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이선재 역)이 JTBC 월화드라마 '밀회'(극본 정성주/연출 안판석)에서 활어처럼 연기하고 있다. 동년배우 중에서는 단연 돋보인다.
물론 함께 출연하는 김희애의 연기 역시 명불허전이다. 그녀가 맡은 오혜원이란 역할은 적당한 속물성을 지녔으면서도 상류층의 허위의식에 염증을 느끼는 인물이다. 이 입체적인 캐릭터를 김희애는 정확한 연기적 계산을 통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유아인은 그녀가 신인상을 받은 바로 그 해에 태어났다. 연기자로서의 내공은 비교가 안된다. 대선배 김희애와 출연하는 것만으로 영광이고 부담이다.
그러나 유아인은 단순한 김희애의 상대역으로 끝나지 않았다. 자신에게 당돌한 구애를 퍼붓는 이선재에게 당황하는 극중 오혜원의 모습은 이 까마득한 후배 연기자에게 감탄하는 여배우 김희애 본인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녀 역시 지지않고 유부녀 오혜원의 내공과 대선배 김희애의 관록으로 맞받아친다. 드라마 속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거의 모든 장면은 이러한 불꽃튀는 연기력 대결이다.
시청자들은 이런 높은 수준의 연기적 합을 보며 열광하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력 하나만으로 불륜극 '밀회'는 막장드라마 논란에서 일찌감치 발을 뺐다.
돌이켜보면 유아인의 연기력은 선배 연기자들과 있을 때 오히려 빛을 발했다. '완득이'(2010)에서 김윤석과의 연기호흡은 환상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해숙(깡철이)과의 결과물도 나쁘지 않았다.
'밀회'에서 유아인의 연기는 이보다 훨씬 원숙해졌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이선재라는 캐릭터 덕분이다. 어른과 소년의 경계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불안정한 남성상은 유아인이 그동안 잘해왔던 연기다. 유아인은 '완득이'와 '깡철이'에 음악적 감수성을 더해 이선재라는 훌륭한 변주곡을 만들었다.
게다가 다듬어지지 않은 천재 피아니스트라는 설정은 유아인이라는 배우 그 자체에 가깝다. 9회에서 이선재의 연주를 들은 음대 학장(김창완 분)은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하면서 아주 정확하네"라고 감탄했다. 마치 유아인의 연기를 평하는 것 같다. 전공자들에게 유아인의 연기는 "국내외 그 어떤 배우들에게도 빚지지 않은 독특한 메소드를 가지면서 호흡, 리듬, 템포, 제스처 등 연기의 기본기에도 충실하다"고 평가받는다.
여기에 유아인은 안판석 PD의 빼어난 연출력과 정성주 작가의 텍스트를 만나며 데뷔 이후 가장 빛나는 이력을 써내려가고 있다. 유아인을 몰랐던 사람, 알았던 사람, 그를 인정했던 사람 모두 '밀회'를 보며 놀라고 있다. (사진=JTBC 제공)
김홍기 peterqui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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