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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이병헌(‘마스터’ 인터뷰①) 윤가이 기자
윤가이 기자 2016-12-21 06:25:01


[뉴스엔 윤가이 기자]

오늘은 노메이크업에 뿔테 안경. 되는대로 내버려둔 웨이브 헤어. 이토록 내추럴한 이병헌의 모습을 실제로 본 건 무척 오랜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얀 머그잔을 입에 가져갈 때면, 그 순간만큼은 커피 광고가 따로 없다. 이병헌은 꽤 오래 전부터 이런 배우다. 손가락 하나, 관절의 움직임조차 이야기가 되는 것 같은, 신계(神界)까진 아니라도 어떤 경지에 이른 인간임에는 분명하리. 마주 앉아 있으면 등 뒤로 번쩍 빛이 지나고, 목소리를 듣다보면 빨려들 것 같은 느낌까지, 배우가 안됐다면 영화에서처럼 대단한 사기꾼이 되지 않았을까. 우스운(?) 상상이 뇌리를 스친다.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로 8년 만에 악역을 연기한 이병헌을 최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서 만났다. 영화 개봉을 앞둔 배우라면 으레 통과의례처럼 하는 인터뷰지만, 이병헌과의 인터뷰는 인터뷰이 입장에서 늘 뭔가 간질간질한 기분. 매 작품 다른 역할로, 연기를 할 때마다 보는 사람 입 벌어지게 만드는 그 재주 때문인 걸까.

"아기가 놔주질 않아서요. 보고 나오느라고..."

사실 이병헌은 이날 인터뷰에 살짝 늦었다. 약속했던 시간에 그가 당도하지 않자, 영화 홍보사와 제작사, 이병헌의 매니저까지도 발을 동동 구르며 기자들의 눈치를 살피는 10분이 흘렀다. 이병헌은 빠른 걸음으로 들어와 앉으면서 이렇게 '핑계 아닌 핑계'를 댔다. 그러고 보면 한창 깨물고 싶을 만큼 예쁠 한 아기의 아빠구나.

스크린에서 늘 전혀 다른 모습으로 관객을 만나기에, 일상의 이병헌은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자연인 이병헌이라... 이민정의 남편, 아들 바보같은 수식보다 오롯이 배우 이병헌일 때 그는 할 얘기가 참 많은 사람이다. 그러나 많은 톱스타들이 그러하듯 개인적인 얘기는 쉽게 터놓기 어려운 사람.

의도적으로 신비주의를 고집한 건 아니라고 해도, 배우가 저 정도 위치에서 이렇게나 오랜 시간을 내려오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감기는 이미지다. 더구나 이병헌은 자의든 타의든 이런 저런 스캔들에 송사까지 만만치 않게 지나왔다. 아기를 보다 나왔다는 그의 말에 반색(?)하며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 건, 순간 그가 스크린 밖의 평범한 가장으로 보였기 때문이리라.

일단 '마스터' 얘길 안할 수 없다. 영화에서 이병헌은 거대 피라미드 사기 조직의 우두머리 진회장 역을 열연했다. 수만명이 가득찬 프로모션장에서 거짓 눈물을 뚝뚝 흘려가며 순식간에 사람들 등을 치고, 사업에 도움만 된다면 수억원짜리 로비도 마다치 않는 안하무인 사기꾼. 우리가 사는 현실 뉴스에 나온 여러 회장님들이 오버랩돼 흥미로운 한편 씁쓸한 캐릭터다.

이하 이병헌과의 일문일답.

-간만의, 8년 만의 악역이다

▲일단 악역 기회 자체가 별로 주어지질 않았다. 처음으로 악역을 해 본 건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였다. 악역을 자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안 들어서 다시 없을 기회니까 새로운 경험이니까 재밌겠다 싶더라. 이후 '내부자들'에서 연기한 안상구는 딱히 악역이라고 하긴 애매하지 않았나.

-끊임없이 모험하고 도전하는 느낌이다

▲원래 악역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오히려 해본 것을 또 하는 것에 대한 싫증이라든가 안해본 것을 해보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는 거다. 배우는 기본적으로 다른 것을 해볼 때 좌절감과 함께 희열을 느끼는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할리우드에서 작품을 하면서 설득력 있는 악역들을 해보면서 악역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마스터'의 진회장 캐릭터도 사기꾼이라는 것 자체가 변화무쌍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태도나 감정을 달리 해야하니 배우로서는 재미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언론배급 시사회로 영화를 먼저 봤는데 소감은 어땠나

▲음... 러닝타임이 좀 길긴 하던데. 그래도 원래 처음에 편집본이 4시간을 넘었던 것에 비하면 감독의 노력이 대단한거다. 템포는 빠르게 가면서 놓치는 것 없이 잘 살렸더라. 다만 영화를 보다가 생리적인 현상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은 걱정은 좀 든다.

-'마스터' 속 진회장이 '내부자들' 안상구와 비슷한 지점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연기를 하는 내 입장에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내부자들' 안상구가 워낙 세게 각인이 돼있기도 하고 그 이후에도 예능 프로그램, 코미디 같은 데서 패러디로 자주 쓰이지 않았나. 그래서 (영화를 선보인지) 1년 넘게 지났는데도 많은 분들 뇌리에 남아있어서 비슷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싶다.

- 캐릭터는 다르나 두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비슷한 인상이 있다

▲영화가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리를 끄집어내서 보여준다는 점에선 흡사할지도. 하지만 연출이라든가 템포라든가 색깔이 완전히 다른 영화다. '내부자들'은 독하고 진하고 센 느낌? '마스터'는 좀 더 경쾌하고 신나게 흘러가는 느낌이다. 다른 템포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마스터' 진회장의 백발, 괴상한 영어가 인상적이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감독과 콘셉트에 대해서 몇번이나 회의를 했다. 근데 어떤 얘기가 나와도 감독이 '내부자들에서 다 해서 할 게 없다'고 하더라. 오래 생각하다가 백발로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내가 영화 '싱글라이더'를 찍고 있었기 때문에 촬영장에서 백색 스프레이를 얻어서 조의석 감독한테 가져갔다. 백발을 보여주니까 괜찮을 거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 헤어스타일이 만들어졌다.

영어는... 감독이 필리핀 로케 촬영을 하려고 현지에 가서 배우들 오디션을 봤는데, 그때 그 배우들한테 직접 내 대사를 읽어서 녹음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 파일을 받아 듣고 연습한 거다. 현지에서 사업을 했던 지인이 있었는데, 미국에서 명문대까지 나온 사람이 그곳에선 완전히 필리핀식으로 영어를 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진회장을 설정하는 데 참고했다.

한편 '마스터'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조 단위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희대의 사기범, 그리고 그의 브레인까지, 그들의 속고 속이는 추격을 그린 범죄오락액션.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엄지원 진경 오달수 등이 출연했다. '감시자들'로 550만 관객을 모았던 조의석 감독의 신작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21일 개봉.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인터뷰②에서 계속

뉴스엔 윤가이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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