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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블랙리스트,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다”(인터뷰)
2017-07-18 12:02:24

언제나 영화 팬들에 신뢰를 받아온 배우 송강호(50)가 또 한 번 울림을 주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로 극장가에 도착한다. 이번엔 1980년 5월, 독일기자 피터(위르겐 힌츠페터)를 태우고 서울에서 광주로 내려가는 택시운전사 만섭을 맡았다. “영화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국민배우의 연기관이 담겨 있어 감동을 배가한다.

송강호
▲ 송강호
송강호
▲ 송강호
송강호
▲ 송강호
송강호
▲ 송강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의 어느 날, 삼청동에서 송강호를 만났다. 만섭처럼 선한 웃음을 지으며 깊은 속내를 전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두고 마주한 그에게서 재치있는 입담부터 영화를 바라보는 진지한 태도까지 명품의 격이 느껴졌다.

Q. 언론 시사 이후 ‘택시운전사’가 호평을 받고 있다. 연기할 때와 달리 직접 관람할 때는 또 다른 느낌을 받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A. ‘택시운전사’는 광주민주화운동의 가해자나 피해자의 시선이 아니라 제 3자의 눈으로 바라본다. 신파적으로 관객들에 슬픔을 요구하기보단, 사건을 최대한 담담하고 담백하게 그려내는데, 무조건 잊지 말자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우리들이 어떻게 인간적 도리를 지키면서 그 아픔과 비극을 극복해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지금 시대를 만들었는가에 보다 주목한다. 영화는 1980년 광주에서부터, 가깝게는 작년 촛불집회까지 관통하는 그 ‘도리’를 담고 있다.

Q. 역시나 이번에도 명성에 걸맞은 명연기를 펼치며 굉장히 큰 울림을 전한다. 처음에는 출연을 망설였다고 들었다.
A. 싫어서 그런 것보단 ‘변호인’ 때와 비슷한 감정이었다.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마음의 준비가 좀 덜 됐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풍선처럼 ‘택시운전사’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그런데 사실 성격이 급해 너무 섣불리 대답했던 것 같다.(웃음)

Q. 거절했다가 다시 ‘하겠다’고 했을 때 제작진의 반응은 어땠나?(웃음)
A. 물론 반가워하고 좋아했다. 당연히 할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웃음) 너무 빨리 거절을 했더니 제작진에서도 조금 기다려보자고 했다더라. 서로 알게 모르게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Q. 만섭은 변화가 큰 캐릭터다. 처음엔 대학생들 시위에 짜증을 부리다가 점점 공감하고, 나중에는 격해지기까지 한다. 이 지점이 관객의 공감을 유발하는 것 같다.
A. 만섭의 모습이 굉장히 보편적인 감정이 아닐까 싶다. 사실 굉장히 두려웠을 거다. 총알이 빗발치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상황이지 않나. 그곳에서 도망을 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결국 마음 속 짐을 무시하지 않고 돌아가는 게 바로 ‘도리’다. 딸에게 전화를 걸어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와 다시 돌아가야한다”고 말하는 게,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죄책감을 건드린다. 이 모습이 결국 우리 자신을 투영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Q. ‘변호인’부터 ‘사도’ ‘밀정’ 그리고 ‘택시운전사’에 이르기까지 최근에 실존 인물을 많이 연기했다. 그런데 김사복이라는 택시운전사에 대한 정보는 상대적으로 많이 없는 편이다. 연기가 쉽진 않았을 것 같다.
A. 제작진이 모든 방법을 동원해 김사복씨를 찾으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당시 김사복씨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극적 장치를 많이 삽입할 수밖에 없었다. 도망쳤다가 다시 유턴해 돌아가는 것, 카체이싱 같은 건 극적으로 꾸며진 거다. 그런데 영화의 주인공인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가 돌아가시기 전에 우리 시나리오를 보고 ‘당시 움직였던 동선과 비슷하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한다. 극적인 장치는 많이 썼지만 그래도 실화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Q. 20년 지기 배우 유해진과 영화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A. 20년 동안 유해진이 “형님이 저랑 같이 하기 싫다고 얘기하는 거 아니에요?”라면서 투덜댔는데(웃음), 드디어 같이 하게 됐다. 그동안 작품 인연이 너무 없었다. 너무 고마운 점은 다른 영화에서는 주연을 하는 배우인데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택시운전사’에 선뜻 출연을 하고, 또 열정적으로 임해줬다는 점이다. 이건 또 함께 해준 류준열에게도 고마운 부분이기도 하다.

Q. 함께 가장 많은 호흡을 맞춘 토마스 크레취만과의 소통은 어땠나? 말이 안통해 조금 답답했을 것 같다.(웃음)
A. 영화 속에서 만섭과 피터가 소통하는 딱 그 정도만 했다.(웃음) 토마스 크레취만이 말하는 걸 상당히 좋아한다. 류준열은 영어를 좀 잘해 대화도 곧잘 했는데, 나와 유해진은 주로 듣는 입장이었다. 토마스 크레취만이 촬영하면서 꽤 오래 한국에 머물렀다. 생일도 같이 보내고 놀기도 여러번 놀았다. 같이 서너번 술이나 밥 먹으면서 재밌었던 기억이 있다. 말은 잘 안 통했지만...(웃음)

Q. 과거 “영화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수상 소감이 꽤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최근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작품 선택할 때 어느 정도 그 부분을 염두에 두는 것처럼 보인다.
A. '변호인'에서 이어진 이미지인 것 같다.(웃음) 물론 그 생각은 변함이 없고, 작품 선택에서 투영하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꼭 100% 그런 건 아니다. 다음 작품은 ‘마약왕’이다. 아주 제대로 돈 오락물인데, 이 작품으로 세상을 바꾸면 조금 큰일이다.(웃음) 제목만 봐도 딱 청불 느낌이다. 매 작품 선택할 때 사회적인 의미를 우선순위에 두진 않는다. 그런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때 고민해볼 뿐이다. '마약왕'이 나오면 조금 그런 이미지가 희석되지 않을까.

Q. 블랙리스트 파동도 그렇고, 사실 정치적인 이미지가 조금 겹쳐보이는 건 사실이다.
A. 블랙리스트라는 게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는 부분이지만, 약간 확대 해석된 점도 없지는 않다. 조금 쉰 동안에 작품이 안 들어온 건 아니다.(웃음) 어쩌다보니까 쉬는 타이밍이 논란이랑 겹친 것 같다. 물론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시나리오가 들어온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직접적인 가해를 받았다거나 그런 건 없었던 것 같다.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한다.

Q. 송강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국민배우’ 이미지다. ‘나오기만 하면 무조건 뜬다’라는 평가가 부담스럽진 않은가?
A. 이상한 말일 수도 있지만 '당연히' 부담감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사실 영화를 보는 건 공짜가 아니다. 티켓도 사야하고, 극장까지 오는 시간도 계산하면 꽤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거다. ‘송강호’를 믿고 오는 관객들에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낀다. 그냥 스크린 앞에서 멍하니 앉아 소모되는 두 시간이 아니라, 관객들에 양식이 될 수 있는 값어치 있는 두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이번 ‘택시운전사’는 값어치 있는 2시간이 될 것 같나? 사실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보니 조금 더 남다른 기분일 것 같다.
A. 지금 언론시사 반응이 좋아 많이 고무돼 있다. 과분한 호의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아직 개봉이 몇 주 남았는데, 꾸준히 지방 무대인사를 다닐 계획이다. 관객들에 실망스럽지 않은 작품이길 바라고 있다. 특히 조만간 가게 될 광주 무대인사가 매우 긴장이 되고 궁금하다. 그 분들껜 꼭 값어치 있는 2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사진=쇼박스 제공)

뉴스엔 객원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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