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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 눈웃음의 힙합퍼’ L.E.O “그런 얘기 가끔 듣죠”(인터뷰)
2010-07-29 08:22:54
 

[뉴스엔 글 김소희 기자/사진 안성후 기자]

힙합 하는 사람들에 대해 알게 모르게 선입견이 있었다. 포스가 있을 것 같고 제멋대로 일 것 같은 느낌. 그래서 L.E.O를 만나기 전 걱정부터 앞섰다. 그는 아마도 인터뷰하기 까다로운 인터뷰이일 것만 같았다. 인터뷰를 위해 L.E.O의 면면을 찾아보기 시작하면서 두려움은 더 커졌다. 한 번에 이해되기 힘든 복잡하고 비범하지 않은 과거사를 보며 그는 점점 알 수 없는 수수께끼같은 사람인 것만 같았다.
하물며 인터뷰하기 전 그의 이름조차 제대로 읽기 힘들었다. L.E.O, 본명 김한. 리오인지 레오인지 엘이오인지, 심지어 리오케이코아라는 알 수 없는 이름까지 접한 뒤에는 더더욱 헷갈렸다. 그를 처음 봤을 때도 혼란스러운 감정은 계속됐다. 힙합퍼라면 왠지 얼굴에 하나쯤 붙여줘야 할 것 같은 밴드와 양팔 가득한 문신. 그런데 이 남자, 나를 보고 눈웃음을 지었다.

"엘이오라고 부르시면 돼요. 리오라고 부르시는 분들도 계세요. 점을 안 찍었더니 레오라고 부르는 분들도 계셔서 점을 넣었어요. 제 별명인 떠버리라고 부르시는 분들도 계세요."

문신은 그가 중 3때 힘들 때 음악을 때려치우고 싶을 때 새겨 넣은 거란다.

"오른쪽(팔)은 천사, 왼쪽은 악마예요. 돈을 버는 것도 왼쪽이죠."(지켜보던 매니저의 "사람 때릴 때도 왼손으로만 때려요"라는 말에 웃었다.)

L.E.O의 3집 앨범 '보물섬'은 앨범 자체로 배를 타고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보물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그의 재킷은 펼쳐 보면 한 편의 꼬깃꼬깃 구겨진 보물지도다.

"CD를 사러 가면 설렘이 있잖아요. 전 앨범 한 장 한 장 사 모을 때 마치 보물을 찾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들으면서, CD를 사면서 그런 설렘을 느꼈으면 하는 기분에서 보물섬이라 이름 지었어요. 앨범 재킷도 펼쳐보면 보물섬 지도예요."

앨범을 듣는 과정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보물섬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앨범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앨범의 순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앨범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순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다. 마치 보물섬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과정이 필요하듯이…….

"원래 누가 앨범 피처링에 참여했는지 공개하지 않으려 했어요. 팬들이 저작권협회 들어가 올리면서 공개됐죠. 무엇보다 동료 이름을 팔아 음반을 팔고 싶지 않았어요. 다른 하나는 누가 피처링에 참여했기 때문에 여기 들었다 저기 들었다 하는 게 싫었어요. 앨범 자체를 한 편의 음악으로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앨범 인트로에서 제가 선장처럼 배의 출발을 알리는 부분도 있어요. 순서대로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의 피처링 참여자 리스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이름은 아마 김도향일 것이다. 김도향이 피처링한 '꿈의 선장'은 3집 앨범 발매 전 선 공개된 곡이기도 하다.

"김도향 선생님의 리메이크 앨범에 참여했던 것이 인연이 됐어요. '꿈의 선장'은 어렸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꿈을 좇는 남자의 이야기예요. 처음에는 거절할 거라는 생각이 많았어요. 그런데 흔쾌히 승낙해주시고 또 되게 열심히 해주셨어요."

이와 함께 7,80년대 독일 출신 인기 그룹 보니엠의 ‘써니’(SUNNY)를 샘플링한 것이 눈길을 끈다.

"보니엠을 선택한 이유는 지금 세대에게 예전 음악도 얼마든지 좋은 음악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저는 윤종신씨가 노래하는 것을 보면서 코미디언이 왜 앨범을 내냐는 말 듣고 놀란 적이 있어요. 힙합의 자라 나는 세대들에게 좀 더 정통적인 음악을 소개하고 싶어요. 보니엠같은 경우는 장르가 디스코지만 당시 노래가 히트하면서 곧 팝이 됐죠. 힙합이 곧 팝이 되는 날도 왔으면 좋겠어요."

그밖에도 미국의 랩퍼 비즈 마키의 일명 '찐따'(덜 떨어진 남자) 랩 스타일을 오마주 한 'Bump Bump Bump', 영화 '트랜스포머'의 범블비가 나오는 장면을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짜릿해', 현진영 랩 스타일로 작업한 'Bring it back' 등 보물 같은 음악들이 가득하다. 그는 자신의 힙합 스타일을 '야자수 힙합'이라고 칭했다. 그가 말하는 야자수 힙합이라는 것이 재킷 사진 속 야자수 나무 아래 그물 침대를 만든 뒤 음악을 듣다가 살짝 잠든 지극히 편안하고 자유스러운 상태인지 궁금해졌다.

"힙합은 보통 메시지를 전하는 것 위주이기 때문에 센 음악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요즘은 이것과 반대적인 것을 노리고 있어요. 단순히 미국만 쫓아가는 게 아니라 솔직한 앨범이요. 재킷부터 제 성격이 묻어난 앨범이에요. 저는 하와이에서 자랐는데 하와이는 여름밖에 없잖아요. 저라는 사람의 성격 자체가 여름이에요."

그도 한 때는 지금보다 센 이미지로 보였던 적이 있었다.

"달라진 게 아니라 항상 그래왔는데 어렸을 때는 붙임성이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 문제가 많이 생겼어요. 성격이 좀 더 밝아졌어요. 어렸을 땐 즉흥박사였는데 사람들이 내 캐릭터를 그렇게 만들어놓은 것 같아요. 지금은 좀 더 많이 웃고 다녀요."

그렇게 말하며 웃는 L.E.O의 눈가에 주름살이 한 겹 늘었다. 그의 변화는 그가 나고 자란 뿌리가 돼 준 바다를 생각하면서 좀 더 깊어졌다.

"전 바다에서 자란 사람이 음악으로 성공한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어요. 바다에서 자란 느낌이 묻어 나오는 사람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느낀 게 많아요. 이번 앨범의 '파도 이야기'에서 그런 것을 좀 담아봤어요. 폼 잡지 않고 바다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만든 노래예요."

그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을 뽑아달라는 질문에 '꿈의 선장'이 마음에 들게 나왔고 'Bump Bump Bump'와 '파도이야기'는 그의 색깔이 잘 드러난, 그만이 할 수 있는 곡으로 뽑았다. 그에게 왜 힙합이어야만 했는지 조금은 원론적인 질문을 던져봤다.

"랩퍼가 된 것은 원래는 보컬이었는데 랩을 하다 보니 노래 실력이 점점 줄더라고요. 1집부터 지금까지 멜로디 메이킹을 받아본 적이 없었어요. 꼭 힙합을 고집한다기보다는 어릴 때부터 들은 게 힙합뿐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힙합에 대한 지식도 쌓이고요. 꼭 힙합을 하고 싶진 않아요. 성격 자체가 어두운 음악을 안 좋아해요. 락스러운 힙합이 좋고, 레게나 펑크같은 음악을 좋아해요. 일단 연주가 아닌 랩을 하면 힙합으로 분류돼요."

힙합 하는 사람이 보는 한국 힙합은 어느 정도일까. 의외로 호의적인 답변이 나왔다.

"랩으로 봤을 때는 세계적이에요. 라이브로 봤을 때도 우리나라 랩퍼처럼 라이브를 잘하는 사람이 없어요. 물론 미국에는 잘하는 랩퍼가 많지만 슈퍼스타임에도 라이브를 못하는 가수들도 있거든요. 아쉬운 점은 아직 DJ가 정착을 못했다는 거예요. 'DJ 서울'같이 그 나라 최고 DJ라는 것이 없고 가요 프로그램에 서더라도 대우를 받지 못해요. 댄서든 DJ든 음악에 관련된 사람이면 각자 방법으로 음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춤추는 사람이나 노래를 트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예전보다 발전되기는 했는데 DJ는 음악이라는 배 위의 선장이에요. DJ가 죽으면 음악이 죽는 거죠. 음악을 제대로 틀거나 밸런스를 잡아주지 않으면 노래하는 사람이 돋보이지 않아요. 다이나믹 듀오의 경우 DJ 펌킨과 함께 다니는데 다이나믹 듀오가 신나게 하는 것도 있지만 DJ 펌킨이 받쳐주는 뭔가가 있죠. 전문적인 부분들이 인정받아 발전되면 좋겠어요."

그는 가수로서 힙합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의외의 방송 울렁증을 고백해왔다.

"공연은 무척 열정적으로 하면서도 방송을 하면 머릿속으로 이런 저런 계산을 하게 돼요. 제가 실수를 한 게 이 방송은 중요하니까 뭘 해내야 되고가 되게 컸어요. 좀 더 나답게 땀 흘리면서 하고 싶어요. 음악을 하면서 1위도 해보고 싶고 상도 받고 싶어요."

그에게 자극이 되고 힘이 되는 가수들은 누구일까.

"공연으로 볼 때는 배치기를 좋아해요. 그 친구들 콘서트에 서고 너무 좋았죠. 공연에서는 부러울 정도로 미치는 것이 최고예요. 저는 정말 많은 이들에게서 영향을 받아요. 비프리(B-Free)는 볼 때마다 계속 늘기 때문에 그 친구만 보면 긴장하게 돼요. 타이거JK도 볼 때마다 자극이 되고 MC 스타이퍼(그의 소속사 사장님이기도 하다)는 느린 노래만 계속하는데도 분위기가 좋아요. 정말 감정적으로는 사장님이 리쌍의 개리 형과 함께 최고인 것 같아요. 뮤지션이 자기 색을 유지하면서 영향을 주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를 만나기 전 그에 관한 얘기들을 이것 저것 찾아보다 '이효리 눈웃음'이라는 의외의 단어를 만났다. 이효리 눈웃음을 가진 힙합퍼라니... 그에게 이효리 눈웃음에 관한 얘기를 꺼냈더니 "멀리서 보면 안 그런데 가까이서 보는 사람들에게 그런 얘기를 더러 듣는다"고 답하며 겸연쩍어했다.

그의 팔에 새겨진 선과 악의 이미지처럼 그의 얼굴에 새겨진 카리스마 힙합퍼와 이효리의 눈웃음처럼 그는 전혀 공존할 수 없을 만한 것이 공존하는 사람이다. 여전히 그는 수수께끼같은 사람이지만 이제는 미지의 그라는 사람이 두렵게 느껴지기보다는 웬일인지 조금만 더 가면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보물섬처럼 느껴진다.

김소희 evy@newsen.com / 안성후 jumpingsh@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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