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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성 “영화 ‘여행자’ 찍으면서 다리가 굵어졌어요~” (인터뷰 ②)
2009-10-22 09:00:32

[뉴스엔 글 김지윤 기자/사진 정유진 기자]

고아성이 돌아왔다. 영화 ‘괴물’에서 괴물에게 납치됐던 그 꼬마 여자아이가 이번에는 성숙한 숙녀로 변신해 팬들을 찾았다.

“새론이랑 있으면 제가 이모 같지 않아요? 저 이모 같다는 말 많이 들었어요.”

새 영화 ‘여행자’에 함께 출연한 아역 배우 김새론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기자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묻자 고아성은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김새론이라고... (웃음) 진심으로 이번 영화 촬영하면서 새론이에게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새론이는 배우에 나이제한이 없다는 것을 우리나라 최초로 증명했잖아요. 옆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감동적이었고 만약 내가 관객이라면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마냥 어린애 일 것 같던 고아성에게 의외로 어른스럽고 털털한 말을 듣고 놀라자 그녀는 차분한 말투로 또박또박 본인의 의견을 피력했다.

“저한테는 성격이란 것이 없는 것 같아요. 학교에 있을 때랑 촬영장에 있을 때랑 많이 다르거든요. 좋게 말하면 카멜레온이고, 음 다중이? (웃음) 그래도 중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이랑 한 학교에 진학하게 돼 다행인 것 같아요.”

고아성은 이번 영화 ‘여행자’에서 동생들을 살뜰하게 돌보는 보육원의 든든한 맏언니 예신 역을 맡았다. 예신은 지체장애가 있어 다리를 절뚝이는 17살 사춘기 소녀다.

“일단 장애를 가진 인물을 연기해야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부담감이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장애’는 내가 연기해야 할 인물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니까,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서 유심하게 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했어요.”

“걸음 연습을 하면서 실제로 다리 굵기가 달라졌어요. 그 연습을 촬영 한달 전부터 했거든요.”

특히 영화 러닝타임 내내 고아성은 실제로 다리를 저는 연기를 통해 성인 연기자도 하기 어렵다는 특별한 역할을 소화했다.

“모 방송국의 ‘인간극장’ 프로그램에서 소아마비가 있는 여성이 나온 방송을 봤어요. 장애가 있는데도 굉장히 열심히 사는 분이셨는데, 내 캐릭터가 겪은 소아마비 증상을 공부하기 위해서 그런 분을 관찰했다는 것에, 행동을 연구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컸어요.”

인터뷰를 하는 내내 특유의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던 그녀가 진지해진 순간이었다. 한때 촬영장의 마스코트이자 귀염둥이였던 아역배우로서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영화 프로듀싱한 이창동 감독님의 작품 ‘오아시스’는 정말 좋아하는 영화였어요. 당시 문소리 선배님이 작성했던 일지도 봤어요. 이번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특히 짝사랑하는 남자 성수에게 손수 적은 연애편지를 전해줬을 때 그녀는 영락없는 사춘기 소녀의 모습을 보여줬다.

“남자친구요? 없어요. (웃음) 이번 영화에서도 상대 남자배우랑 최대한 친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카메라 앞에 섰을 때 그 배우를 대하는 것이 편해지면 연기에 방해된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촬영 끝날 때까지 그분이랑 말도 아꼈어요.”

이렇게 연기를 위해서는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쓴 프로페셔널한 그녀지만 촬영장에서 누구보다도 정이 많았던 것으로 소문이 나 있다.

“청평에서 고아원 식구들로 나온 아이들이랑 너무 정을 나눠 촬영 후에 힘들었어요.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들이랑 몇달을 촬영하다보니까 애들 한명 한명이 친동생 같아요. 제가 실제로 막내라서 동생을 잘 볼 줄 몰랐는데 30명 아이들과 오랫동안 시간 보내니까 이제 애기들은 저더러 ‘엄마’라고 불러요.”

하지만 마냥 유쾌할 것 같은 그녀에게도 영화를 찍는 동안 남모를 어려운 점들이 있었다.

“통역하는 분을 두고 간접적으로 디렉션 받는 게 감독님이나 저나 모두에게 스트레스였던 것 같아요. 연기를 하려면 개인적인 부분도 얘기해야 하고 그래야하는데 그러질 못했고 그동안 해왔던 감독님들은 상황을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설명해주신데 비해 우니르콩트 감독님은 상황에 따른 감정에 충실하라고 하셨거든요. 처음에는 그 부분이 너무 어려웠어요.”

그러나 힘들었던 만큼 그녀의 ‘변화’는 연기 인생의 ‘플러스’가 됐다.

“이번 영화를 계기로 연기가 많이 늘었을 것 같아요. ‘여행자’ 끝나자마자 다른 작품에 들어갔는데 확실히 연기 패턴이 달라진 것이 느껴졌다고 할까요. 예전에는 연기를 하고 있는 순간에 지배하던 생각이 없어졌어요. 예전에는 기술적으로 움직여야지 했는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마음 가는대로 연기하게 된 것 같아요.”

또 송강호, 박해일, 정진영, 설경구, 문성근 등 당대 최고의 연기파 선배 배우들과 함께 작품을 했다는 점은 그녀만의 자랑이자, 채찍이다.

“함께 했던 선배님들, 항상 옆에서 보면서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정말 운이 좋아서 좋은 분들이랑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영화를 찍으면서 친하게 지내기도 했지만, 사실은 제가 우러러 보는 분들이죠.”

서태지의 열혈팬이고 비정기적인 기타 공연을 갖는다는 꿈 많은 고아성. 나 아(我) 별 성(星), 그녀의 이름 뜻만큼이나 모두에게 사랑 받는 ‘스타’가 되길 기대해본다.

한편 ‘여행자’에는 ‘밀양’, ‘오아시스’의 이창동 감독이 직접 프로듀서로 나섰다. 이창동 감독은 ‘여행자’의 초기 시나리오를 읽고 반해 단번에 직접 제작자 제의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한국계 프랑스인 우니 르콩트 감독의 데뷔작 ‘여행자’는 진희 (김새론 분)라는 아홉살 소녀의 시선을 통해 누구나 맞이하게 되는 첫 이별에 대한 감성을 깨우는 작품이다. 이날 '여행자'는 감독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만큼 주인공의 작은 감정 하나하나까지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탄탄한 이야기 구성, 섬세한 연출력,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로 삼박자가 고루 어우러져 마치 한편의 문학작품을 보는 듯한 진한 여운을 남겼다는 호평을 받았다.

‘여행자’는 칸느 국제영화제, 토론토 국제영화제, 도쿄 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영화제에 초정돼 관객들의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설경구, 고아성, 문성근 등 내로라하는 최고의 배우들까지 합류, 그들의 명품연기가 더해져 더욱 완성도를 높였다.

영화 ‘여행자’는 10월 29일 개봉된다.

김지윤 june@newsen.com / 정유진 noir1979@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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