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태훈이 예능 출연을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이 남자 그야말로 천의 얼굴이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BS 2TV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속 지독한 악역 안민영과 KBS 2TV 일일시트콤 '일말의순정' 속 바람둥이 싱글대디 정우성이 같은 인물이라는 것을 단번에 매치시킬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팔색조라는 말로도 표현이 부족한 배우가 김태훈이다.
이쯤 되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연기자로서든 혹은 배우 김태우의 동생이라는 것으로든 김태훈은 분명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용도 높은 게스트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입담과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도 있다. 예능에서의 러브콜이 쏟아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닐까.
김태훈은 최근 뉴스엔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예능 출연을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아직은 그냥 배우로 남고 싶다. 조금 건방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도 그렇고 형(김태우)도 그렇고 예능보다는 연기가 더 편하고 좋다. 더 익숙하기도 하고.. 또 배우로서 봤을 때도 난 예능을 하기에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김태훈은 시종일관 겸손한 말투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겸손함과 함께 배우의 길을 제대로 걸어나가겠다는 의지와 자부심이 가득했다.
"인간 김태훈이 드러나는 건 물론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모습, 개인사가 너무 많이 노출되면 시청자나 관객들도 배우 김태훈을 볼 때 선입견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 속 인물로 보기 전에 '아 그때 나왔던 누구구나'라는 생각을 먼저 하실 것 같아 조심스럽다. 난 작품 안에서 김태훈이 아니라 안민영('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속 배역)이나 정우성('일말의순정' 속 배역)으로 보였으면 좋겠다. 욕심일까."
이 같은 생각의 연장선 위에 있기 때문에 김태훈은 가족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조심스럽다. 실제로 결혼해 딸까지 가진 아버지이지만 김태훈은 방송이나 인터뷰에서 좀처럼 가족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종종 인터뷰에서 딸이나 아내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참 여럽다. 쑥스럽기도 하고.. 그냥 난 평범한 아빠다. 진짜 평범하다. 별다를 것이 없다. 때문에 가족 이야기도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내가 멋지거나 특별한 아빠이자 남편이라면 말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라서. 또 사실 아직 사람들이 내 가족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실 정도로 내가 유명해진 것 같지도 않다(웃음)."
하지만 김태훈도 언젠가는 예능에 나와보고 싶다. 하지만 이는 아주 먼 얘기다. 배우로서 누구보다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위치에 섰을 때,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다고 해도 선입견 때문에 시청자들이 배역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연기력을 갖추고 난 후이기를 바란다.
"얼마 전 이순재, 신구, 백일섭 선생님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신다는 말을 들었다. 얼마나 멋진가. 어느 누가 그분들을 예능에서 봤다고 해서 연기력을 의심하겠나. 과연 내게 그런 날이 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도 그때 쯤은 한 번 예능에 나가보고 싶다. 아무래도 난 예능을 70이 넘어야 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이나래 nalea@ / 이재하 r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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