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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송한 ‘아수라’, 정우성을 조져서 남는 건 과연 뭘까[윤가이의 팝콘중독]
2016-09-23 10:09:22

 

김성수 감독의 욕망은 잘 알겠다. 3년 전 '감기'란 재난영화를 선보였던 김 감독이지만 액션을 연출하고 싶단 말을 늘 입에 달고 살았다지 않은가. 1997년 '비트'나 1999년 '태양은 없다'는 20년 가까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감독 스스로에게나 출연했던 배우들에게나 대표 필모그래피로 남아있다. 돌아보면 데뷔작 '런 어웨이'부터 그는 집요하고 치열하게 액션에 천착했던 감독이다. 한국형 액션영화, 느와르에 있어서 만큼은 김성수 감독의 족적이 크고 뚜렷하다는 점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기도 하다.

10년쯤 방황(?)을 끝내고 내놓은 '감기'로 체면치레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표(전국관객 약 300만명)를 받았기 때문일까. 그래서 어쩌면 김성수 감독의 액션 갈증이 더 극에 달했는지도 모르겠다. 9월 21일 언론배급시사회로 베일을 벗은 '아수라'는 작정하고 막무가내로 객석을 피비린내 진동하는 악의 소굴로 몰아넣었다.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이유는 필요없고 명분도 다음 문제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또 처단하고 복수하기 위해 패고 쑤시고 방아쇠를 당긴다. 흔히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호쾌한 액션과는 거리가 있다. '아수라' 속 무수한 액션신은 선과 악의 마찰 혹은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장치로써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 그저 악인이 더한 악마가 되고, 누가 누가 더 나쁜가를 증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신들이 태반이다.

'아수라'는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 분)이 악덕시장 박성배(황정민 분)의 이권과 성공을 위해 온갖 범죄를 저지르며 살다 박성배의 비리를 캐려는 검사 김차인(곽도원 분) 패와 엮이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각자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서로를 겨냥하고 있는 등장인물들은, 누구 하나도 선(善)과는 거리가 멀다.

예매하는 관객들이 기대하는 바는 무엇보다도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정만식 등 배우들의 연기 경연일 터. 영화는 주연은 물론 조연들에 이르기까지 흠잡을 구석 없는 연기력의 대가들을 120% 이용했다. 특히 정우성이 (물론 말기암 아내의 병원비 등 생계의 이유 때문이라고 해도) 스스로 악의 소굴에서 빌어먹으며 사는 운명을 연기한 것은 흥미롭다. 또 절대 악으로 분한 황정민의 연기는 일견 뻔한 인상을 주지만 동시에 믿음직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이외 곽도원 정만식의 주체할 수 없는 연기 감각, 주지훈의 기대이상 선방도 두루 높이 평가할만.

이들이 얽혀 서로 물고 뜯는 진풍경은 짧은 대사나 눈빛, 몸의 언어(액션) 등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든 간에 서스펜스를 안기기는 한다. 배우들의 연기만 따라가며 보더라도 132분의 시간과, 티켓을 위해 지불한 돈이 아깝진 않을 것이다.

별개로 각본의 짜임이 촘촘하지 못하고 연출이 구식인 데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016년의 김성수 감독은 '비트'나 '태양은 없다'로 극찬을 받았던 90년대 후반에서 정체해 있는 느낌이다. 스스로 잘할 수 있는 장르, 하고 싶은 장르에서, 변주나 성장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수라'의 가장 큰 핸디캡으로 보인다. 물론 단순한 오락영화로 소비한다면 여러모로 무리가 없는 연출이었지만, 공감이 어려운 극단적인 폭력신이 난무하면서 도리어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약점은 오락물로서의 가치조차 퇴색시킨다. 반복되는 난투극이나 피바다 액션은, 적재적소에서 효과적으로 삽입됐다면 좀 더 세련된 만듦새를 가져올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후반부 삽입된 카 체이싱 장면, 낡고 음침한 공간들에 제한적인 조명으로 구현한 배경의 비주얼은 시각적으로 효과적이다. 그러나 주인공들이 대체 왜 이렇게까지 피를 철철 흘리며 끝을 보고야 마는가 하는 의구심이 상영시간 내내 머릿속을 채운다. 그저 관객들로 하여금 지옥같은 아수라장을 간접체험해보라는 목적이었을까. 그나마 정우성이 연기하는 한도경은 동정표를 살만큼 바닥으로 떨어지며 관객의 공감을 사려하지만, 그조차도 엔딩에는 설득력과 개연성을 상실한 채 허무감마저 안긴다.

감독의 갈증이 너무 오래 깊었기 때문일까. 그저 악에 받힌 액션 물량공세가 과연 민심까지 달굴 수 있을지? 28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사진=CJ엔터테인먼트
)



[뉴스엔 윤가이 기자]
뉴스엔 윤가이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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