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럽게 저승사자가 뭐야, 스케줄러라고!"
오토바이를 타고 바람처럼 달려온 스케줄러는 스마트폰으로 사망 시간을 확인한 뒤 수명이 다한 인간을 사후세계로 안내한다. 판타지 만화가 아니다. SBS 수목드라마 '49일' 속 배우 정일우(25)의 캐릭터다.
"떨면서 본방 사수를 했어요. 매력이 잘 드러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청자들도, 팬들도 '색다른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첫 방송 직후 가장 먼저 (김)범이에게 '잘 봤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이)민호도 연락을 했더라구요."
정일우는 "'돌아온 일지매', '아가씨를 부탁해'에서 밝은 역할을 맡지는 않았는데 모처럼 마음 편한 캐릭터를 소화하게 됐다"고 전했다. "'거침없이 하이킥' 윤호와 비슷하다구요? 나쁘진 않아요. 그렇다고 연기를 윤호처럼 하진 않잖아요. 전작에 대해 아직도 기억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시놉시스에 명확히 등장하지 않은 인물이라 '스케줄러'라는 캐릭터 이미지를 잡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정일우는 작가, PD와 논의 끝에 꽃미남 스케줄러를 그려냈다. "솔직한 점이 실제 저와 비슷해요. 꾸미지 않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거든요. 할 말도 다 하구요. 스케줄러와 저 사이 특별한 차이점은 못 느끼겠어요."
스케줄러 역을 맡으며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정일우. 그는 "내 죽음 앞에서는 두려움이 없다. 후회하지 않도록 얼마나 잘 사느냐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면서도 "다만 주위 사람들이 날 떠난다고 생각하면 두렵더라"고 털어놨다.
한양대학교 연극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정일우는 1년 5개월의 공백 기간 동안 연극 공연 및 학교 생활에 전념했다. "연극을 통해 여유를 많이 찾았어요. 허영심 등도 있었는데 마음을 많이 비웠죠. 저 자신을 되돌아보며 초심으로 돌아가게 되더라구요."
정일우는 "연기력이 부쩍 늘었다"는 시청자들의 칭찬에 대한 질문에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끝까지 잘 해야죠. (연기) 늘었다는 이야기 많이 듣고 싶어요. 아직 방송을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열심히 해야죠."
20대 초, 중반은 교복을 입기에도, 그렇다고 성인 연기를 하기에도 애매한 나이다. 정일우 또한 캐릭터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흰색 백지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자신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 매 순간을 즐기는 모습이다. "1년 1년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20~24살 때까지는 잘 몰랐는데 아이 티를 많이 벗은 것 같다는 말을 듣거든요. 오히려 김범, 이민호 등을 보면서 느껴요. 얼굴이 계속 변하니까요."
정일우는 촬영이 생방송처럼 진행되는 탓에 페이스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자칫 중심을 놓칠까 연기에 방해되는 일을 가장 경계한다고. "다작 욕심이요? 마음처럼 되나요. 여유를 갖고 신중하려고 해요. '정일우'라는 배우를 떠올렸을 때 분명한 색깔이 나타났으면 하죠. 이제 제 색깔을 찾을 때가 됐잖아요.(웃음)"
2011년 정일우의 목표는 연말 시상식 수상이다. 2009년 '돌아온 일지매'로 코리아주니어스타어워즈 TV드라마 부문 대상 이후 2년 만의 수상을 노리는 것. "상의 종류는 신경 쓰지 않아요. 연말 시상식에서 상 하나 받는 것이 올해의 목표죠. 꾸준히 활동하는 배우가 될 겁니다."
이언혁 leeuh@newsen.com / 이재하 rush@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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