 됐던 거 아니냐는데 누구한테 의지할 수 없었다. 피해자가 그렇게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음을 이해해달라"며 눈물을 보였다.

본인이 수도 없이 말했듯 곽현화는 피해자다. 앞서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더이상 피해를 당하고도 작품의 스태프, 동료 배우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폭로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을까봐, 갑의 눈치를 보느라 침묵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후 곽현화는 피해자임에도 대중들에게 손가락질 받을 것을 각오하고 변호사까지 고용, 법정다툼을 시작했다. 판결문과 녹취록을 공개하는 초강수까지 뒀다.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이 일이 자신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곽현화는 "계약서 문제가 투명해졌으면 좋겠다"며 배우 계약서 작성 문제를 제기하고 현실적인 권리보호방법에 대한 대책을 강구했다.

김기덕 감독 사건의 피해자 A씨의 바람대로, 곽현화의 바람대로 이번 판결은 단순히 개인의 무죄 사건으로 그쳐선 안된다. 일각에서는 뿌리박힌 나무처럼 영화계의 현장이 쉽게 바뀔 순 없다고 말한다. 이같은 일들이 지금도 힘없는 연기자들을 상대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침묵하는 일이 상당하다. 하지만 이젠 각성하고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대해 고민해야할 때다. 이번 일로 대중문화계 잘못된 연출 관행이 바로잡아지고 약자들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뉴스엔 박아름 ja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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