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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의 시간’ 못다한 그 뒷얘기(연출자-작가 인터뷰 1)
2007-09-10 11:17:43

[뉴스엔 글 / 사진 조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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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사상 이보다 더 극한 하드보일드는 없었다. 지난 주 화제 속에 종영된 MBC 수목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이하 개늑시). 잔인한 운명의 이름으로 각인된 수현(이준기)이 여전히 ‘개와 늑대의 시간’이란 혼돈 속에 서 있는 엔딩신은 죽음이란 극한 파국보다 더 진한 잔영과 오랜 여진을 만들고 있다.

때문에 드라마는 끝났지만 그 모든 혼돈의 기억을 품고 어딘가에 살아있을 수현의 고통을 지우지 못한 열혈 시청자들의 휴유증도 계속되고 있다. 이 지독한 드라마를 만들어 낸 김진민 PD, 한지훈-류용재 작가를 만나 ‘개와 늑대의 시간’에 대한 소회와 못다한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 한국 장르 드라마의 새 역사.

-‘개늑시’는 올 초부터 계속된 한국 장르 드라마에 대한 실험이 진일보하고 있음을 증명해 준 작품이다. 무엇보다 하드보일드한 설정과 느와르 장르를 생각하면 17%의 시청률이 나온 것은 대단한 성공이라고 생각된다.

▲(김진민)셋이 모여 정한 목표지점이 17%였다. 언더 커버가 시작된 5-6회부터 상승기류를 타며 7회쯤 17%에 도달했다. 생각보다 목표지점에 빨리 도착한 셈이다. 작가들이 대본 속도를 늦추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인 것이 성공요인이었다. 평균 시청률도 15-16%가 나왔는데 ‘히트’나 ‘에어시티’에 이어 한국 장르 드라마에 대한 특정 시청층이 확장되고 있는 것 같다.

-‘개늑시’에 대한 기획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던 것으로 안다.

▲(한지훈) 2005년 드라마 타이즈 뮤직비디오 시놉시스 하나를 받아 이 드라마의 기획을 시작했다. 저격수와 한 여자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였는데 마카오와 두 남자, 언더커버와 기억상실이란 설정을 가져오며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만들었다. 남녀 주인공의 로미오와 줄리엣 버전은 올해 초 감독님이 합류하시면서 주인공들의 관계설정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첨가됐다.

(김진민) 편성이 확정되기 전 내부에선 의견이 갈렸지만 국장, 부국장님은 하고 싶어 하셨다. 나는 주연 배우 캐스팅이 확정된 이후 올해 2월에 합류했다. 시놉시스 받고 대본을 읽어보니 정말 디테일하게 쓰여 있더라. 이런 장르는 대본이 디테일하지 않으면 준비하는 사람이나 만드는 사람 모두 혼란스러울 수 있다. 지금 이 정도로만 끝까지 쓰여 진다면 연출자로선 정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딱 하루 고민하고 하기로 결심했다.

-기획단계 중 여러 버전이 존재했던 것으로 들었다. 드라마로 방영된 이야기와 얼마나 달라진 것인가?

▲(류용재) 24부작으로 기획됐지만 MBC에서 편성을 줄 때는 16부작이 됐다. 고교시절의 추억을 공유하는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많이 덜어 냈다. 버전이 6가지 정도 있었는데 편성 잡히기 전까지 돌고 돌며 고민하다가 감독님이 합류하시면서 작가들이 하고자하는 이야기로 정리해 주셨다.

-하드보일드한 설정과 피와 폭력이 난무하는 느와르 장르를 공중파 드라마로 가져오며 수위조절이 필요했을 것 같다.

▲(한지훈) 드라마 안의 리얼리티는 일정부분 포기했다. 각목이나 칼을 드는 것으론 느와르 간지가 안나온다. 무엇보다 총을 쏘는 것이 오히려 폭력수위를 조절하는데 더 수월하다.

(류용재) 중간에 NIS(국가정보원)에 첩자를 심어 놓는다는 설정도 리얼리티로 따지면 불가능한 부분이지만 NIS와 정면대결을 벌이는 조직이라면 그 정도는 돼야 여러 설정이 먹혀든다고 한다고 생각했다.

#. ‘개와 늑대의 시간’ 그 혼돈의 지점

-가고자 하는 방향과 제목이 명료하게 일치했다. 이 드라마는 제목처럼 관계의 반전이나 혼돈 때문에 많은 인물들이 딜레마에 빠진다.

▲(류용재) 그렇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제목에 가장 잘 압축돼 있다. 사실 이 이야기가 장르적으로 어떤 내용이라는 것을 설명하는데만 5-6회가 걸렸지만 그 뒤부터는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었던 것 같다.

-관습적이며 진부한 장치들을 끌어왔지만 한데 모아놓으니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한지훈) 시청자들이 매번 예상했던 것을 비켜갔다고 얘기한다. 우리가 이야기를 일부로 비틀어 놓은 것은 없다. 드라마 안에 극적인 여러 장치들을 설정을 해놓고 시작하니 이야기가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따라가준 것이다.

(김진민) 드라마를 끝내고 나니 오리지널 작품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제일 뿌듯하다. 두 분이 정말 잘 썼다는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 이 드라마는 수현과 케이의 이야기다. 극중 수현이 기억상실이란 설정을 통해 인성마저 달라진 것 같은 반전을 보여주지만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기억을 잃은 후 케이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한지훈) 그렇다. 어린 시절 수현을 보면 주먹부터 먼저 나가는 거친 모습이 케이에 가깝다.

(류용재) 수현은 기억을 잃어버리면서 더 자유로워진 것 같다. 우리가 2부부터 본 성인 이수현은 자신의 본성을 트라우마로 억압해 온 모습이다. 기억상실은 그런 수현의 본성이 해방되는 지점이다. 마오 한테 자신을 심하게 부정한 것도 자신의 모습을 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느와르가 기본적으로 아버지와 아들의 대결 구도를 갖지만 이 드라마처럼 아버지가 많이 나오는 작품은 본 적이 없다.(웃음)

▲(김진민)극이 형성되는데 아버지란 소재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


(류용재) 필연적으로 아버지와 아들의 문제는 아버지들로 인해 생기기 때문이다.

-지금의 결말은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었나?

▲(한지훈) 선대끼리 모두 얽혀 있다는 윤곽은 있었는데 마오와 수현의 아버지 사연은 중반 이후 대본을 써나가면서 결정된 것이다.


-장르적인 특성상 종말이나 파국으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론 업이나 인연이란 동양적인 결말이 된 것 같다.

▲(류용재) 10회 정도 썼을 때 둘이 텔레파시가 통한 것처럼 같은 생각을 했다. 그동안 너무 불행하게 살아 온 수현을 죽이면 안될 것 같았다. 그렇다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일상을 살아갈 수도 없지 않나. 지금의 결론이 이 이야기의 가장 필연적인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한지훈)이 결말로 갈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어딘가에서 ‘개와 늑대의 시간’에 서 있는 수현을 보여주기 위해 이 모든 에필로그가 필요했다.

(김진민) 초반 누구 한명은 죽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마카오에서 태국으로 수정되며 자연스럽게 동양적인 결말로 넘어온 것이 개인적인 취향에서도 맘에 들었다.

#.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낸 드라마.

-태국로케는 스케일도 컸지만 한국 신보다 느낌이 강해 독특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김진민) 20일만에 모든 태국 장면을 다 찍었는데 운이 좋았다. 난관이 전화위복이 된 촬영이 많다. 수상 가옥 신은 가장 마지막에 찍었는데 고생은 많았지만 제일 재미있었다. 16부 마지막 붉은 하늘 장면도 태국에서 촬영 감독과 사다리 타고 올라가 갑작스럽게 찍은 영상을 사용한 것이다.

-TV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극단적인 숏이 많았다. 특히 빅 클로우즈업이 많다보니 연기하는 배우들 역시 소모되는 에너지가 적지 않았을 것 같다.

▲(김진민) 서로의 눈빛을 정확하게 읽고 가는 것이 중요한 드라마다. 물론 몸 움직임이 좋은 배우는 넓게 쓰기도 하지만 이런 장르 드라마의 경우 시청자들이 배우들의 감정과 대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몰입감을 높인다. 나 역시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로 작업했다.

-느와르가 시각적 스타일이 중요한 장르이긴 하지만 정말 드라마 마지막까지 쉽게 간 장면이 별로 없더라.

▲(김진민) 상상이나 표현이 수월하도록 대본 자체에 자세하게 나와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잘 해야 한다는 압박도 있었다. 계속하다 보니 관성이 붙어 자동적으로 해결된 부분도 많다. 재미있었으니까 했다. 시간만 확보되면 더 벌리고 싶었다. 하면서 나를 포함한 모든 스탭들이 뒤로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은 드라마다. 복 받은 드라마인거지.(웃음)

(한지훈) 대본을 쓰면서 처음 벌여놓은 퀄리티 만큼 중반 이후도 가능할까 그게 제일 고민이었다. 대본들이 쉬운 대본이 아니다. 작가들이 욕심낸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감독님이 그만큼 받쳐주시니까 막 써도 되는 구나 생각하며 달렸다. (웃음)

-마지막으로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드라마가 끝난 이후 공황상태에 있는 것 같다.(웃음) 시즌2, 번외편 요청이 계속되고 있는데.

▲(류용재)에필로그가 시즌2를 염두에 둔 결말이란 얘기도 있었지만 그냥 필연적인 엔딩이었을 뿐이다. 이 구조로 더 이상 할 얘기는 없다. 다만 영화와 다른 드라마 필드의 매력을 충분히 만끽한 만큼 다른 작품으로 조우할 수 있지 않을까.

(김진민) 개인적으론 이런 드라마를 좀 떠나 있을 것 같다. 더 이상 할 것이 없다. 배우들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할 게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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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영 helloey@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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