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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연우, 감독 주연 1인4역 ‘분장’ 12월1일 개막 서울독립영화계 초청
2016-12-01 06:02:01

 
감독을 겸하는 배우 남연우(34). 올해 한국영화계의 주목할 만한 수확이다. 그가 제작·각본·연출·주연한 ‘분장’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에 초청받아 후반작업지원작이 된 데 이어 2016 서울프라이드영화제 핑크머니상(관객상)을 수상했다. 또 12월1일 개막하는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 선택’ 부문 초청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남연우
■ 진정성과 위선에 대하여 '분장'
‘분장’은 이해와 인정, 진정성과 위선에 대한 이야기다. 인물과의 밀착감이 주는 긴장과 몰입이 쏠쏠하다. 무명 배우 송준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화제의 연극 ‘다크 라이프’에 주인공 트랜스젠더 역으로 캐스팅된다. 일약 스타가 된 이후 동생의 성 정체성과 맞닥뜨리며 혼란에 빠져든다. 배우가 무대에 오르기 전 하는 분칠, 자신을 속이는데 익숙해진 위선자라는 중의적 의미가 제목에 함축됐다.

착상은 술자리에서였다. 옆 테이블의 영화인들 성 소수자 관련 대화가 귀에 꽂혔다. “그건 잘못된 거야” “말하고 자시고의 문제가 아니잖아. 그럴 수도 있는 거고 이해해야지”. 사람들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앞서 말한 이를 비웃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남연우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한 사람의 잔상이 계속 남았다.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정말 이해하는 것일까? 내 인생의 화두이기도 한데 자신을 속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다. 과연 내가 속이고 있는 걸 아는가, 그것에 익숙해져 있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그런데 익숙해지면 무섭다. 어느 순간 이를 인정해야할 때 파괴력은 굉장히 클 거다.”

영화화 결정 뒤 “무지함으로 인해 폭력적이 돼선 안 되겠다” 싶어 집중적인 인터뷰에 들어갔다. 게이 친구에게 시나리오를 계속 읽어보게 하며 폭력적인지 여부를 조언받았다. 촬영 단계에선 트랜스젠더가 1개월 가까이 극중 트랜스젠더 역 배우와 동고동락하다시피 하며 과장을 덜어내도록 지도해줬다. 과장됨 역시 폭력적이란 강박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 쌈짓돈 1,700만원...스승·친구·제자 도움으로 완성
그동안 모은 돈과 어머니로부터 빌린 경비를 합해 총 1,700만원으로 ‘분장’을 만들었다. 초저예산이지만 웬만한 상업영화 못지않은 만듦새다. 주조연진의 탄탄한 연기 앙상블, 음악, 프로덕션 디자인이 빼어나서다. 돈이 없을 때는 가내수공업이 철칙이다.

극중 연극 연출은 대학 은사인 최용진 교수, 조연출과 연극 파트너는 한예종 연극원 동기인 양조아 이수광이다. 동생 역 안성민은 연기학원 강사 시절 첫 제자다. 트랜스젠더 역 뮤지컬배우 홍정호는 19년 지기 절친이다. 충무로 신 스틸러 허종도는 대학 선배로 교내 연극 ‘한여름 밤의 꿈’에서 공연한 인연이 있다. 이번에 노 개런티로 특별 출연했다. 여기에 후배 오도이(소울 스테이지)가 음악감독으로 가세해 인상적인 창작곡들을 포진시켰다.

‘분장’의 첫 나들이였던 부산에서는 에피소드 만발이었다. GV(관객과의 대화)에서 두 번이나 “‘블랙 스완’이 생각났다”는 평을 들었다. 워낙 좋아하는 명작이라 그간의 고생이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감독들이나 관계자를 만나 “영화 분장팀입니다”라고 인사하면 “다들 배우 같네”란 의아한 시선이 되돌아왔다. 김기덕 감독은 “특수 분장팀이에요?”라고 묻기도 했다.

■ 비보이→대학로 연극배우→한예종 입학
중2부터 고3가지 비보이로 활동했다. 우연히 비보이가 필요한 독립영화에 출연하면서 영화적업의 매력에 빠졌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땀 흘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대학 연영과에 모두 떨어진 뒤 바로 군 입대했다. 배우의 꿈을 키우며 군복무를 마쳤고 대학로에서 ‘점프’ ‘밟아밟아’ 등 연극, 댄스뮤지컬에 출연했다. 어느 순간부터 관객이 무서워졌다. 자신의 부족함 탓이었다. 그때 작품을 함께 했던 연극계 선배 조진웅이 대학 입학을 추천했다.

“마침 한예종 연극원 신입생 접수 기간이었다. 조진웅 선배가 독백을 봐주다고 해 여관에 투숙하며 실기 지도를 받았다. 그때 형이 영화 ‘비열한 거리’를 찍을 때였는데도 시간을 할애해주셨다. 은인이다. 합격자 발표 날에 너무 기뻐 서로 부둥켜안았다.”

스물다섯이던 2006년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 김민재 장인섭 윤박이 동기(13기)다. 최용진 교수로부터 연기를 배우면서 눈이 떠졌다. 그 전엔 감정, 분위기, 상황을 고민했는데 감정의 원리와 논리, 인간에 대해 집중하게 됐다. 연기가 즐거워졌다. 2012년 ‘가시꽃’으로 제1회 들꽃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2014년 ‘그 밤의 술맛’으로 감독 데뷔했다.

■ “감독·배우로서 인물의 논리에 집중”
어렸을 때부터 맞벌이 부모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 많아 장난감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곤 했다. 상상력 훈련이 돼버렸다. 자신의 장점을 이용해 연기를 해보자 했다. 연기를 너무 사랑하지만 선택을 기다려야만 한다. 좋은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다.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으니 시간남을 때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하는 게 효율적이다.

“내게 연출은 연기의 연장이다. 하나의 뿌리다. 연출로, 배우로 바라보는 건 인물이라 인물의 논리에 집중한다. 연기 디렉팅을 할 때도 ‘이 캐릭터가 이런 생각을 할 거 같다’란 행동동사를 많이 준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훌륭한 배우들을 세팅하고, 함께 호흡하는 건 너무 행복한 일이다. 특히 인물표를 만들 때가 가장 흥분되는 순간이다.”

그럼에도 ‘분장’ 때는 죽다 살아날 정도로 힘들었다. 자신을 최대한 빼내고 인물의 행동에 몰입하는 거라든가 연기의 변화를 좋아하는데 제작·연출까지 완수하려니 자신의 밑바닥, 관습적인 연기가 나온 것 같아 아쉽다. 투자를 받았다면 한결 여유롭게 원하는 연기를 담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곱씹어 본다.

“감독으로서의 철칙은 ‘재미’와 ‘No지루’다. 내가 정교하게 상징을 담아내는 그런 그릇은 못된다. 대신 인물들이 논리적으로 행동하는 걸 순서대로 나열하는 건 잘 한다. 이창동 감독님을 존경하는 이유도 가장 논리적이며 디테일하시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에는 인물들이 도구로 나오질 않는다. 역사가 존재한다. 그분의 영화에 꼭 출연하고 싶다.”

영화제작사 ‘이야기수컷’ 대표이기도 한 남연우는 장편 ‘그 밤의 술맛’ ‘분장’, 단편 ‘삼촌’ ‘격한 멜로’를 제작했다. 현재 아이를 잃은 남자 화가를 주인공으로 한 판타지 드라마 ‘화가의 눈’ 시나리오를 집필 중이다. 올해를 갈무리하는 소원으로 ‘분장’의 개봉과 내년 해외영화제 출품 성사를 꼽았다.

뉴스엔 객원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 사진= 이완기(라운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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