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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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김광수
영화는 젊은 시절의 김광수가 게으름과 도박에 빠져 천재성을 낭비하는 과정으로 초반부를 장식한다. 정가람은 차진 경상도 사투리와 느물거리는 말투, 실제 수영선수에 버금갈 신체조건까지 캐릭터에 완벽하게 스며들었다.
“나 때문에 피해가 가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고향이 밀양이라 경상도 사투리가 자연스러운 점도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 전체를 끌고 가진 않아도 중요한 모티프가 되는 신들이라 정말 연기하고 싶었어요. 오디션 볼 때의 간절함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요.”
◆ 수영선수의 몸
훤칠한 키와 넓은 어깨, 긴 팔과 다리는 국가대표 수영선수를 연기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평소 자유형을 자유롭게 즐겨온 그에게 ‘국대(국가대표) 수영선수의 몸만들기’라는 과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다.
“무조건 좋은 몸을 만드는 게 아니었기에, 수영장에 가서 실제 선수들의 몸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운동했어요. 식단조절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몸을 관리한 적은 태어나 처음이었는데 캐릭터에 맞는 신체조건을 만드는 것부터 연기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베테랑 선배들과의 합
소년 준호의 엄마 역 이항나를 비롯해 수영감독 역의 유재명과도 신인배우에겐 과분한 기운을 주고받았다고 생각한다.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 도박에 빠져 지내는 장면들에서 함께 도박판에 모여든 중견배우들과의 애드리브도 큰 도움이 됐다.
“대본에는 ‘도박을 하는 광수’ 정도로 별 설명이 없는 장면이었죠. 도박 중에서도 섰다를 하자, 그럼 이렇게 치고 빠지면 되겠네, 누가 따는 걸로 할까? 등등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장면이에요. 저는 그런 경험이 처음이라 연기하는 동안엔 어려웠죠. 그런데 막상 오케이 컷을 보니 제가 연기를 한 건지, 한 수 배운 건지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고 좋았습니다.”
◆ 캐릭터와 유일한 닮은 점은 승부욕
극중 김광수의 성격은 오만하고 아집이 강해 스포츠를 하기에 적합한 측면이 있다. 정가람은 준비돼있지 않은 상태에선 섣불리 시도하지 않는 신중한 성격이다. 모든 것이 다르지만 딱 한 가지 닮은 점이 있다. 승부욕이다.
“모든 일엔 노력이 필수라고 생각해요. 천재들도 필요하지만 저 같이 평범한 사람도 필요할 테니까 욕심부리지 않아요. 다만 목표가 정해지면 드러내진 않아도 오로지 목표 생각을 하고 나아가는 성격이에요. 어떤 대상과의 싸움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약속이라고 생각해요.”
◆ 연기로 밥 먹고 싶은 데뷔 4년차
그는 인터뷰하는 동안 ‘천천히’ ‘꾸준히’ 라는 말을 서너 차례 반복했다. 느긋한 성격이라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 것 같았다. 급기야 ‘대학도 십년 넘게 공부해 들어가는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좋은 배우가 되겠느냐’고 다짐하듯 말했다.
“‘이걸 하면서 밥만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하나씩 쌓아가다 보면 뭔가 잡히는 게 있겠죠. 어떤 것도 미리 꿈꾸거나 계산해놓지 않을 거예요. 욕심이 과하면 꼭 탈이 나니까. 연극 무대에도 서고 싶고, 정통한 연기공부도 하고 싶어요. 그렇지만 올해 안에, 몇 년 안에, 이런 틀을 만들고 싶지 않아요. ‘천천히, 꾸준히’가 중요하니까요.”
◆ 내가 좋아하는 것들
드라마(‘풍문으로 들었소’) 출연을 계기로 돈독해진 고아성 이준 등 또래 배우들과의 우정, 친구의 스크린 진출작엔 관심없고 공식석상에서 자신들을 언급해 달라 조르는 밀양의 소꿉친구들, 대기 시간이 길고 춥고 졸리지만 그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영화 현장을 좋아한다.
“신하균 선배님의 연기를 좋아해요. 표정, 말투 등 선배님 특유의 디테일이 좋아요. 제 얼굴에선 눈썹을 가장 좋아해요. 짙고 너무 두껍거나 길지도 않고 적당한 것 같아요. 아, 제 짝눈도 좋아요. 오른쪽과 왼쪽이 크기도 모양도 달라요. 스릴러를 좋아해 추리소설이나 웹툰은 시간 날 때마다 챙겨보고 있어요.”
뉴스엔 객원 에디터 안은영 eve@slist.kr /사진=지선미(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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