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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 이준익 감독 “뮤즈 최희서, 나 아니라도 떴을 배우”(인터뷰)
2017-07-16 13:01:01

[뉴스엔 글 배효주 기자 / 사진 이재하 기자]

영화 '왕의 남자'(2005)를 통해 이준기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이준익 감독. 셀 수 없이 많은 작품을 지나 지난해 영화 '동주'로는 강하늘과 박정민을 재발견하게 만들었다. 이번 영화 '박열'에서는 마냥 꽃미남인 줄로만 알았던 이제훈을 강렬한 연기력의 배우로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최희서
▲ 최희서
최희서
▲ 최희서
이준익 감독
▲ 이준익 감독
영화 ‘박열’ 스틸
▲ 영화 ‘박열’ 스틸
'박열'을 보고 돌아온 관객의 뇌리에 남는 이가 하나 더 있으니 바로 신예 아닌 신예 최희서다. '동주'를 유심히 본 사람이라면, 윤동주(강하늘 분)의 첫사랑으로 등장했던 쿠미와 '박열' 속 가네코 후미코가 같은 사람인 걸 알아차릴 수 있다. 최희서는 '동주'에서도 일본인 여성을 연기했다. 이준익 감독의 작품에 잇달아 출연하며 '뮤즈'라는 별칭도 얻었다.

최희서는 '박열'에서 박열의 동지이자 연인인 '가네코 후미코' 역으로 출연했다. 일본인이었지만 거대한 이데올로기에서 해방되려는 아나키스트로서의 신념에 따라 조선의 독립을 주장했던 당찬 여성이다. 비중으로 따지자면 영화 제목이 '박열'이 아닌 '박열과 후미코'가 되어야 할 정도로 투톱 주연으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 신념을 가득 담은 두 눈은 어떤 투사보다 빛났다. 이준익 감독은 뉴스엔과 인터뷰를 통해 가네코 후미코, 그리고 그를 표현해낸 최희서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냈다.

"가네코 후미코는 일본 10대 여성 중 한 명으로 꼽히지만, 본토에서는 많이 잊힌 인물이다. 제국주의 시대에는 센세이션한 캐릭터였는데, 현재 일본이 지나치게 극보수화되는 과정에서 소홀히 다뤄진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일본 학자나 진보 지성인들, 특히 여성 운동가들은 여전히 가네코 후미코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가네코 후미코는 일본 근대 여성 중에서 페미니즘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냈다. 극 중 '동거 서약'의 내용은 완벽한 페미니즘이다."

박열의 시 '개새끼'를 보고 홀딱 반한 가네코 후미코는 박열에게 다짜고짜 "우리 동거하자"고 제안했다. 발칙한 이 여성이 내건 '동거 서약'은 첫째, 동지로서 동거하며 둘째, 운동 활동에서는 가네코 후미코가 여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며 셋째, 한쪽의 사상이 타락해 권력자와 손잡는 일이 생길 경우 공동생활을 그만둔다는 것이었다.

"페미니즘도 일종의 아나키즘이다. 페미니즘은 남성 권력에 대한 부당성을 이야기하는 것을 말하는데, 아나키즘은 모든 권력을 부정한다. 쉽게 말하자면 권력을 잡으려는 의지 자체가 없는 것이 아나키즘이고 이걸 따르는 사람이 아나키스트다. 페미니즘의 목표가 남성 권력을 부정하면서 여성 권력을 잡겠다는 것인가? 아니다. 아나키즘과 페미니즘을 연결하는 구조가 여기에 있다. 페미니스트들이 여성 권력을 잡기 위해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게 아닌 것처럼 아나키스트 역시 자신의 권력을 주장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는 일본 제국주의가 부당한 권력으로 개인을 억압하니 그들의 권력을 부정했던 것이다."

박열 역할의 이제훈과 함께 영화를 끌어가는 큰 축으로 활약한 최희서는 '동주'를 통해 발굴한 배우다. '동주' 속에서 유창한 일본어로 쉽지 않은 연기를 펼치는 최희서를 보고 이준익 감독은 '이제서야 박열을 영화로 만들 수 있겠다' 결심했다.

"최희서는 일본어도 잘하지만 그보다 연기를 더 잘한다. '동주'에서 '저 정도 연기를 보여준다면 저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라, 그 전부터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꾸준히 확립해왔겠구나' 싶었다. 최희서가 없었으면 '박열'을 못 찍었을 수 있다. 누가 저처럼 유창한 일본어 연기를 할 수 있겠나? 윤동주를 보러 왔더니 송몽규를 본 것처럼 박열을 보러 왔더니 후미코가 보이는 영화가 바로 '박열'인 셈이다."

이어 이준익 감독은 "대중이 잘 모르는 배우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준익 감독의 묘한 취미활동으로 우리는 이준기, 강하늘, 박정민, 최희서 같은 소중한 배우를 알게 됐다.

"물론 잘 아는 배우를 빛나게 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배우를 알아봐 줄 수 있게 찾아가는 작업이 더욱 즐겁다. 뿌듯하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친구들은 굳이 내가 작품에 기용하지 않았어도 언젠가는 잘 될 배우이기도 하다. 내가 운이 좋았다고 봐야겠다. 어차피 잘 될 친구들인데, 나와 인연이 돼서 좋은 결과를 냈으니 반대로 내가 더 운이 좋은 게 아닐까."


뉴스엔 배효주 hyo@ / 뉴스엔 이재하 r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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